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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Oct 02. 2023

부대찌개

아들 밥 챙기기




오늘은 임시 공휴일이다. 덤으로 얻은 하루의 휴식. 마음이 너무나 여유로워서 좋다.


새벽 2시 30분까지 둘째 아들과 거실 등 교체하느라 씨름한 후 새벽 4시가 훌쩍 지나서 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11시 36분. 둘째 아들은 약속이 있어서 일찍 나갔고 첫째 아들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계속 자면 안 된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아내가 교회 집사님들과 여행 가서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들 방문을 열어보니 아들이 침대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아들은 어제 새벽에 술 냄새 폴폴 풍기며 들어와 씻지도 않고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 버렸었다.


"뭘 먹어야지?

 뭘 먹을래?"


"국물 있는 거.."


"국물 있는 거.. 음.. 그럼 라면뿐인데.."


"라면은 어제 먹었으니까 안 먹고 싶은데."


"그럼 뭐가 있는지 한 번 보자."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서 국물 요리를 찾아봤더니 다행히 밀키트 부대찌개가 있었다. 아들도 부대찌개 좋다고 했다. 밥은 밥솥에 안 했으니 간단히 즉석밥을 먹기로 했다.


부대찌개 밀키트를 꺼내 보니 뭔가 조리법이 쓰여있다.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아 아들이 읽어 주었다.


"소시지 적당히 썰고... 야채 적당히 썰고...

 이거 엄마 오면 해 달라고 할까?"


"아니야. 이거는 쉬워서 내가 할 수 있어."


나는 전골 스테인리스 냄비에 정수기 물을 담아서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그리고 소시지, 햄, 야채를 적당한 크기로 가위로 잘라서 국그릇에 담아서 미리 준비했다. 그리고 물이 끓을 동안 햇반 2개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3분 돌렸다. 물이 팔팔 끓기에 양념과 야채, 소시지, 햄 등을 모두 넣었다. 그런데 물이 많아 보였다. 싱거울 것 같은 예감이다. 국자로 물을 덜어냈다. 그리고 간을 봤더니 약간 싱거웠다. 냉장고에 있던 남은 김치 국물과 양념을 여기에 추가로 넣었다. 그리고 덜어냈던 국물도 다시 넣었다. 간이 적당했다. 3-5분 팔팔 끓인 후 라면사리를 넣었다. 그리고 3분 정도 더 끓인 후 아들을 불렀다.


"OO야, 밥 먹자."


아들이 전골냄비를 들어서 테이블로 가져가고 나는 전자레인지의 햇반을 꺼냈다. 전골냄비를 테이블로 옮긴 후 마지막으로 치즈를 넣었다. 국그릇과 수저를 챙긴 후 맛있게 오늘 아침 겸 점심을 아들과 같이 먹었다.




나 혼자 있으면 식사 시간에 뭘 먹든 크게 걱정이 안 된다. 하지만 아들이 같이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 뭐라도 해서 먹여야 할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아내가 있으면 손 하나 까딱 하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 같이 아내가 집을 비우면 아들을 챙겨야 한다는 부모 본능이 샘솟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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