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시길.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순진한데다 공평하지 않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늘 마음을 담아 썼다.
파주와 종로와 강서구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동선을 확인했다. 월요일 몰리김밥 (중략) 금요일 몰리김밥. 노출을 전혀 염두에 두기 않은 하 사람의 생활과 식사, 그런 걸 보면 그런 걸 보고 있다는 것이 민망하고 미안했다. 몰리김밥이 그 동네 맛집인가, 멍하니 생각하기도 했다.
플랭크 2분을 버티며 근래 내 동선이 선이라기보다는 점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일할 수 있으니까, 내 주소지에 점으로 머물렀다.
얼굴은 피로로 거의 구겨져 있었다.
동생과 동거인과 나는 사람들이 전염병을 동일하게 겪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바이러스엔 "국경이 없"지만 "우편번호가 건강상태를 결정"한다 우리는 그 말을 얼른 알아듣는다.
혐오는 어디에나 있어. 내게도 있다. 나는 실은 많은 순간 내 이웃을 혐오하고 먹는 입을 혐오한다. 하지만 그걸 남에게 드러낼 권리가 내게는 없어. 그런 건 누구에게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걸 한다. 어디에나 있다.
요즘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쓰면서, 문장을 쓰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 음악의 도움을 받는다. 다른 사람이 애써 만들어 낸 것으로 내 삶을 구한다.
타인의 애쓰는 삶은 나와 어떻게 연결 되어 있는가.
사람은 그렇게 될 수 없어. 날개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그 몸이 맥락으로 다른 몸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달도 아직 지지 않는 새벽에 경의중앙선을 타고 내려오는 열차를 생각하는 일은 어쩐지 우주를 생각하는 일과 닮았다. 하지만 그건 우주의 일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일이다. 사람이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