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꼼, 살짝 열린 베란다 틈으로 빛이 들어왔고
집 안이 보였다.
평범하지 않은 구조
벽에 붙어 있지 않고 거실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은 쇼파,
구매하고 한 번도 세탁은 하지 않은 것 같은 러그.
그리고 이 집의 시간은 새벽에 멈춰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처럼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술 병 들은
마치 깊은 새벽 번화가를 방불케 했다.
쇼파에 누워있는 남자는 눈을 뜬 채
빛이 들어오고 있는 베란다 틈을 쳐다보고 있었고,
전 날 암막 커튼을 다 닫지 못한 본인을
원망하는지,
아니면 이제 아침인 것을 인지하고 일어나려는 것인지.
스르륵, 바람은 살며시 불고 있고
일정하던 빛줄기는
넓어졌다, 좁아졌다를 반복하며
한쪽 눈을 비추기를 반복해 심기를 건드렸다.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끝까지 닫았다.
집 안은 다시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했고,
이 마저 밝다 느꼈는지, 남자는 팔로 양쪽 눈을 가리며
다시 잠에 청하려 했다.
쉬이이, 바람이 불며 커튼이 젖혔다.
"씨발"
이 이야기는 거창한 사건이 없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순간 속에서, 인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빛을 피해 다시 어둠으로 숨어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현실을 외면하는 순간은 나약함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한 조각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