소중한 시간과 공간

by Professor Sunny

벌써 한국 여행에서 돌아온 지 2달 여가 지났다.


돌아오자마자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내 생각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가, 얼마 전 알라딘을 통해 '읽어보고 싶게 생긴 책'들을 해외배송으로 구입했다. 그중 한 권은 철학자 니체의 책이었고, 그중 한 문구가 나로 하여금 다시 글을 쓰게 했다. 그는 "본인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지 않으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살 수 없겠다"라고 한탄했는데, 내가 딱 그 짝이었다.

이번에 2년 만에 방문한 한국에서 나는 아들과 남편과 함께 많은 도시를 구경했다. 부모님이 계신 일산에서 출발해 대중교통을 여러 번 갈아타며 사람 많은 명동에 두 번이나 다녀왔고, 다른 외국인들 사이에서 우리도 아트박스에서 질릴 때까지 머물렀다. 친구가 사는 경주, 여동생이 사는 창원에도 다녀왔으며, 온갖 시장을 섭렵했다. 특히 을지로 4가 역 앞의 작은 레지던스 아파트를 하루 빌려 건어물시장과 광장시장도 구경했다. 날씨는 후덥지근했지만 뚜벅이 생활에 만족하며 적응해 보았다.

IMG_0639.heic 청계천

사실 나는 일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서울 곳곳을 여행할 일은 별로 없었는데, 서울은 역시 구석구석 즐거운 일들로 가득했다. 특히 나는 서울의 여러 지하상가에 매료되었다. 지하상가는 지상으로 나가지 않아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출구가 많아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또한 정해진 길을 따라가며 눈요기도 할 수 있어 금상첨화의 통로였다.


특히 그 지하를 오르고 내리는 계단은 내가 가지고 있던 한국에 대한 향수를 만족시켜 주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하철에서 내려 긴 계단을 올라가거나 긴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불어오는 살랑거리는 바람에 '내가 한국에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짧은 순간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내가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과 공간이었다. 그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기 위해 사진도 찍어 놓았다.

IMG_0592.HEIC 을지로 4가역- 진짜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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