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라 헨리,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
오하라 헨리,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 p.189
어떻게 하면 '나' 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내 삶의 베스트는 뭘까?
알건, 모르건 우리는 모두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며 살아간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러나 이런 답 없는 질문은 아주 쉽게, 금방 잊혀진다.
남들 사는 만큼은 살아야 하기에,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혹시나 뒤쳐지지 않을까 그런것 따윈 생각할 겨를이 없다. 우선 쫓아가야한다.
여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한 남자가 있다.
"왜 다들 일주일에 5일씩 일해야 하는 건데요?"
그는 도쿄에 살며 일주일에 이틀만 일한다.
'아니 도대체 무슨일을 하길래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면서도 도쿄에서 살 수 있는걸까?'
그는 일주일이 이틀 간병 일을 하며 월 7-80엔(원화로는 약 69-79만원)을 번다.
이 돈으로 어떻게 도쿄에서 살아가냐고?
도쿄 외곽에 지하철 역에서 20분 이상 걸어야 하는 집을 구하면 된다.
월세로 2만8천엔을 내고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한다. 삼세 세끼 모두 집에서 해 먹는다(물론 가끔 외식을 하기도 한다)
돈 드는 취미가 생기면 일을 더 해야하는게 싫어, 그의 취미는 독서와 산책이다.
매일 아침 해가 뜨는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해 먹고, 체조를 하고, 차를 마시며 오전을 보낸다.
오후엔 면 요리 위주로 해 먹고, 산책을 다닌다. 그는 산책 길에 나물을 뜯어 요리하는 일을 좋아한다.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을 읽는다. 저녁에는 된장국과 밥 위주로 아주 간단히 먹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본 후 일찍 잠에 든다.
그의 일상은 별게 없다. 삼시 세끼 자기 손으로 밥을 해 먹고, 산책을 하고, 마음껏 책을 읽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것. 그것이 전부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엔 원룸에 누워 마음껏 빗소리를 듣는 일, 산책길에 나물을 만나는 일, 아침으로 먹을 스콘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일... 아주 작은 일상에서 그는 충만함을 찾는다.
어떻게 하면 '나' 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우리는 매번 고민한다. 일을 하다가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이 오면 그제야 자신에게 묻는다.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은 뭘까?' 그러나 이 질문은 금방 힘을 잃고 만다. 금방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나에게 묻고 진득하게 들여다 봐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도중에 지쳐서 그냥 남들이 달리는 대로 따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의 책을 읽는 내내 고요하게 차오르는 기쁨이 느껴졌다.
그가 소개하는 그의 삶이, 그의 일상이 '항상 기뻐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
그는 기쁘다. 매일의 일상이 즐겁고 감사하다.
그는 꿈과 목표가 없어도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꿈과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지금의 행복을 미래의 불안과 바꿔버렸는지도 모른다.
관심 있는 일을 이것저것 해보고, 만일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 해도 하고 싶었던 일을 했으니 괜찮아. 오늘도 파이팅 할 수 있어! 밥이 맛있구나! 이런 긍정이야 말로 나의 진리이며 나의 재산이다. 꿈이나 목표가 없어도 만족스러운 삶이다.(오하라 헨리,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 p.189)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하면 우리는 남다른 결과를 원한다. 세계 일주를 하면 뭔가 대단한 깨달음과 목표를 가져와야 하고, 유튜브를 하면 몇십만 구독자는 넘겨야 한다. 결과가 따라주지 않으면 어때? 그냥 하고 싶은 걸 해보면 안되는거야? 하고 싶은게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그건 엄청난 일이잖아!
수수하고 튀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필요 없이 아주 평범한 일상을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이어가는 것. 연봉을 몇억 엔 받는 사람이 세상에서 칭송을 받는다 해도 나와 비교하지 않는 것. 그래도 반드시 삐끗할 때가 있으므로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미세조정을 되풀이하는 것. 그럼으로써 하루를 무사히 마칠 수 있다면, '오늘도 평온하고 무사하게 지내어 행복했습니다'하고 다시 감사한 마음으로 잠드는 것. (오하라 헨리, 위의 책 p.198)
삶이란,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내는 것 아닐까.
'아니, 너는 꿈도 목표도 없고! 너의 미래에게 너무 무책임 한거 아니야?!'라고 질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을 충만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자신의 미래도 책임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준비한답시고, 오늘을 외면하게 되진 않을까?
그의 말처럼 '오늘 이 순간 속에 과거와 미래가 함께 속한 것' 아니겠는가.
그의 책을 읽으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해야하나?
주4일을 선택하고 나서 줄어든 급여를 보고 한숨을 쉴 때가 있었다.
하루 일을 줄이니 4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그냥 일을 더 할까?'라는 유혹이 바람처럼 훅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일을 더 할 수 없다.
이미 3일 휴식의 맛을 봤기 때문이다.
하루를 밍기적 거리며 보내면, 다음날도 휴식이다. 다음날엔 도서관엘 가고, 산책도 한다. 그리고 일을 3일 하다보면 또 쉬는 날이다. 여유 있는 아침, 나를 위해 쓰는 시간들이 이토록 소중하고 달콤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시간이 생기니까 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요가를 배워볼까? 빵을 만들어봐야겠다. 저 프로그램을 한번 신청해보자.....
우리는 존재 자체로도 충만하다.
이 말은 곧 적은 돈으로도 충만하게 살아갈 능력이 있다는 말 아닐까.
돈을 무조건 많이 벌고 싶었다. 돈이 많아야 시간과 공간의 여유가 생긴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오히려 없을수록 더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두렵겠지. 있다가 없으면 얼마나 두려울까. 고작 40만원 가지고도 두려웠는데..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나를 위해 시간을 쓴다는 건 기껏 넷플릭스 보는게 전부인줄 알았던 내게 심심함을 즐길 줄 아는 게 뭔지. 심심할 때야말로 진짜 하고 싶은게 생긴다는걸 이제야 깨닫는다.
조금씩 더 심심해지는 시간을 늘려가려고 한다.
아직 어떻게 해야할진 잘 모르겠지만, 우선 심심해보면 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