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고풍스러우며 품격 있는 행위

by 주엉쓰

결핍을 어찌 표현하느냐는,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일이다.


결핍이 나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부족한 것은 있다.
문제는 그 결핍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어떤 이는 자신의 결핍을 들키지 않기 위해
타인의 결핍을 먼저 지적한다.
마치 손가락질의 방향을 바꾸면
자신의 허점이 가려질 것이라 믿는 사람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나무라며
스스로의 상처를 감추려는 모습.
그것이 바로 인간의 미묘한 간사함이다.


남을 깎아내리고,
본인은 태연한 척,
남에게는 각박하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입으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마음속에서는 철저히 “이익”을 계산한다.
이율배반적인 그 행위가
이 시대의 새로운 미덕처럼 자리 잡았다.


본인에게 저지르는 만행은 참을 수 없으면서,
타인에게는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러고는 그것을 ‘정당한 비판’이라 포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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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고풍스러우며,
얼마나 품격 있는 행위인가.


간사한 나는,
내 권위는 챙기며
타인의 존엄성은 중요치 않게 여긴다.


오늘도 그렇게
‘나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마음을 짓밟고,
누군가의 자존을 깎아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나는 예의 있는 사람이다.”
“나는 도덕적인 사람이다.”


그렇게 자기기만 속에서
조용히 체면을 챙긴다.
그 체면이 결국,
내 인간됨의 전부인 것처럼.


우리는 타인에게 냉정하면서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너그럽다.


타인의 실패에는 이유를 찾지 않고,
자신의 실패에는 온갖 사정을 덧붙인다.
남이 넘어지면 ‘부주의’라 하고,
내가 넘어지면 ‘운이 없었다’고 말한다.


타인의 결점을 들춰내며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하려는 시대.
그 속에서 인간의 ‘품격’은

점점 외피로만 남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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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정한 품격은

‘남을 판단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비판은 쉽고, 이해는 어렵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곧 배려이며,
그 배려가 모여 품위를 만든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


남이 이룬 것에 박수를 치고,
노력한 것에 진심으로 격려를 보내야 한다.
우리는 그가 어떤 고통을 감내했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 다 알 수 없으니까.


반대로 자신이 하는 일에는
결코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이만큼 했는데”
“이 정도면 됐지”라는 말은
성장의 멈춤을 의미한다.


어딘가에는
나보다 더 깊은 시련을 견디며
묵묵히 전진하는 이들이 있다.


노력은 내가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력은 남이 인정해 줄 때 완성된다.
그렇기에 진짜 겸손은
결과가 아닌 과정 속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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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간의 모순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모순을 부정하지 않고,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성숙의 첫걸음이다.


나는 여전히 모순적이다.
남의 시선에 예민하면서도,
누군가를 평가하곤 한다.
겸손을 말하면서
내면에 은근한 우월감을 숨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순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조금은 더 인간다워진다는 것을.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결핍은 흉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증거다.


다만 그 결핍을 감추려
타인을 다치게 하지 말자.
그리고 나의 부족함을 탓하기보다,
그 부족함으로부터 배워가자.


모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성찰의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부디

우리가 조금 더 겸허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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