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이와의 세계 여행, 그 후의 삶에 대한 기록

-프롤로그-

by 김혜원

이것은 세계 여행에 관한 책이다. 아니다. 세계 여행, 그 후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계 여행에 관한 책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과감히 장기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지에서 겪은 자신만의 생각이나 느낌을 남겨 놓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본전이 아쉬워 베스트셀러를 꿈꾸며 쓰는 것일 수도 있겠지.

여행지에서 느끼는 '특별한' 경험은 사실 들여다보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남들이 다니는 경로를 따라 같은 풍광을 바라보고(사진 각도까지 같게 말이다.) 이곳을 먼저 다녀간 선배 여행자들의 조언과 느낌에 동조하거나 비판한다. 그러니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때로는 반강제적으로 그 여행지에 가면 반드시 보고 가야하며 먹어야 할 것들이 공식처럼 생기곤 한다.

홀홀단신으로 떠나는 젊은 나였다면 아마 새로운 오지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경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휴대폰을 볼 때 근시안경 초점이 맞지 않는 40대 중반의 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역시 함께 늙어가는 남편과 여행이었다. 때문에 세계 여행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고는 뻔한 여행지 감상 정도가 될 것 같아 자신이 없었다 특별할 것이 있다면 우리 대단이가 자폐성 장애가 있다는 것인데, 신기하리만큼 아이의 장애가 여행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폐 아이와 세계 여행을 했다고 하면 어려움을 극복하고(장애를 이겨내고?) 어려운 도전을 해내는 대단한 가족이라며 신기한 눈으로 본다. 그리고 응원해준다. 처음 여행지에서부터 한 20여일간은 나 스스로도 불굴의 의지로 어려운 도전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리서 어떤 에피소드가 생기면 아이의 장애와 연관지어 '생각'해 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에피소드는 아이와 함께하는 세계 여행이라면 다들 겪는 어려움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건 아이의 장애 문제는 아니었다. 장애가 있으면 여행이 힘들거라는 편견을 나조차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몸은 7살이지만 5살쯤으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남들이 생각하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가족'도 아니였고, 그저 돈벌지 않고 베짱이처럼 유랑이나 하며 노는 가족이었다.

그런데 왜 나는 기록을 해두고 싶은 걸까? 어떤 기록을 남기고 싶은 걸까? 떠나기 전과 다녀온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데 주어진 삶을 하루 하루 버티며 사는 것은 똑같나? 세계 여행을 다녀온지 1년 반이 되어 이제는 기억마저 희미해진 것을 끄집어 내고 싶은 이유는? 이에 대해 2가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첫째, 우리 대단이에 대한 이야기는 꼭 기록해 두어야겠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단이의 성장 기록이다. 둘째, 2번째 세계 여행을 가기로 한 만큼 첫 세계 여행에서의 아쉬운 점을 상기시키고 싶은 생각도 있다.

꾸준히 쓰며 생각과 경험들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떠나기 전과 떠난 후의 나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들을 끝내고 나면 내가 꼭 답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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