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는 것들과 머무는 것들

by 주엉쓰

내 어린 시절은 서울에서 보냈다.

하지만 열 여덟 나이가 되었을 무렵 아버지는 서울에 계시고, 혼자만 경상북도로 내려갔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정사를 핑계로 사춘기를 남들 보다 조금은 격정적으로 보냈다.

그렇게 갑작스레 혼자가 되었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기에

누가 보면 지루한 삶의 연속이라 할 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라도 무언가 할 일이 필요했다. 생각할 겨를이 없어야 했다.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면, 집에와서 뻗어서 자고

그렇게 언제 잠들었는지 알 수 없을 때쯤 눈을 떠 다시 일을 나가고

쉬는 날은 없어야 했다. 그렇게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서울에는 1 년에 한 번, 갈 수록 2년 , 3년에 한 번..

서울에 가는 일은 점점 없어졌다. 서울에 친구들은 자연스레 잘 만나지 않게 되었다.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다.


친척과 가족들도 만나러 가는 일이 점점 당연히 멀어졌다.

그리고 어릴 때는 서울에서 지하철이고 버스고 정말 잘 탔는데,


이제는 서울역에 기차를 내리면 감탄 부터 나온다. 내가 어릴 적 살던 서울이 맞나.

이제는 내가 외국에 오는 것 같다.


그래도 1년 , 2년에 한 번 오는데 아니면 일이 있다면 몇 달에 한 번씩은 오는데,

어쩜 올 때마다 이렇게 바뀌어 있는지.


여기 사는 사람들은 못느끼겠지.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 아니 지금도 바뀌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바뀌지 않는 것은 있다. 내가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여전히 "담배 한까치" 만 달라고 하시는 아저씨가 계신다는 것이다. 민망한 듯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

거절하지 못해 담배를 건네는 사람들, 그렇게 한 사람 한사람 차례가 지나

내 차례가 오면 담배를 건네 준다.


근데 아저씨 담배는 안피시고 항상 반대 손에 얻으신 담배 두 개 세 개씩을 꼭 붙들고 계신다.

그렇게 담배라도 아껴 피시려고.

그렇게 남은 담배 한 까치를 드리고 담배 빈 곽을 쓰레기 통에 버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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