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 Jun 01. 2024

수면교육과 함께 한 5월

쪽쪽이 없이, 안아 재우기 없이.. 아기도 스스로 할 수 있어요. 


정신없이 5월이 흘렀습니다. 

아기와의 첫 달은 모유수유의 합을 맞춰가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모유수유가 어느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자 새로운 미션을 전달받습니다. 

"아기를 등 대고 재워라"


육아도 유행이란게 있나봐요. 요즘 육아의 트렌드는 '수면교육'인 것 같습니다. 

단지 트렌드라 하고 싶었던건 아니고, 육아를 좀 더 쉽게, 그리고 아기가 가진 힘을 좀 더 끌어내주고 싶었습니다. 둥가둥가 안아주면 아기는 금방 잠에 듭니다. 그러나 오래 자지 못하고 이내 깨어납니다. 그리곤 다시 안아서 재워달라며 한참을 울곤 하지요. 



우리집은 아기를 등대고 누워 재우자고 합의 봤습니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안아서 재우는 것도 좋지만, 아기의 몸무게가 늘수록 버겁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수면교육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기는 스스로 잠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무작정 시작하다

산후도우미가 가고난 후 42일차부터 수면교육을 시도했습니다. 책과 유투브를 참고했습니다.

책은 "똑게육아" 그리고 "통곡없이 잠 잘자는 아기의 비밀"을 참고했고, 유투브는 삐뽀삐뽀119, 다울아이, 곽윤철 아이연구소 채널을 참고했습니다. 

그러나 영상과 책을 보면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아기가 졸려하는 타이밍을 캐치해서 침대에 누여 재우라는건데, 도대체 타이밍을 모르겠고, 이건가 싶어 누이면 아기는 통곡을 해댔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당연해요. 산후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아기를 돌봤으니 온전히 아기와 제가 합을 맞추는건 이제부터 시작이잖아요. 아직 잘 모르는게 당연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산후도우미를 조금만 쓰던지, 아기는 제가 전적으로 돌보고 집안일 위주로 부탁할껄 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주는 장렬하게 실패했습니다. 

아직 아기가 졸려하는 타이밍도 모르겠고, 아기가 우는걸 그냥 지켜만 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안아서 재우는건 좀 낫나?

결국 안아서 재운다음 잠이 들면 눕히기로 했습니다. 

한 주를 아기와 보내니 어느 정도 졸린 타이밍을 알 것 같았어요. 아기가 졸려하면 속싸개를 느슨하게 해 주고, 백색소음을 틉니다. 방 구석으로 가서 토닥토닥하며 아기를 재웁니다. 아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잠에 듭니다. 5-10분정도 안고 있다가, 아기가 잠들면 침대에 누입니다. 


이틀간 성공했습니다. 아기는 그렇게 1시간 이상씩 자주더라고요.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왠걸, 3일차가 되니 아기는 금방깨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어김없이 통곡을 해댑니다. 


제가 잊고 있던게 있었어요. 아기는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라는 걸요. 아기도 점점 아는 것이지요. 나를 토닥이며 재우던 엄마가 어디갔지? 다시 나를 토닥이며 재워줘~ 으앙!!!!!!!



결국 이 방법도 실패했습니다. 



달콤한 유혹, 쪽쪽이

고심 끝에 쪽쪽이를 구매합니다. 아기가 젖을 잘 무니까 쪽쪽이도 좋아할거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쪽쪽이를 정말 좋아하더군요. 그러나 쪽쪽이의 치명적 단점은 유두혼동이 올 수 있고, 아기가 자다 깨면 쪽쪽이 셔틀을 해야한다는 말이 있어 마음 한 켠이 무거웠습니다.


우선 밤 잠부터 물려보기로합니다. 아기를 바로 눕히고 쪽쪽이를 물려 재웁니다. 통곡하며 울던 아기는 쪽쪽이를 물리자마자 순한 양이 되더니 30분간 쪽쪽이를 물다 스르륵 잠에 듭니다. 이것이 바로 신세계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나 우려했던게 현실이 되고 맙니다. 아기에게 유두혼동이 찾아왔어요. 아기가 젖을 물다가 대성통곡을 합니다. 쪽쪽이의 달콤함에 빠져,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어요. 더 이상 쪽쪽이를 물리지 않기로 합니다. 



결국 쪽쪽이도 실패했습니다. 



수많은 실패를 딛고, 아기는 성장 중.

마음을 굳게 먹기로했습니다. 우리가 흔들릴수록 아기가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쪽쪽이를 물렸다가, 안 물렸다가/ 안아줬다가, 안아주지 않았다가... 아기는 얼마나 힘들까요.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한 방향으로 가보기로합니다. 


쪽쪽이 없이, 안고 재우는 것 없이, 스와들업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잠에 들기로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기는 통곡합니다. 30분을 통곡하다가 스르륵  잠에 듭니다. 30분을 자고 깨서 또 다시 통곡합니다. 그러나 개입하지 않습니다. 5분정도 울던 아기는 또 다시 스르륵 잠에 듭니다. 


이틀간 시도했고, 3일차에 되는 어느날엔 아기가 3분만에 잠드는 기적을 마주하기도합니다. 우리는 연신 흥분해서 서로 이야기합니다.


'정말 그렇네, 아기는 혼자 스스로 잠들 수 있는 능력이 있네'

'맞아, 아기는 스스로 자기 울음을 달랠 수 있는 힘도 있었어. 그동안 우리가 개입해서 그 기회들을 빼앗았던 것인지도 몰라'


그 다음날은 다시 원점이 되기도 합니다. 20분마다 깨고, 20분이 넘도록 울음을 그치지 않고, 결국엔 안아줘야했어요. 그래도 계속 시도합니다. 


'완벽한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린 매일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아기는 조금씩 누워자는데 익숙해져가고, 우리도 아기의 울음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늘 깨어있으려합니다. 


아기가 빨리 잠들려면, 아기가 정말 졸려하는 순간을 캐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더군요. 그러기 위해선 평소 아기와 친밀하게 눈을 맞추며 교감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기가 졸린 순간을 알 수 없거든요. 



오늘로 59일. 

쪽쪽이 없이, 안아 재우는 것 없이 어느날엔 3분만에  잠들고 3시간 가까이 낮잠을 잡니다. 밤잠은 7시간까지 느는 날도 있고, 평소엔 5시간 넘게 잡니다. 아기의 성장이 기특하면서, 우리의 성장도 기특합니다. 수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럼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끝까지 걸어가 보는 것. 그것이 용기인 것 같습니다. 


6월이 되면, 아기가 2개월이 됩니다. 

또 어떤 숙제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시나브로 찾아갈 거라고 믿어요.

여전히 헤메이고, 좌절하고, 절망하는 날도 있지만 동시에 작은 성공에 기뻐하며 환호하는 날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조금은 기대도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