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현실을 마주하다
요즘 들어 자꾸만 마음이 붉어진다.
불안하고, 들뜨고, 조금은 허전한 그런 색.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삶의 리듬이 달라진다.
느려지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그래서 지난 두어 달 동안 가계부를 써보았다.
내가 어떻게 쓰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막연한 불안을 숫자로 붙잡아보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계부를 쓰든 안 쓰든 내 삶의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건 어쩌면 ‘기록’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삶을 바라보는 ‘기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기준’을 다시 세워보려 한다.
행복의 기준, 만족의 기준, 삶의 기준.
누군가에겐 두둑한 통장잔고가 그 기준일 테고,
누군가에겐 오후의 햇살 한 줌이 그 기준일 테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찾아가는 중이다. 천천히, 조용히.
요즘,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 3』을 읽고 있다.
작품에 얽힌 화가들의 이야기는 묘하게 내 불안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고통스러운 여정은, 내가 노후의 본질을 찾아 헤매는 것과 닮았다.
피트 몬드리안은 자연을 그리던 화가였다.
그러다 입체파와의 만남 이후 선과 색만으로 세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수직선, 수평선, 원색과 무채색…
그 단순한 조합 속에서 그는 오히려 가장 깊은 안정감을 느꼈다고 한다.
뉴욕의 자유로우면서도 정돈된 거리에서 그는 행복했다.
아마도 그 안에선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기만의 기준이 또렷했기 때문이었겠지.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은 만들 수 있다.
그 조건을 하나하나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를 위한 은퇴 설계일 것이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나를 위한 설계의 시작이다.
정답은 없지만, 내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기 위한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첫 발을 떼는 중이다.
자산 현황
국민연금(수령 예정), 예금, 거주 주택, 곧 받을 퇴직금. 큰 부채는 없음
연도별 준비
2025년: 퇴직, 퇴직금 정리, 블로그·유튜브 수익화 준비
2027년: 개인연금 수령 시작, 틈새 일자리·강의·시간제 근무 탐색
2030년: 부부 모두 국민연금 수령, 안정적 생활 기반 마련
지출 관리
기본 생활비 월 300만 원 내외, 변동 지출은 연간 예산 관리.
비상자금은 생활비 6~12개월분 현금으로 확보.
주택은 필요시 매각·임대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