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다정하게.

Andante teneramente

by 반짝반짝 민들레

브람스의 인터메조 in A Major, op.118, no.2

Andante teneramente


이 곡을 참 좋아한다. 브람스가 클라라를 열렬히 사랑했다는 사실을 모른채로 들어도 이 곡은 화성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견고하고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곡을 당연히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했고 그 중 내 취향의 해석을 한 연주자가 분명 있지만, 어쩐지 어젯밤엔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해석도 귀 기울여 들어보고 싶어져서 한 시간 이상을 내리 들어보았다. 정말 신기하게도 어떻게 그렇게 해석들이 다 다르지? 싶을 정도로 모두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Andante teneramente' (느리고 다정하게)


문자 그대로 느리고 다정하게 연주하면 어쨌든 대부분 비슷하게 들릴텐데 참 다르다. 생각해보면 '느리고 다정한'게 내게 어떤 의미일까 싶다. 느리다면 어느 정도의 느림이며, 다정한 건 포근한 다정함인지, 배려해서 일부러 거리를 두는 다정함인지, 같이 울어주는 다정함인지. 이 곡을 들으며 간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몇 개월 전, 딸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너희는 엄마가 왜 좋아?"

세 돌도 안 된 아이들에게 그런 질문은 꽤 추상적이라 무슨 엉뚱한 말을 하려나, 했는데 야야가 말했다.

"엄마는 나를 많이많이 사랑해주잖아."

평소 사랑고백을 수줍게 하는 야야다웠다.

반면 냐냐는 표현이 좀 더 구체적이다.

"엄마는 우리한테 맛있는 것도 주고, 우리 목욕도 시켜주고, 우리랑 같이 잠도 자고...(이하 생략)"

"엄마는 냐냐가 엄마 딸이라서 너무 좋은데."

"냐냐도 엄마라서 좋아. 석촌호수만큼 엄마를 사랑해!"

다 같은 사랑고백인데 참 다르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사랑이란 본인들에 대한 부모의 책임과 보살핌인 것 같다. 나에게는 아이들 그 자체가 사랑이니, 이렇게 '사랑' 하나에도 의미가 여러 갈래로 나뉜다.


말하는 나도, 너도.

듣는 너도, 나도.


느리고, 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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