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side

내가 울렸네, 울렸어..

by 반짝반짝 민들레

바쁜 일정이 없다면 일주일에 두세번은 꼭 아이들 등원 후 혼자 석촌호수를 걷는다. 오늘도 역시 다녀왔다.

노이즈캔슬링이 도보 이용시 위험하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짹짹짹 소리를 사흘 연속해서 듣다가 드디어 원에 보낸 뒤 무선이어폰을 꽂고 석촌호수를 걸으니 비로소 내 세상이 음소거 되어 폭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 고요를 고즈넉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등원 후 딱 그 때가 가장 찰떡다.


눈 앞의 짹짹이들만 상대하다가 넓게 펼쳐진 호수를 보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평소에 석촌호수의 윤슬 보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오늘은 날이 흐려서인지 윤슬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호수는 오늘의 흐린 아침 하늘빛을 그대로 담아 갸륵하게 찰랑였다. 호수에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들도 그런 호수와 참 잘 어울렸다.

햇빛이 없어도 그 나름대로 또 예쁜 호수였다.




나는 언제나, 어떤것이든 '이면'을 깨달을 수 있나?



어젯밤, 아이들과 자기 전 같이 책 읽고 놀다가 내가 잠깐 엎어져 있으니 야야가 내 등 위로 올라탔다.

그 순간 "아니, 내 등 위에 올라탄 이 녀석은... 고..곶감인가?!" 하며 세차게 달리는 시늉을 했더니 너무 즐거워하며 꺄르르 웃어댔다. 호랑이는 곶감을 무서워한다는 이야기를 아는 아이들은 그렇게 차례차례 번갈아가며 "나는 곶감이다!"를 외쳐댔다. 아이들이 푹 잠들길 바랐던 난 마지막 스퍼트를 내며 아이들과 그렇게 놀았다. 그러다 잠깐 쉬고 싶어서 털썩 쓰러진 척을 했다. 아이들은 "엄마!" 하며 달려들어 나를 일으키려 했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이 어미는 깨어나지 못하는 척을 했다. 아이들이 날 아무리 흔들어도 기척조차 보이지 않자 아이들 둘 다 갑자기 확 오열을 했다.
예열도 없는 오열.

나는 너무 당황해서 얼른 몸을 일으켜 "아니야, 엄마 멀쩡해. 미안해.." 하고 사과했다. 그렇게까지 울 줄을 몰랐다. 아이들 둘 다 내게 안겨 엉엉 울었다. "엄마, 괜찮아요?"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을 보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나까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이들이 진정되고나서 소등을 하고 물어봤다.

"얘들아, 아까 너희들이 엄마 일으키려고 막 흔들었는데도 엄마 안 일어났잖아. 그 때 마음이 어땠어?"

그랬더니 냐냐가 말했다. "마음이 무겁고 슬프고 목이 메였어."
야야도 말했다. "슬프고 화도 나고 그랬어." 그러면서 덧붙였다. "엄마 죽으면 안돼."


"뭐? 그럴 일 없어! 엄마는 너희 옆에 평생 붙어있을거야. 그런 말 하지마." 라고 발끈했지만, 순간 내가 이 38개월 아이들에게서 무슨 소릴 들은건가 싶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정말 미안했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오늘, 아이들을 원에 데려다주는데 아가들의 울음소리가 많이 들렸다. 아마도 어린이집에 처음 온 아이들이 적응하느라 우는 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니까.

아이들 분리불안이 왔던 돌 전부터 작년 새학기 어린이집 적응까지.. 아이들은 신뢰하는 대상(아빠, 조모, 이모, 돌봄선생님 등)이 아니면 엄마의 부재에 그렇게 목놓아 울었다. 그 시기엔 정말이지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느긋하게 씻는 건 엄청난 사치였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좀 크면서 엄마가 잠깐 없어도 큰일이 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는지, 내가 집에 잠깐 없어도 아이들은 웬만하면 울지 않게 되었다.
불과 어제도 잠 못 잔 딸이 안타까웠는지 친정엄마는 내게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누워있으라 하셨고, 약 40분의 시간동안 아이 둘이서 어찌나 깔깔대며 잘 노는지. 방에서 듣고 있는 나도 뿌듯했고, 친정엄마도 둘이 잘 노는 아이들을 무척이나 칭찬하셨다.

그런데 엄마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걸 본 아이들은 마치 우주가 멸망한 듯 오열을 한다.

나는 아이들이 커나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보고 있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 것 같다. 몸이 자라고, 말도 더 잘 하게 되고, 밥도 더 야무지게 잘 먹는 그런 모습.


아직 세 돌 조금 지난 아이들이, 어쩌면 나도 잘 모를 '죽음'에 대해 잘 알고 말했을까 싶지만 어제 거의 처음 아이들에게서 그런 추상적이고 어두운 단어를 듣게 되어 놀랍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했다. 나름 독립성을 키워가며 커가는 줄 알았던 아이들 마음 밑바닥엔 엄마라는 크나큰 우주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나보다.


죽으면 안된다니..
응, 안 죽어. 걱정하지 마.



이게 다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 때문인가, 덕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