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에 대한 단상(斷想)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나 혼자 호캉스를 즐긴지도.
남편이 워크숍을 간다고 나에게도 푹 쉬다 오라며 전망 좋은 호텔을 예약해주었던 적이 있었다. 뭘 그러냐고 손사래 쳤지만, 막상 체크인 후 호텔방 커튼을 착 걷어내니 말간 하늘도 설렜고, 이제 막 벚꽃이 피려는 벚나무들이 호수 둘레를 소중하게 감싸고 있는 그 풍경들도 아름다워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나 혼자 호텔방에서 느긋하게 거품목욕도 하고, 맥주도 홀짝이고,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딱 꽂힌 엔카를 한참 듣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 전, 창가에 다시 앉아 바깥을 보았다.
차선이 여러개인 넓은 도로. 그 도로 위를 지나는 차들.
그러다 신호가 걸리면 모두 멈추고, 신호가 풀리면 다시 움직이는 약속된 순간들.
참으로 정갈했다. 약속이란 이렇게 정갈한 것이구나.
아름다운 도로상황에 감동해 행복하게 잠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랑도 소소하게 많은 약속을 한다. 보통 "밥 잘 먹으면 간식 있고, 잘 안 먹으면 아무것도 없어" 라는 식의 일방적인(?) 약속을 하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엄마인 나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언제 어떤 책을 읽어줄 것인지, 내일은 어딜 놀러갈 것인지. 아이들에겐 무척이나 중요한 약속들을 나는 대부분 이행해주려고 노력한다. 만약 약속한 걸 정말 지킬 수가 없다 싶으면 아이들에게 꼭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꼭 지켜준다.
나와의 약속은 주로 아이들에 대한 내 마음가짐 같은 걸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한 약속들이다. 가령, 내가 하고싶은 걸 '아이들 때문에 못했다' 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그런 약속. 아이들이 핑계거리가 되면 안되니까.
주말을 보낸 오늘, 월요일 오전.
아이들은 어린이집이 가기 싫다며 내게 칭얼댔지만 그런 아이들에게 난 달리 해 줄 말이 없다.
"어린이집은 너희들이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야. 어린이집은 가기로 약속된 곳이야. 약속은 지켜야 하는거야."
내 말을 들은건지 더는 조르지 않고 양말을 신는 아이들.
하루동안에도 꽤 여러개의 약속을 하고, 또 지키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에게 '약속'은 어떤 의미일까.
지금으로선 아이들이 약속을 잘 지키는 정갈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