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키지 못한 나의 아이들에게

by 김혜원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이 졸업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는 ‘우리 반’이라 부를 수 없는 아이들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2학기를 함께하지 못했으니, 나는 그저 한 계절을 스쳐 지나간 선생일 뿐이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이토록 헛헛한 것은, 내 마음속에서만큼은 아직 아이들을 졸업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6학년 담임이 학기 중에 교실을 떠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예민한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 담임이 바뀐다는 것이 큰 일임을 알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아꼈기에 마지막 수업 날은 아이들과 부둥켜안고 우느라 끝내 인사를 다 맺지도 못했다. 평소 수학 수업에 진심이었던 터라 마지막까지도 ‘선생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수학 수업을 시작했는데, 간단한 계산조차 틀리거나 설명을 못해 쩔쩔매다 울어버렸다. 아이들은 가지 말라고 울었고, 나는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억지로 교실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이기적인 일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무너진 건강으로는 아이들에게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었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두드러기가 돋고 몸이 비명을 지르는데 이걸 무시하고 버텼다면 아이들에게도 그늘이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중한 내 아이, 대단이를 위해서라도 나는 멈춰야만 했다.


졸업식 날 교문 앞까지 달려가 아이들을 한 명씩 힘껏 안아줄까 이런저런 생각에 요 며칠은 잠이 쉬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담임 선생님께 실례가 되는 일이다. 휴직할 때 내 새끼들을 남에게 맡기고 나오는 기분이 들어 죄책감이 명치끝에 걸렸지만, 이 그리움을 표현하는 것조차 내 마음 편하자고 부리는 욕심이다. 휴직하고 나온 주제에 아이들을 애틋해하는 게 가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이 아이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걸까. 조용히 시계를 보며 마음속으로 졸업식 식순을 따라가 본다. 개회사, 상장 수여, 그리고 마지막 교가 제창까지. 그리고 전하지 못한 진심을 글로 남긴다.


"안녕, 나의 아이들아. 이제 내 마음에서도 진짜 너희를 졸업시켜 줄게. 더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렴. 끝까지 곁을 지켜주지 못한 이 선생님을 용서해 줄래?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더 단단한 사람이 되자. 그렇게 서로 예쁘게 여물어 가다가, 어느 좋은 날 좋은 때에, 웃으며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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