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7)
드디어 오늘이다!
경주로 수학여행 떠나는 날.
어머니께서 나를 기차역까지 데려다주셨다. 일찍 도착했는데도 많은 친구들이 벌써 도착해 있었다. 친구들도 대부분 처음 여행이라 다들 신이 나서 기차역은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어머니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 인사드리고 나를 부탁했다.
"선생님, 우리 K 잘부탁 합니더.
아픈 아를 이렇게 부탁해서 죄송합니더."
"어무이, 걱정하지 마이소.
지가 책임지고 잘 데리고 갔다 오겠십니더."
어머니는 나로 인해 고개를 숙이는 일이 일상이 되셨다. 나를 보내는 곳마다, 나를 맡기는 분에게 고맙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을 하셔야 했다. 그게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근심 가득한 얼굴로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경주로 가는 완행열차를 탔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기차. 조금 전까지 긴장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가 아픈 아이라는 것도 잊었다. 친구들과 그저 신이 나서 수다를 떨었다.
여행이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렇게 흥분되는 것이구나.
나를 둘러싼 울타리에서 항상 보호받던 내가 거친 세상으로 나왔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기대, 설렘이 동시에 밀려왔다.
경주역에 도착한 후 나는 친구들과 헤어졌다.
교감선생님과 같이 택시를 타고 먼저 숙소로 가기 위해서였다.
오후에는 불국사와 석굴암을 방문했다.
석굴암까지는 담임 선생님과 함께 이동했다. 다른 친구들은 걸어가는 길을 나는 선생님과 함께 택시를 탔다. 입구에 도착해서부터는 차가 다닐 수 없어서 선생님이 나를 업고 가셨다.
처음으로 업혀 보는 선생님의 등.
그때 그 어린 나는 다른 친구들과 같이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서 창피함도 무릅쓰고 주저함 없이 선생님 등에 업혔다. 당시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더운 날씨에 나를 업고 다녔으니 선생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지금도 내가 담임 선생님을 잊지 못하는 이유다.
선생님 등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간절했던 수학여행.
생애 첫 여행은 선생님의 등에서부터 시작됐다.
요즘 수학여행을 갈 때 선생님의 복장은 어떤지 모르겠다. 당시에는 선생님들이 모두 정장을 입고 가셨다. 그런데 우리 담임 선생님만 점퍼 차림으로 기차역에서 나를 맞이했다. 선생님께서 나를 업고 다니기 위해서 일부러 점퍼 차림으로 나오셨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