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로와 훈육 그 어딘가.
토요일 오전, 아이들이 등원을 하지 않으니 느긋하게 보낼수도 있었겠지만 대기가 긴 병원에 일찌감치 가기 위해선 바쁠때 더욱 느릿느릿 딴청을 피우는 아이들을 닦달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아이들을 뜨뜻하게 입혀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한 뒤 조금 기다려서 진료를 무사히 다 받았다.
아침부터 회오리 바람마냥 바쁜 엄마를 보고 정신 없었을 아이들에게 같이 스타벅스에 가서 좋아하는 딸기주스를 마시자고 제안했고, 아이들은 신이 났다. 시원하고 달콤한 딸기주스를 마시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아까 약국에서 샀던 캐릭터 비타민정을 가지고 재잘재잘 떠들던 아이들은 부주의로 머리를 꽝 부딪히고 나서야 그 흥이 다 깨졌다. 냐냐는 참지 않고 바로 소리를 꽥 질렀다.
"여기 너만 있는 거 아니지? 조용히 해."
주의를 들은 냐냐는 보란듯 더 소리를 질렀고, 나는 남은 커피와 음료를 모두 다 정리대에 쏟아 버리고, 아이 옷을 얼른 입혀 손을 잡아끌고 나갔다. 냐냐는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아까 냐냐가 비타민 봉지로 내 얼굴에 스크래치를 내서 피가 나는지 쓰라렸고, 그래서인지 나도 더 화가 났다.
아이를 세워놓고 매우 엄하게 혼을 냈다.
"너 뭐하는거야. 이렇게 하면 너랑은 다시는 여기 못 와.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어?"
내 말이 들리는지 안들리는지 냐냐는 내게 '빼앗아간 비타민을 달라고' 엉엉 울었다. 줄 리가 있나.
아이 손을 확 잡아끌고 마구 걸었다. 그러다 아이가 넘어졌다.
아이를 그만 혼내고 싶었다. 그치만 혼내던 중이라 아이를 바로 안아줄 수는 없었고, 지면에 닿았던 무릎과 손바닥에 상처가 났는지 확인한 뒤에, 다시 손을 잡고 부지런히도 걸었다. 야야와 친정엄마는 먼저 집에 보낸 뒤에 냐냐와 나는 길거리에서 좀 더 전쟁을 치르고 집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아이는 조금 진정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속에서 나는 천불을 좀 끄기 위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뒤이어 아이 먹일 버터쿠키 한 봉지도 주문했다.
"냐냐야. 스타벅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쉬고 있는데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방해를 한 건 냐냐 잘못이야. 엄마가 조용히 하라고 말했는데도 참지 않고 소리를 더 크게 질러서 엄마는 너무 화가 났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냐냐를 무섭게 잡아끌어당기고 손을 뿌리치고 소리지르면서 화낸건 엄마가 엄마 마음 진정시키지 못해서 그런거야. 그건 냐냐의 잘못이 아니야. 엄마가 너무 미안했어."
냐냐는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활짝 웃었다.
"아까는 마음이 노란색(슬픔)이랑 파란색(힘듦)이었는데, 지금은 초록색(행복)이야."
냐냐의 말을 듣고 나도 웃을 수 있었다.
버터쿠키는 6개입이었는데, 집에 먼저 들어간 야야에게 두개를 준다고 하길래 "여기서 하나 먹은 건 비밀로 하고 너도 같이 두개 먹고 한개는 할머니 드려." 라고 말해주자 나와의 '비밀'이 생겨서인지 즐거워했다.
카페에서 나와서 집으로 가려는데 "우리 공원 한 바퀴만 돌고 들어갈까?" 라고 냐냐가 먼저 권했다. 고마웠다.
오늘 나도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아이를 혼낼 때 내 감정을 완전히 배제했느냐, 자문한다면 솔직히 아니다. 늘 이 부분이 아이를 혼내는 중이나 혼낸 후의 나의 마음을 어지럽고 힘들게 한다.
오늘 우리가 잠깐 머물렀던 스타벅스 그 시간 속 모든 분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내가 아이 혼낼 때 옆에 와서 기웃거리며 거들지 않아주신 모든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다.
아휴.
참으로 멘탈이 너덜너덜한 토요일 오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