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호랑이 둘

언제 사람이 될 거니...?

by 반짝반짝 민들레

우리집 둥이들은 호랑이띠다. 흑호띠던가.

약 열흘 있으면 40개월이 되는 아이들은 언제 새끼호랑이에서 어엿한 사람이 될 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언제 보면 의젓한 사람의 말을 하고, 언제 보면 새끼호랑이 둘이 싸우는 것처럼 으르렁거리고.

오늘 아침이 그랬다.


기상 직후, 잠에서 덜 깬건지 냐냐가 본인 물건들을 찾으며 대뜸 짜증을 냈다. 그땐 나도 기상 직후라 정신을 못 차린 상태였는데 다짜고짜 뭐뭐뭐 내놓으라고 짜증을 버럭 내니 순간 화가 너무 나서 잔소리를 했다.

"엄마가 지금 네 물건 손에 쥐고 있어? 엄마도 지금 방금 눈 떴는데 그렇게 짜증을 내면 엄마는 기분이 좋아? 이제 앞으로 너희들 물건은 너희들이 잘 두고 너희들이 찾아!"

일어나자마자 화부터 내게 되다니.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어쨌든 할 건 해야 하니 물을 한 잔 마시고 아이들 아침을 챙기기 전에 잠깐 방에서 휴대폰을 챙기려고 들어갔다. 그 때 거실에서 '퍽! 퍽! 퍽! 퍽!' 소리가 딱 이렇게 네 번 들렸다. 나는 위기를 직감하고 본능적으로 내 방어태세를 세우려 했는지 "야!!!" 하고 소리를 지르며 거실로 뛰어나갔다.

이미 일은 저질러졌다. 아이 둘 다 울고 있었는데, 누가 때린거냐고 따져 물으니 서로 때리지 않았단다.

"지금 카메라 돌려봐서! 누가 때렸는지 확인해볼거야! 때린 애 정말! 혼날 줄 알아!"

나는 눈을 부릅뜨고 카메라를 돌려보았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밖에 나가서 남의 집 아이 때리지 않는 건 다행이다 싶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건 화가 나는 것이다.

범인을 찾았다. 야야였다.

평상시 잘 터지지 않는 야야가 냐냐의 머리 윗쪽을 퍽퍽퍽퍽 정확히 네 번 가격했다. 직접 확인하고 나니 더 화가 치밀어올랐다.

"너! 누가 사람 때리래! 어?"

나는 살면서 동생이랑 저렇게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동생을 때린 적도 거의 없던 것 같다. 기억을 못하는 걸까? 아니다. 동생이랑 말다툼은 했어도 동생을 때려야지, 하고 때린 적은 정말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몸싸움이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들아빠가 야야를 애들방에 집어넣었다. 격리를 시킨 것이다.

나는 냐냐를 안아주었다.

"냐냐야, 머리 괜찮아? 많이 아팠지?"

"괜찮아."

냐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야야 말고 본인이 엄마의 선택을 받은것에 대한 만족일 것이다. 나는 이어 말했다.

"그래도 너도 야야한테 그렇게 맞으면 같이 때리지 말고 바로 엄마한테 말해. 그래야 엄마가 야야를 혼내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마가 아까 물건 찾으면서 짜증낸다고 같이 짜증내서 너무 미안했어. 엄마도 잠에서 깬 직후였는데 네가 그렇게 다짜고짜 짜증부터 내니까 엄마도 같이 짜증이 나서 그렇게 화를 냈어. 그건 엄마가 잘못한거야."

"그럼 엄마만 잘못한거야?" 틈새공격을 하는 냐냐.

"아니, 엄마도 잘못했지만 냐냐도 냐냐 물건을 평소 아무데나 두고 맨날 안 보인다고 짜증내잖아. 그건 잘못한거야. 앞으로 그러지 않을 수 있지?"

"네.."


오늘 아침 먹기로 약속했던 베이글을 반 뚝 잘라서 딸기와 같이 챙겨주었다.

냐냐는 나와 식탁 앞에 앉아 즐겁게 먹었다. 나는 냐냐의 한결 나아진 표정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방에 혼자 있는 야야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애들방 홈캠을 들여다보았다.

혼자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다 마침 방문을 열고 나올 참인지 몸을 일으켜세우는 야야.

나는 냉큼 폰을 덮었다.


"엄마..." 야야가 나에게 왔다.

"너 지금 뭐부터 해야돼?" 냐냐에게 사과부터 하라는 뜻이었다.

"냐냐야, 아까 내가 때려서 미안해..."

나는 야야를 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너, 아까 냐냐 그렇게 때린 건 정말 잘못한거야. 알지?"

엄하게 야야에게 말했다. 이건 절대 장난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네..."

야야가 머쓱한지 드러누웠다.

"일어나. 지금 뭐하는거야? 앉아."

야야가 다시 일어나 앉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때리는 건 안돼. 이따 냐냐한테 가서 '내가 네 머리 네 번이나 세게 때려서 정말 미안해' 하고 사과해.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사람 때리지 마. 알겠어?"

야야는 훌쩍거리며 "네.." 하고 대답했다. 그 때 냐냐가 방으로 들어왔다.

"냐냐야, 내가 냐냐 머리 네 번이나 퍽퍽퍽퍽 때려서 미안해..."

"괜찮아."

둘은 그렇게 화해(?)했다.


자주 가던 소아과 원장님이 우리 아이들을 진료하실 때 "둘이 많이 싸우죠?" 하셨다.

"어휴, 말이라고요. 당연하죠. 미치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아셔요?"

원장님은 씨익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눈빛이 사자새끼들이야. 안 봐도 비디오지. 쌍둥이니 위아래도 없고 엄청 싸우지 뭐."

소아과 원장님은 사자새끼들이라고 하셨지만, 우리애들은 호랑이띠니까 새끼호랑이들로 정정해본다.

사람이 될 때까지 가르치고 또 가르쳐야 함에 때론 지치지만, 부모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밖에서 우리 가족 전체가 욕 먹게 되니 할 수 없다.


오늘 등원은 애들아빠가 도맡아 해주었다. 냐냐는 혼자 운동화를 신고 뿌듯해하며 자랑했다.

"이것 봐봐요. 내가 혼자 신었어요."

"오, 그래. 우리 냐냐 엄마아빠 힘들까봐 혼자 잘 신었구나." 애들아빠는 냐냐를 칭찬했다.

나는 듣고 있다가 나즈막히 "엄마아빠 힘들까봐 빼야지" 라고 속삭였는데 애들아빠가 미처 듣지 못했는지 다시 한 번 "엄마아빠 힘들까봐 신발도 혼자 신고, 정말 멋지다." 라고 칭찬해주었다.

"엄마아빠 힘들까봐 빼야해. 안그러면 엄마아빠가 좋아할 행동만 골라 하게 돼." 라고 다시 정정해주고 순간 혼자 생각했다. 아, 참... 말 한 마디 하기도 피곤하구나..

그래도 내가 이렇게 정정해주고 다른 팁을 건네면 '네가 뭔데' 라고 되받아치지 않고 잘 따라주는 애들아빠가 참 고맙다. 덕분에 일관성 있게 양육할 수 있다.


오전 기상 직후부터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한 번에 끌어다 써서인지 편두통이 왔다.

어제 분명 저 아이들은 벚꽃나무 아래에서 서로 끌어안으며 뽀뽀를 했는데. 어째서 오늘 아침엔 새끼호랑이들마냥 살벌하게 싸우는 것일까. 정말로 다른 집 아이들을 단 한 번도 손대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인가..


보통 하루 난리나면 그 다음날은 평화롭던데,

부디 평화로운 토요일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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