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크고 넓은 다섯살

참 멋지다, 너희들.

by 반짝반짝 민들레

2025년 12월을 무사히 잘 보냈다.

2026년 1월1일, 아이들에게 "이제 다섯살이야." 하며 손가락 다섯개를 쫙 펼쳐 보여주니 무척이나 신나하며 "그럼 나 언니야?" 라고 되물어보았다. 나도 어릴 때 이렇게 나이 먹는 걸 즐거워했던가?


아이들은 12월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5세가 되었고 만으로는 3세이다. 개월수로는 36개월.

우리집 사람들은 모두 12월생이고 특히 애들아빠는 거의 끄트머리날 생일이라 그냥 먹는 한 살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한 살씩 꼬박꼬박 먹는 게 억울한 건 만인 공통이 아닐까.


오늘 아침 아이들을 체중계 위에 올려보았다. 냐냐는 이제 막 14kg을 넘겼고, 야야는 아직도 14kg이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늦은 생일이라 그런지 몸이 작아보인다. 항상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려 하고 있지만, 육아란 내 컨디션과 아이들의 상태가 잘 맞닿아주어야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 누군들 아니겠냐마는, 아이들의 고주파수에 고막이 파르르 떨리며 찢어질 것 같은 경험을 꽤 많이 했던 나로서는 새벽에 잠까지 뒤척이는 이슈까지 겹치면 너무 힘들다.

오늘은 아이들 낮잠 직전이 그랬다.


가정보육하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이들이 집에서 한껏 느슨해진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어린이집에는 선생님들도 많고 장난감도 많고 친구들도 많고 재밌는 것도 많이 하는데, 어린이집이 집보다 더 좋지 않아?"

아이들은 집이 더 좋다고 했다. 이유는 어린이집엔 엄마가 없기 때문에. 그런 이유 치고는 가정보육 때 말을 너무나도 잘 듣지 않아 항상 마음속에 물음표가 떠다닌다.

아무튼 오늘은 추운 날씨지만 미리 예약해두었던 책박물관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신나게 놀다 왔다. 언제나처럼 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건 꽤 힘들다. 그래도 재밌게 잘 놀고 와서 밖에서 사 온 붕어빵과 옥수수를 맛있게 먹고 낮잠 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낮잠 직전이 가장 전환도 어렵고 아이들도 각성 상태라 그런지 몇 번이나 말을 반복해도 듣질 않았다. 난 새벽에 이미 아이들이 여러번 날 깨워서 힘든 상태였고 아이들과 외출도 한 상태라 아이들 못지않게 피곤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말을 듣지 않으니 화가 났다. 내 몸이 그 상황을 비상이라 여겼는지 나도 모르게 화가 확 올라왔다. 그 뒤로 뭐라고 잔소리를 마구 늘어놓았는데, 아이들은 '엄마 왜 저러지?' 라는 얼굴로 날 힐끔 쳐다보고 본인들의 할 일을 계속 했다.

화가 너무 났다. 그냥 너희들끼리 자라고 소리치고 거실로 나와서 혼자 마구 중얼거리며 화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다시 아이들 방에 들어갔다. 냐냐는 나에게 와서 날 안아주었고, 야야는 울먹거렸다.

그래.. 14kg 남짓 되는 저 작은 아이들이었지. 아이들을 보니 곧장 그 깨달음이 들었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순간 화가 났어. 너희들은 말 안들을 수 있는데 엄마는 소리지르면 안됐어. 미안해."

아이들에게 사과했다. 그랬더니 냐냐가 말했다. "괜찮아. 엄마도 화가 날 수 있어."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가 오늘 또 36개월 아기한테 큰 걸 얻는구나.


아까 한참 혼내고 있을 때, 냐냐가 얼굴 닦는 손수건으로 방문이랑 침대를 쓱쓱 문지르고 있는 모습에 더 화가 났었다. "너는 왜 얼굴에 쓰는 손수건을 가지고 그러고 있어!" 그때 냐냐는 놀랐는지 그 손수건을 손수건 바구니에 넣었다가 더 혼이 났다.

낮잠을 깨우려고 아이들한테 가 자는 얼굴을 바라보는데, 아까 손수건 때문에 혼났던 냐냐 얼굴이 따올랐다. 순간, 그 상황에는 화가 나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다. 냐냐는 힘들다며 화를 내는 엄마를 돕기 위해 자기만의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냐냐가 깼다.

"냐냐야. 아까 손수건으로 문이랑 침대 닦은 거, 엄마 도와주려고 한거야?"

조심히 물어보았다. 그러자 약간 울음이 올라올 것 같은 목소리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응..!" 이라고 대답했다. "어떻게 알았어?" 곧이어 내게 물었다.

"아까 엄마도 같이 낮잠자는데 꿈에 요정이 나타나서 '냐냐가 엄마 도와주려고 그런건데 되려 화를 내다니, 냐냐가 속상했겠어요' 라고 말해줬어. 엄마가 몰랐어.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하자 아이가 정말 활짝 웃었다.


아직은 말 좀 하는 강아지에 가깝나? 라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아이들은 이미 마음을 꽤 잘 다루는 멋진 사람이 되는 중인 것 같다.


신정날, 간만에 애들아빠가 애들을 재우는데 냐냐가 그랬단다. "내가 아빠라면, 야야 책 다 읽어주고 냐냐가 책 들고 있는 거 보면 냐냐 책도 읽어주겠다."

순간 너무 기가 막혔다고 내게 전달했다. 물론 듣는 나도 기가 막혔다.


올해도 분발해보자.

아이들 말하는 걸 보면, 12월생이 만3세 되자마자 유치원 간다고 안쓰러워 할 필요도 없어보인다. 둘이 편 먹으면 절대 지고 다니진 않을 것 같다. 좋겠다,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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