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검찰수사에 대한 생각
2016년 검찰 수사는 '이례적'이었다. 갑작스럽게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2년 8월 31일 처음 가해기업을 형사고발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2013년 2월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당시에는 '검찰에서 수사 의지가 없는가 보다.' 생각했다. 정부도 소극적이었고 국회도 소극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 초 검찰에서 가습기살균제 특별수사본부를 꾸린다고 하니, 당연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검찰이 쇼하는 것 아니야.’라고도 생각했다. 그동안 묵묵부답이었으니, 갑작스러운 검찰 수사에 대해 의심과 불신이 따랐다.
검찰은 왜 뒤늦게 수사에 나섰던 것일까. 2012년 검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이후 정부가 '폐손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고, 2014년 3월 11일 1차 조사결과를, 2015년 4월 23일에 2차 피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폐손상조사위원회'는 피해단계를 4단계로 구분했고, 그중 1단계와 2단계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 인과관계가 높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피해자를 '특정’하였으므로 검찰에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검찰은 2016년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판정을 받은 피해자를 중심으로 피해 사실과 가습기살균제와의 인과성을 파악하면서, 가해기업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물론, 검찰이 이 이전에는 이 참사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자체 조사를 하고 있었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
2016년 검찰 수사는 그동안 감춰져 있었던 많은 사실을 드러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파렴치한 행태가 세상에 드러났다. (관련된 내용들은 이미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졌으므로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그동안 버티고 있었던 가해기업들이 피해자들과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가해기업 대표들이 공식사과에 나섰고, 관련자들이 구속이 되었다.
나는 검찰의 대응방식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 이 참사는 기업이 만들어 판매한 제품을 사용하여 산모나 아이들, 즉 많은 소비자들이 죽고 다친 사건이었다. 이 점은 너무도 명확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없는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 2012년 형사고발을 했음에도 2013년에 기소중지를 결정하였다. 검찰에 대해 의구심과 불신이 든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소할 수 없다는 검찰의 입장이나 논리도 근거는 있겠지만, 사안의 심각성이나 시급성을 놓고 볼 때 이러한 검찰의 결정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2011년 8월 이 참사가 알려지면서 검찰에서 바로 수사에 나섰더라면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검찰 수사로 지난 4년 동안 옥시가 뒤에서 피해자를 우롱하고 협박한 상황들이 드러났다. 그 기간 동안 정부 발표를 통해 피해자들이 특정된 거 말고 수사 상황에서 달라진 것이 무엇이 있을까. 촌각을 다투는 상황인데 검찰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3년 이상의 시간을 사실상 허비했다. 2011년 8월 당시 검찰 수사가 바로 진행되었다면 피해 문제 해결에도 속도가 붙었을 것이다.
그래서 검찰수사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도 검찰수사에 대해서 ‘양가감정’이 있는 이유이다. ‘늦었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어 이만한 결과를 내놓았으니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왜 이제야 진행되었을까.’ 하는 실망감과 낭패감이 있다.
2011년 8월부터 2016년 검찰수사가 있기까지 ‘검찰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매우 크다. 지금까지 검찰수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2016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을 방문했다. 검찰청 검사실까지 들어가 본 것은 처음이었다. 겪었던 피해 사례를 진술했다. 당시 만났던 검사는 "검찰 수사를 믿어 달라. 자주 소통하자.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라고 했다. 담당 검사는 찰의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피력했다. 협조도 요청했다. 나는 검찰 수사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기에 검사의 수사 의지 피력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했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영화 속 검사의 모습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닌, 부패 사슬에 가담하는 당사자로 그려졌다. 사정기관의 부패한 모습은 영화 속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였다. 부패한 정치인이나,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검사를 악당으로 그리는 것은 영화가 흥행하기 위한 단골 메뉴이다. 관객들은 부패 검사를 다루는 영화를 재밌게 보겠지만, 소신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검사들이라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영화 ‘내부자들’은 우리의 기대와 현실의 권모술수 사이에서 그 간격이 얼마나 큰 지를 폭로(?)했다. 나도 그 영화를 흥미롭게 봤다. 의심이 많은 나에게, 담당 검사가 '검찰과 자신들을 믿어달라.'라고 하니, 이를 액면가로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그 '믿음'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미온적이었던 검찰에서 갑자기 수사에 나선 배경에 대한 찝찝함이 있는 상황이었다. 검사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과 진심인지, 어디까지를 믿어야 하는지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흘러가는 대로 지켜볼 일이었다.
내가 만나 검사는 "본인과 나눈 대화들에 대해서는 언론에 함구해 달라."라고 했다. 특별한 대화를 나눈 것 같지도 않은데, 자못 검사의 진지한 태도에 수사가 매우 은밀하게 진행될 것 같은 ‘뉘앙스’였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검찰 발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조용히 있어달라고 한 게 엊그제 같은 데. 가습기살균제참사 검찰 수사 소식이 뉴스를 도배했다. 세간의 이목을 끌어 좋기는 한데, ‘이건 뭐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2016년 검찰수사는 뒤늦은 수사에도 불구하고, 언론 플레이를 펼치면서 정국을 압도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의 '국면, 판도'를 바꿨다. 검찰 내부에서는 누군가 '공'을 세워가고 있었다.
물론 검찰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수사 일 수도 있었다. 화학물질과 같은 특수한 분야이고 인과관계 규명 등 복잡한 사안을 다루는 수사였다. 공급망 내 여러 형태의 기업관계, 다국적 기업과 국내 지사 관계 등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건이었다. 많은 시간이 경과된 사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2016년 검찰 수사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검찰수사에 대한 평가는 들어보지 못했다. 검찰은 그 때나 지금이나 ‘성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