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인 가면 속 얼굴은 알 수 없다

by 주엉쓰


나는 흐린 날을 좋아한다.
억지로 밝은 척하지 않아도 되니까,


감정은 마음속 그릇에 한 방울씩 쌓여 흘러넘칠 때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채워지지도 않은 그릇을 억지로 흔들며
‘기쁨’이라는 감정을 꾸며내고 있었다.


억지로 만든 웃음과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다.

때로는 뒤돌아선 순간, “그때 솔직할 걸” 하고 후회로 남는다.

살아가며 모든 감정에 솔직해지는 건 쉽지 않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다수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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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어떨까.

감정과 달리, 욕망은 숨기려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은 누군가 욕망을 드러내면 비난하고 혐오하지만,
정작 자신의 욕망은 결코 이기지 못한다.


직장 상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우리는 즉시 대들지 못한다.
겉으로는 억눌러도, 돌아서는 순간 술잔을 기울이거나
야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쇼핑을 하거나, 운동으로 발산한다.


문제는 여기서다.

술과 야식을 즐기는 사람은 “자제심이 부족하다” 손가락질받고,
운동과 문화생활로 욕망을 해소하는 사람은 “고상한 취향”이라 불린다.
결국 각자가 충족하는 욕망의 방식은 다를 뿐인데,
우리는 서로의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드러내는 방식에 따라 누군가는 비난받고 누군가는 존중받는다.
정작, 그 기준은 일관되지 않다.
“내 욕망은 괜찮고, 너의 욕망은 문제다.”
인간 사회의 비극은 바로 이 모순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욕망을 숨기고, 감정을 억누른다.
그리고 결국 가면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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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있는 가면을 마주하다


가면은 단순한 위장이 아니다.

때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보호막이고,
때로는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씌우기 위한 도구다.


하지만 문제는 겹겹이 쌓인 가면 속에서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나조차도, 내가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
잊어버릴 때가 많다.


우리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면서 욕망은 숨기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타인의 욕망은 혐오한다.
그 모순 속에서 가면은 두꺼워지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없게 된다.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건
겹겹이 쌓인 가면 속 진짜 얼굴을 알 수가 없다.

반면, 그들은 내게 온갖 가면을 씌운다.

어쩌면 가면을 씌우는 것도
가면을 쓰는 것도 나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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