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

나에게 늙음이란 무엇일까?

by 러브 마망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시간이 조금씩 내게 돌아오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매주 한 번, ‘동화 읽는 어른 모임’에서 엄마들끼리 함께 나누던 책 이야기는 그 시절 내 삶에 유일한 설렘이자 숨구멍 같은 시간이었다.


‘책 먹는 여우’는 제목이 신기해서,

‘돼지책’은 왠지 내 얘기 같아서,

‘개구쟁이 노마’는 어린 날의 나를 떠올리게 해서,

그리고 ‘미스 럼피우스’는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서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KakaoTalk_20251020_194820747.png 미스 럼피우스가 사랑한 꽃, 루핀


특히 미스 럼피우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찾아 여행을 떠난 그녀는

루핀꽃이 피어 있는 언덕에서 자신이 할 일을 깨닫고는 마을 곳곳에 꽃씨를 뿌린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고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미스 럼피우스는 나의 꿈이 되었다.

“너도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어.”라고 마치...

그때 나는 이렇게 속으로 외쳤다.

“그래, 나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될 거야.”


꿈이 꼭 직업일 필요는 없다는 걸 그 책이 처음으로 내게 가르쳐주었다.

그 놀라움은 마치, 어둠 속에서 초신성을 본 것 같았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렀고, 나를 단단히 묶고 있던 아이들은 이제 저마다의 삶에 바쁘다.

한때는 "취업하면 엄마한테 다 해줄게!"라며 웃던 아이들.

그 말들이 참 고맙고 사랑스러웠지만, 사실 가장 감사한 건, 이제 나에게 '나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오늘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그림과 삶을 풀어놓은방구석 미술관 2』를 다시 펼쳤다.

초반에 소개된 이중섭과 나혜석.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과 자신을 사랑했다.

책 읽기는 소소하고 확실한 즐거움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즐거움이 계속된다면, 어쩌면 나는 정말로 ‘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에게 늙음이란 무엇일까?”라고, 그리고 이렇게 대답해본다.


늙는 다는 것은?

마침내,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되는 시기.

변화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변화가 일어나는 때가 아니라 변화와 함께 존재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시간.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해하게 되는 나날들.

미래보다 기억에서 더 많은 기쁨을 찾는 일상.

소비보다 작은 연결에서 더 큰 온기를 느끼는 순간.

그리고 젊은 날 내 삶 속에 저축해둔 선한 영향력의 힘을 꺼내 쓰는 시기.


나는 지금,

어른이 되어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처음엔 서툴렀고, 지금도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도 매일, 내 속도로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나아간다.

책읽어 주는 할머니는 아니어도 뭔가는 하고 있는 어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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