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새벽에 피리를 불었을까.
어제 새벽, 아이들과 같은 방에서 자고 있다가 방문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난 처음에 남편이 애들 방에서 뭔가 찾을 게 있나? 생각했다. 이윽고 다시 방문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총총총 본인의 침대로 들어가는 야야.
너무 궁금해졌다. 도대체 왜 새벽 4시에 방문을 여닫은건지.
슬며시 야야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야야 뭐 하고 왔어?"
그러자 야야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혼자 변기에 쉬야 하고왔어!"
헉... 뭐라고...? 이게 무슨 일이지..?
"진짜? 안 무서웠어?"
"응, 하나도 안 무서웠어!"
그 순간 야야가 너무 기특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그래서 너무 잘했다고, 진짜 멋지다고, 엄마 어렸을 땐 혼자 화장실 무서워서 못 갔는데 우리 야야는 진짜 대단하다.. 라고 폭풍칭찬을 해 주었다. 그때부터 야야는 도파민이 팡팡 터졌는지 그 이후로 2시간 반 이상을 잠도 안 자고 계속 내게 말을 걸어서 무척 피곤했다. 본인도 피곤했는지 아함- 하품을 몇 번 하더니 겨우 잠이 들었고, 나는 잠든 야야와 냐냐를 보며 살짝 행복해졌다.
우리 아이들은 기저귀를 참 늦게 뗀 편이다. 주변에서 아이들 기저귀 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알아서 떼겠죠" 했고 실제로도 그냥 기다려줬다. 아기변기 두 개는 아주 일찌감치 사다줬는데 거기에 온갖 귀한(?) 장난감들을 다 집어넣어서 은근히 골치가 아팠다. 그러다가 아이들도 속옷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어린이집에서도 입히는 게 좋겠다고 해서 입혔다가 몇 번 소변 실수를 하고 울고불고 하더니 다시 기저귀로 돌아갔다.
'세 돌인데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을 했었나... 되돌아보면 정말 안 했다. 다만 영유아검진때 물어보긴 했다.
"기저귀 떼는 거 그냥 두면 알아서 하죠?"
쿨한 답변을 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이셔서 대단한 답변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역시나... "우리나라만 기저귀 빨리 떼는 거 안달복달이에요. 그냥 두시면 알아서 다 뗍니다."
그 답변을 듣고 약 두 달 만에 야야는 새벽에 혼자 소변을 보러 나가는 멋진 38개월이 되었다.
아이들은 언니가 되고 싶다고 자주 말한다. 본인들 나름대로 유능한 자신이 되고 싶은가보다. 그렇지만 유능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시행착오를 반드시 겪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현재 어린이집 교실에서 12월생으로 제일 개월수가 어린데, 아마도 다른 친구들이 속옷 입고 자유롭고 당당하게(!)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보며 내심 친구들의 그 자율적인 모습이 부럽지 않았을까, 어렴풋이 생각해본다.
언니가 되고 싶어 여러 시련들을 이기고 결국 쟁취한 배변 자율성. 야야의 모습을 보며 <요술피리>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모차르트의 징슈필 <요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은 모든 것을 어둠으로 덮어버리려 한다. 우리에게는 '밤의 여왕 아리아'로 유명한 등장인물이지만 사실 밤의 여왕은 극 전체를 놓고 볼 때 분량이 크지 않은, 하지만 임팩트 있는 인물임엔 틀림없다.
'밤의 여왕'의 어둠의 세계와, 자라스트로의 빛의 세계.
빛의 세계의 일원이 되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일련의 시련들.
너희들 마음껏 즐겁게 자라라.
밝고 찬란한 세계, 너희들이 만들어 나가렴.
어둡고 힘든 세계도 너희들이 헤쳐나가야 하는거란다.
어둠을 통과하고 있다면 불을 켜 주진 않을게.
대신, 언제나처럼 기다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