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르고 싶은 마음

존중 위에 얹힌 다른 의미이고 싶은 바람​

by 러브 마망

여보 대신, 이름을 불렀다.

그는 여전히 나를 '여보'라 부른다.


결혼한 지 오래도록 나는 남편에게 존대어를 했다. 그 습관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큰 불편 없이 살아왔다. 존대는 예의의 표현이자 존중의 방식이라 믿었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변화가 일었다. 여보 대신 그의 이름을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존대에 남편이 어떤 생각이었는지 모르듯이 나의 반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단순히 존댓말을 줄이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 오래된 벽을 허물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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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존대어는 존중의 언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거리의 언어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우리는 그 거리를 무심히 지켜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퇴직과 함께 사회적 역할이 벗겨지고, ‘아내’나 ‘엄마’ 같은 호칭보다 더 중요한 건, 그저 한 사람으로서의 나 자신이다. 그런 내가 그와 마주 서면, 존중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그와 좀 더 가볍고 다정하게 연결되고 싶다.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고, 친구처럼 대화하며, 친구처럼 웃는 노후. 그것은 존중을 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존중 위에 얹힌 다른 의미이고 싶은 바람이다. 이름 속에는 “나는 너와 자연인의 관계로 있고 싶다"라는 오래된 고백이 숨어 있다.


그는 여전히 그자리에 있다.

나는 그 고백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꺼내어 건네고 싶다. 존대어 대신, 그의 이름을 불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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