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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Apr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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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예비 작가

퇴직을 1년 앞둔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나는 후천적으로 결핵을 앓아 꼽추라고 불리는 키 132cm의 지체장애인이며 2011년 10월에 심한 폐렴으로 인해 응급실에 실려간 후로 COPD 판정을 받아 의료용 산소기를 통해 1.5L의 산소를 24시간 공급받아야 하는 호흡기 1급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았고 어느 듯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있다.


은퇴가 두려운 예비 은퇴자


젊을 때는 나름대로 큰 포부가 있었다. 돈을 벌면 10분의 1은 이웃을 위해, 10분의 1은 선교사를 위해, 10분의 1은 헌금하겠다고 다짐했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장애인 사역과 캠퍼스 사역을 몸으로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60을 1년 앞둔 지금 뒤를 돌아보면 나 자신과 나의 가족만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고, 이 마저도 스스로의 기준에 미달한 것 같아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노후가 보장된 경제력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건강도 없어 보인다. 은퇴 이후가 다들 두렵고 힘들다고 하지만 은퇴를 앞둔 나에게 갑자기 다가온 두려움은 상상 그 이상이다.  주변의 가족들도 걱정을 하겠지만 내가 부담 느낄까 봐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은퇴하면 한 달 살기 하면서 여행 다니자고 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을 때 웃어넘기지만 절대적 건강의 두려움과 상대적 빈곤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마음이 편치 만은 않다. 


은퇴자의 필수 자질 - 독립


활동적인 아내에 비해 건강상의 제약이 많은 나는 지금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1년 후 은퇴하게 된다면 그 많은 시간을 홀로 즐기는 비법을 빨리 깨우쳐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조급하게 했다. 이것은 나와 함께 하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로 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은퇴 후의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 집안을 청소하고, 빨래를 정리하는 등 일상의 소소한 일부터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소통 창구를 개발하고, 은퇴 후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미션을 스스로 세우고 도전하는 일들을 통해 보람된 인생 2막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척이나 분주하다.


소통창구 1 - 블로그


나는 소통을 위해 몇 년 전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  보여주기 위한 블로그가 아니라 나의 일기장 같은 블로그다. 홍보도, 해시태그도 없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내가 보고 싶은 신문을 스크랩하며 꾸준히 쓰다 보니 서로이웃이 꽤나 늘었다. 그냥 찾아와 주고 서로 이웃을 신청해 준 모두가 고마울 뿐이다.


소통창구 2 - 브런치스토리


얼마 전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브런치가 꽤나 핫 한 사이트인데 그동안 나는 왜 몰랐을까? 나보다 먼저 브런치를 가입하고 열심히 애독하던 아내가 브런치를 몰랐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4월 9일 가입하자마자 발행된 글을 읽느라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유명 작가들의 책에서 주는 감동도 좋지만 보통 사람들의 정감 넘치는 글 또한 진심이 담겨 있어서 더 쉽게 마음에 와닿았다. 글 쓰는 재주는 미천하지만 워낙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작가 승인이 나야 발행이 된다는 설명 글에 실망이 컸다.  '아, 아무나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몇 꼭지 글을 '작가의 서랍' 속에 올린 후 한참을 고민했다. 승인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작가 신청을 망설이게 했다. 나이가 이렇게 들어도 ISTJ의 소심함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사람은 새벽에 용기를 내기 쉽다. 야심한 시각이 용기를 주는 것 같다. 4월 23일 새벽 3시경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다시 내용을 수정했다. 그만큼 간절함이 있었던 것이다. 


4월 25일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에 알림을 받았다. "작가신청이 완료되었어요." 얼떨떨했다. 엄청 기쁠 줄 알았는데 그 순간에는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계속 브런치가 생각났다. 머릿속에는 어떤 글을 쓸지 소제목들이 수없이 지나갔다. 기쁨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갔다. 가장 먼저 가족 단톡방에 작가승인 소식을 올렸다. 아내가 크게 축하해 주었다. 두 아들도 축하 이모티콘을 연이어 올려주었다. 


나는 인생 2막의 소통을 위한 통로를 2개 확보했다. 하나는 블로그, 또 하나는 브런치다. 브런치스토리에 작가 신청 이유를 설명했던 것처럼 이곳을 통해 장애인 인간승리의 감동 수기가 아니라 한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모두가 겪는 희로애락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장애인이기에 다르게 살아야 하고 특별히 대우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차별적 사고다. 누구든 특별한 대우를 요구해서도 주장해서도 안된다. 다만 모든 사람은 장점이 있으면 약점이 있게 마련이다. 서로가 그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서로 돕고 사는 것이지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평생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나의 이야기 속에 장애가 언급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이야기의 초점은 장애보다는 더불어 사는 삶이 중심이 되어 풀어나갈 것이다.


브런치에서 기대하는 것


내가 브런치에서 많은 작가님들이 솔직하고 감동적인 글들을 보고 공감과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브런치를 통해 발행되는 나의 글로 인해 많은 분들과 소통하며 행복한 기운을 서로 나누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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