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베란다에서 배운 것

by 주엉쓰

여섯 살 무렵, 친척 형에게 맞았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달려가 말했다.


“아빠, 형이 나를 때렸어.”


아버지는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그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남자가 고자질을 하냐.”


순간 숨이 막혔다.
나는 잘못한 게 없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베란다에 서서 30분 동안 창밖을 바라봐야 했다.


겨울 바람이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내 뺨을 스쳤고,
그게 마치 훈육의 일환처럼 느껴졌다.


그날 나는 알았다.
부당함을 말하는 건 나약한 일이라는 걸.
억울함을 토로하는 건, ‘남자답지 않은 행동’이라는 걸.


그날 이후, 나는 억울한 일이 생겨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게 ‘남자다움’의 증거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세상은 혼자 이겨낼 수 있는 일보다,
함께 견뎌야 하는 일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나는 늘 혼자 싸웠다.
누군가의 위로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몰랐다.


내 안의 아이는 여전히 베란다에 서 있었다.


누군가 내게 “힘들면 말해”라고 했을 때,
그 말은 내게 위로가 아니라 도전처럼 들렸다.


“말하지 말고, 이겨내라.”
그 한마디가 내 전부를 규정해버린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부탁’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도움은 곧 ‘의존’이고, 의존은 곧 ‘약함’이라 여겼다.


그래서 관계 속에서도 늘 독립적이었다.
하지만 그 독립은 고립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늘 혼자였다.
모두와 함께 웃고 떠들었지만,
마음속의 나는 그 베란다에 서 있었다.


보호받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몰랐다.
어리광은 부끄러운 것이었고, 감정은 약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단단해보였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의지했고,
나는 그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으려 더 단단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단단함은 내 감정의 무덤이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종종 내 안의 ‘어린 나’를 본다.


그 아이는 여전히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날처럼, 말없이.


나는 그 아이에게 가끔 속삭인다.


“이제 말해도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너무 오래 침묵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날의 벌은 끝나지 않았다.
시간은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그 베란다의 공기를 기억한다.


찬바람과 함께 내게 스며든 건,
“남자는 고자질을 하지 않는다.”는 한 문장이었다.


그리고 그 문장은 지금도 내 안에서
가끔씩 나를 벌한다.




“나는 부당함을 말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 대가는 너무 일찍 배운 단단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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