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동요 '시냇물')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강물이 되고, 강물은 바닷물이 된다.
어릴 때 계곡에서 놀다보면 어디에서 물이 그렇게 쏟아져 내리는지 신기하게 봤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산 속 어딘가에서 물이 흘러오는 것이라고 말해주곤 했다. 산 속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물줄기들이 만나 계곡이 되고, 우리는 거기서 물장구를 치며 더위를 식히곤 했다.
작은 물줄기에서 시작한 계곡물은 넓은 바다로 이어진다. 강과 바다가 살아가는 비결이다. 산 속 어딘가의 작은 물줄기가 흘러야, 계곡 물이 흘러야, 강물이 흘러야 바다가 유지된다.
웅덩이에 고여 있는 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썩는다.
물은 흘러야 계속 물로 있을 수 있고, 공기도 순환이 되어야 공기가 된다. 우리 몸 속의 세포와 피도 같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여 준 덕분에 우리는 숨 쉬며, 뛰어 놀며 살아갈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살려지고 있는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요시노 겐자부로의 소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는 중학교 1학년짜리 주인공이 등장한다.
'코페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친구는 어느날 외삼촌과 함께 쇼핑몰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보다가 이런 결론을 내린다.
"인간은 분자와 같다. 지극히 작은 존재들이 모여 우주를 구성하고 있다."
분자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단위의 화학물질이다. 분자가 어떻게 연결 되느냐에 따라 물도 되고 공기도 된다. 분자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있지만, 결코 혼자서는 물질을 이룰 수 없다. 인간도 분자와 같다. 인간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우주에서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연결되어 있을 때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연결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간은 가장 먼저 자연과 연결된 존재이다.
물과 바람과 햇살 덕분에 건강하게 자라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미생물 덕분에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 또한 바다와 연결된 덕분에 바다 생물을 먹기도 하고, 바다의 수증기가 올라와 땅을 촉촉히 적시는 비를 만나기도 한다. 저기 먼 태평양의 바다와 여기 사는 내가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일본에서 흘려보내는 오염수가 나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단지 일본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바다생물을 먹지 않는다고 끝나지 않는 이유다.
계곡에서 시작된 바다는 수증기가 되어 비와 눈으로 우리에게 온다. 땅 속에 스며든 비와 눈은 우리가 먹을 작물들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그걸 먹는다. 단 하나도 우리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는 연결된 존재들이다. 그러니 태평양 바다의 일은 나와 무관할 수가 없다.
일본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우리나라 정부에 반대한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창조 세계는 누구 하나가 독점할 수 없다.
바다는 일본의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의 것이다.
우리의 바다를 자기 것인 마냥 사용하고도, 피해자 행세를 하는 일본 정부를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다. 수요가 줄은 해산물을 학교 급식과 장병들에게 지급하겠다는 우리나라 정부를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주인공 코페르는 마지막에 외삼촌에게 이런 다짐이 담긴 편지를 쓴다.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외삼촌 말씀처럼 나는 소비 전문가이고, 아무것도 생산하는게 없어요. 우라가와와 달리 지금 나는 무언가 생산해 내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하지만 좋은 사람은 될 수 있어요.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이 세상에 좋은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거예요. 이만한 일은 나도 할 수 있어요. 내가 이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좋은 사람이 되는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요."
작고 여린 중학교 1학년도 아는 상식을 왜 많이 배우고 높은 자리에 올라간 이들은 알지 못할까. 우리는 연결된 존재들. 나의 선택이 결코 세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지구 반대편에 일어나는 일들이 이곳의 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걸, 시간이 걸릴 뿐 반드시 나에게로 돌아 온다는 걸 잊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