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건네받던 너,
'축하한다'라며 멋쩍은 미소와 함께,
사뭇,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음에 가슴이 미어 온다. 너는.
잠시, 풋풋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제는 돌아가지 못할 순수했던 시절이라는 말은
'시간'과 '육체'의 문제가 아닌,
모든 순간에 '계산'이 빠진 채 어쩌면,
'내일'은 없던 것처럼 그 순간들을 친구들과 낭비하던
청춘을 그리워하는 걸까? 너는.
사색에 잠겨있는 이 순간에도
야속하게 시간은 흐르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다.
젖비린내 나던 어린 시절,
언제 어른이 되냐며. 크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라며,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라고 실없는 소리를 내뱉던
철없는 어린애는 눈가에 주름이 생기고 한 집에 가장이 되었다.
시간은 참 야속하다.
추억을 가득 쌓을 수 있는 순간에는
시간이 소중한 줄 모르고,
그 순간이 그립고 이제는 다른 여유가 생겨도
시간이 부족하다.
노년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친구들 모두 죽지 않고
경로당에서 만나자는 농담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눈을 뜨자,
모두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아우토반에 각자의 차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어떤 이는 본인이 답답하면, "피해 가세요"라는
경고문구를 붙이고 있었고
어떤 이는 집 대문에나 붙어있을 "개 조심"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분명 모두 '같은 속도'로 달리는 중인데,
빨리 가라며 쌍 라이트를 비추기도 하고.
창문을 열고 "그럴 거면, 집에나 있어"라며 괜스레
잘 가고 있던 다른 차에게 한마디 하곤 했다.
물론, 악의를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일부러 다른 차량들에게 부딪히려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차.
뒤에 차가 앞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지,
의도 적으로 앞에 선 채,
차선을 같이 바꾸는 차량.
근데 모두 착각하고 있더라.
우리는 모두 '같은 속도'로 달리는 중인데.
이건 '경쟁'이 아닌, '완주'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인데.
다른 차를 볼 필요도 없이,
다른 차에게 나무랄 것도 없이,
같은 시간 위에
다 함께, 달려가면 되는 것을.
아직은 낭만을 더 기억하고 싶다.
어른이 되었다는 그 한 마디로,
잘하지도 못하면서 잘하는 척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아는 척
힘들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렇지 않은 것도
모든 걸 잘하는 것도
모든 걸 다 아는 것도
아니라 티를 내지 않기 위해 굳게 입을 닫느라
생기는 팔자 주름으로 묵묵하게 버티며,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느라 찌푸리는
미간에 생기는 주름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느라 생기는
눈가에 주름으로
그렇게 짙어져 가는 가면을 쓰며 어른이 되어가는 거지.
흐른 건 시간 밖에 없고 나이가 늘어났지만,
우여곡절을 함께한 친구들과 있을 때면
아직도 우리는 다리 밑 물장구를 치던
어린애들이 되며,
그렇게 우리는 사회에 주름이라는 가면을 쓰고
어른인 척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낭만을 잊지 않은
그래도 우리는 아직 철없는 어린애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의 틀에 맞는 '명찰'을 갈아 끼울 뿐,
'나'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변함없다.
우리는 아직,
누군가의 부모일 수 있고, 누군가의 그늘이 될 수 있지만.
우리도 아직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품에 안겨도 된다.
힘듦은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든 온다.
어른이 되었다는 것에 안주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반대로 너무 큰 부담을 가슴에 품지도 말자.
어리광을 피우고 싶을 땐,
누군가에게 힘이 든다며 투정도 부리고
그리운 시간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그립다 말하자.
상처는 나를 보듬어주지 않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지만
누군가는 네 그늘을 만들고
네 힘듦을 품어주려 기다리고 있다.
네가 알아채지 못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