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새해 인사'
나태주, '새해 인사'
새해가 다가오면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는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한 해를 너무 애쓰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애쓰며 힘을 주며 살게 되는 걸까.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의 것들로 나를 증명한다.
내가 나온 대학, 나의 직장, 나의 소득, 아파트,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패션, 내 배우자(애인)의 직업, 나의 지식....
외부의 것들이 아예 없는 '나'는 누구일까?
무엇으로 나를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정의될 수 있는 존재인가?
시인의 말 속에서 희미한 실마리를 찾아본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
우리가 애쓰게 되는 이유는 '나'가 아니라 '너' 때문인지도 모른다.
너보다 더 나은 대학에 가고, 너보다 나은 직장, 너보다 나은 소득, 너보다 빛나는 나를 만드느라 애쓰기 때문일거다.
이미 우리는 한 해 동안 넘치는 것들을 선물로 받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마주하는 햇살에서,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는 출근길에서,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이 안전하다는 것 만으로,
오늘 하루가 무탈했다는 건, 나를 둘러싼 모든 에너지들이 자기의 속도로 흘러가 주었다는것. 소중한 이들이 안전했다는 것.
새해에는 힘을 좀 빼면서 살고 싶다.
자식이 생기다 보니 힘 빼기가 더 어려워졌다.
별걸 다 가지고 우리 아기를 자랑하고 싶어진다. 우리 아기는 통잠을 자요, 우리 아기는 벌써 걸어요, 우리 아기는 스스로 밥을 먹어요....
부모들에게 얼마나 많은 은총이 필요한지 다시금 깨닫는다.
지금, 오늘 맞이한 햇살에 감사할 것.
박하사탕 한 입 깨문 것 같은 시원한 공기에 감사할 것.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에 감사할 것.
오늘부터 감사일기를 써야겠다.
하루 3가지면 충분할 것 같다.
함께 글을 쓰고 나눌 친구들이 생겨 감사하다.
조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9개월 동안 자라주어 감사하다.
매일 아침 모닝페이지를 쓰며 마음을 정돈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