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며칠 전 수년 전에 퇴사한 후배가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식사 같이 하실래요?"
최근 쌍둥이를 출산을 하고 아기를 위해 기도를 부탁한 후배였다. 아픈 아기 사진을 수시로 공유하며 기도부탁을 했던 터라 후배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걱정이 앞서서 물었다.
"무슨 일?"
다행히 특별한 일은 아니고 신랑이 출산휴가를 내서 시간이 생겨 연락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염려했던 상황이 아니라니 다행이었다. 그래서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을 정하고 가만히 생각을 하니 그동안 맛있는 것을 대접한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힘든 상황에 있는 후배가 멀리 회사까지 찾아온다는데 이전처럼 햄버거나 먹여서 보낼 수는 없어서 가까운 곳의 피자파스타 식당을 예약했다.
약속 당일 날 후배는 식당으로 바로 가겠다고 메신저로 알려왔다. 나는 퇴근 후 곧장 식당으로 갔다. 후배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메신저로 소통은 있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2년 전 12월 초에 만난 후 처음이었다. 그때는 내가 쉬는 날이라 점심시간에 후배가 근무하는 회사에 잠깐 들러서 브런치를 했던 기억이 난다.
후배가 최근 쌍둥이를 출산하고 100일이 갓 지났기에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전 모습 그대로인 것에 놀랐다. 후배도 내가 할아버지처럼 변했을까 봐 걱정했다며 이전 모습 그대로라 다행이라며 웃었다.
후배는 지난 100일 동안 있었던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들을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며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아직도 두 아기가 병원에 있지만 이제는 고비도 넘기고 건강을 많이 회복해서 곧 퇴원을 앞두고 있다며, 중환자 실에 있는 아기를 면회 갈 때마다 얼마나 이쁘진 모른다고 그동안 찍었던 아기 사진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나 미안했다. 그동안 얼마나 혼자서 힘들고 두렵고 걱정했을까 생각하니 그동안 후배와 아기들을 위해 기도에 게을리했던 나 자신이 후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 다음 주면 둘째 아기가 퇴원 예정이고, 첫째 아기도 곧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회복 됐다고 했다.
우리는 피자와 파스타를 먹고 난 후 바로 옆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를 실컷 나누었다. 후배는 회사를 떠났지만 우리 회사에 대한 소식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좋지만 그때 나와 함께 일 했던 시간들이 가끔씩 그리워질 때가 있다고 했다.
나는 3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회사를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지만, 지난 일을 돌아보면 회사에 크게 기여했던 프로젝트들 보다도 함께 일했던 사람들만 생각난다. 인생에 있어서 함께 동역했던 사람들이 소중했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8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라 빨리 가야 하지 않냐고 걱정했더니 신랑이 집에 있어서 괜찮다고 했다. 오랜만에 나왔으니 내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택시를 호출했다. 후배는 내가 택시를 타고 가는 것까지 보고 헤어졌고 택시 안에서 후배가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
"오랜만에 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더니 목이 아파요. ㅋㅋㅋㅋ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늘 저녁 감사합니다."
나는 달리는 택시 안에서 답장을 했다.
"멀리까지 와 주고 감동이었어요. 내가 위로해 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더 즐거운 시간 보낸 것 같아요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기쁜 일만 넘치길 기도할게요. 두 아기와 큰 딸까지 훗날 다 같이 웃으며 봅시다."
나는 오늘 후배에게 핑크빛 커버의 성경책을 '선물하기'로 보냈다. 이야기 도중 우리 집에 성경책이 많이 있으면 한 권 달라고 했던 후배의 말이 생각 나서다. 과거 잠깐 교회를 다닌 적이 있던 후배라 성경을 읽는데 부담이 없도록 '쉬운 성경'을 보냈다.
"성경을 통해 위로와 감사가 넘쳐 나길 기도합니다."
라는 인사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