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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파랑새 May 17. 2023

조금 더 인생이 '달달'해지기를

'섬마을 인생학교' 여행후기

'섬마을 인생학교'를 2박 3일 일정(5.12~5.14)으로 다녀왔다. 전남 신안군 도초도. 신안군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지인의 권유로 함께 했다. 참가 인원은 15명 남짓.




처음 여행 제안을 받았을 때는 '인생학교'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조금 부담이 없지 않았다. 반면 '섬'이라고 하는 유혹이 끌어당겼다. 더욱이 숙박비와 식사비가 무료였다. 오고 가는 교통편 비용만 자부담하면 되는 여행이었다. 약간의 자부담이 있는 경우였지만, 무료에 가까운 여행비용에 더해 섬 여행이라니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신안군은 천사(1004)의 섬으로 알려진 곳이다. 여행 방문지가 신안군 도초도와 비금도였다. 언젠가는 가볼 기회가 있겠지 하며 생각하곤 했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세월은 잘만 흘러가고 있다. '인생학교'라는 부담과 여행의 '끌림'을 저울질하다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낯선 이들과 인생을 논한다'니 하는 부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여행 당일 새벽길에 나섰고 목포항에서 일행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도초도와 흑산도로 향하는 여객선에 승선했다. 다행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세상이 좁은 것인지 이번 여행을 소개한 이를 제외하고도 아는 지인이 두 명이나 더 있었다. 


막상 가서 보니 사회적 경제 영역 등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주로 참여한 여행이었다. 어쩌면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막연하게 인생학교라고 해서 퇴직 후 인생 후반에 여유 있는 이들이 많이 오나 했었다. 


다양한 연령대였고, 활동가들이어서 분위기가 한껏 편했다.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한 시간 정도 이동해서 현지에 도착했고, 섬여행 인생학교 관계자들이 나와서 우리를 맞이해 줬다. 도초도 선착장 2층에 있는 '꽃 틔움 카페'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본격 인사를 나눴고, 여행일정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여행기간 중 우리는 각자 별명을 지어 부르기로 했다. 나는 예전에 사용했던 '파랑새'를 별명으로 했다. 여행기간 중 잘 지내자고 인사했다. 


이어 일행은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도 예상 밖이었다. 나는 처음에 섬에서 인생학교라고 해서 뜻있는 단체가 지역의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숙소를 만들었겠지 추측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처음 예상과 달리 근사한 펜션이었다. 유럽풍 느낌의 펜션으로 제법 고급졌다. 펜션 앞으로 2,3분 거리에는 '시목해변'이 한가롭게 펼쳐져있었다. 영화 같은 풍경이었다. 


펜션은 신안군이 짓고 운영하는 공공형이었고, 인생학교에 운영 위탁을 준 경우였다. 사전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무작정 자의적인 추측을 하며 찾아온 곳이라 근사한 숙소에 기분이 좋아졌다. 왜 나는 폐교를 리모델링 한 숙소를 상상했던 것일까.(^^) 


아무튼 신안군과 섬마을 인생학교 덕분에 도초도와 비금도라는 섬여행의 호사를 누렸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맛있는 섬 음식에 탄복했고, 근사한 해변의 풍광에 여행의 맛과 재미를 만끽했다. 이틀 밤에 걸쳐 참가자들과 격 없이 수다를 떨며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마치 대학시절 엠티를 온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물론 저마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지쳐있기도 했고, 방황하는 마음들이 없지 않았던 참가자들이었지만, 서로의 응원 덕분에 여행 기간 동안에라도 걱정과 근심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 편안한 사람들과 보내는 여행이 주는 행운 같은 것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시목해변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그곳에서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여행 마지막날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나는 '달달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달달한 여행의 시간을 뭍으로 돌아와서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다짐했다. 




해변 숲길을 거닐고, 마을길을 걷고,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뛰어놀고, 지는 노을을 한 없이 바라보던 여행의 소감은 말 또는 글로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시시콜콜 여행의 세부 일정을 기록하는 것은 생략하겠다. 


기회가 닿는다면 섬마을 인생학교를 통해 그곳을 방문해도 좋을 듯싶다. 혹시 섬마을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주저했다면, 훌쩍 천사의 섬 신안군으로 떠나 보는 것도 좋겠다. 아마도 신안군에서 인생학교를 후원하는 이유이지 싶다.


 '인생학교'라고 해서 거창하게 인생을 돌아보고 와야지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지만, 말처럼 되지 않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2박 3일의 길지 않은 '섬마을 인생학교'였지만, 한 장의 그림 또는 이미지로 간직하며 가끔 인생을 돌아보고 싶을 때, 문득 생각나지 않을까. 섬마을 인생학교를 위해 수고해 주신 분들, 참가자들 모두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고 싶어, 이 여행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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