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特)

지효 중학교 졸업

by 배고픈 애벌레

사랑하는 지효의 중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몇 주 전부터 휴가를 내고, 드레스와 구두를 사고, 귀걸이를 고르고,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며 기다렸다.


너무 작아서 만지기도, 안기도 조심스럽던 아이가 어느덧 내 키보다 더 크게 자라 있다. 속 깊고, 명랑한 아이는 이방인의 삶을 시작하며 고군분투하는 부모의 형편을 알았는지 캐나다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떼도 쓰지 않고, 제 할 일을 알아서 척척해내며 손이 갈 일을 만들지 않았다.


어느 날은 점심 도시락으로 야채가 듬뿍 들어간 카레를 싸줬는데 한 아이가 똥 같다며 놀렸다고 했다. 그래서 뭐라고 했냐고 물으니 네 살 꼬마가 하는 말이 얼마나 맛있는지 네가 몰라서 그런 거라며 그 앞에서 남김없이 먹었단다. 그래서 창피하지 않았어 하고 물으니 괜찮았다며 어깨를 들썩였다. 어린 나이었다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환경에 놓였을 때, 어느 순간은 어색하고, 힘들었을 법도 한데 우리 지효는 내가 이민자라는 사실조차 잊게 하리만큼 적응도 잘하고, 명랑하게 새로운 환경을 흡수해 자신의 세계로 만들어갔다.


지효가 다섯 살 때인가 어느 초등학생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생각하며 지었다는 '가장 받고 싶은 상'이라는 시를 읽어주었다. 지효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품에 안기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딸이 키가 자라듯이 마음도 생각도 잘 자라고 있음이 감사해서 가슴이 뭉클했다. 지효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내게는 새롭고 특별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구두를 신으니 숙녀 티가 제법 났다.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 사이로 들어가며 손을 흔드는 지효가 내 눈에는 제일 예뻤다. 졸업장을 받으러 단상 위로 올라가는 아이들 사이에 지효가 있었다. 당당하게 졸업장을 받아 들고는 손으로 특이한 제스처를 해 보였다. 그 짧은 순간에 아이가 말하려는 건 무엇이었을까? 친구들은 그 뜻을 아는지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지효의 모습이 무대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나의 시선은 온통 한 곳을 향해 있었다.


지효는 K-pop을 좋아하고 즐겨 듣는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효가 가장 좋아하는 보이그룹이다. 이번에 나온 스트레이 키즈의 정규 3집 앨범의 타이틀곡이 '특'이다. 특이한 아이들 중에서도 자신들이 가장 빛나고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효가 졸업장을 받아 들고 했던 몸짓도 '특'의 노래와 안무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알았다. 지효는 자신이 얼마나 빛나고 특별한 존재인지 알고 있는 걸까? 엄마에게는 수많은 별 들 중에 지효라는 별이 가장 아름답고 밝게 빛나는 Star라고, 그리고 클래스는 특이라고. 지효가 좋아하는 그룹의 노래를 빌러 말해 주고 싶다. 너는 가려진 별 들 사이에 떠오르는 특별이라고.


졸업식을 위해 샀던 백합 한 다발을 꽃병에 꽂아 거실에 두었다. 하루 만에 활짝 핀 꽃은 짙은 향기를 뿜으며 집안 공기를 바꾸어 놓았다. 밝고 명랑한 지효의 모습이 떠오른다. 강단에서 보여줬던 지효의 제스처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더 넓은 세상 속에서 기쁘게 살고, 배움을 얻고, 더 지혜로워져라.

너에게 주어지는 매일의 삶 속에서 보석을 줍듯 특별함을 찾아 모으렴.

사랑한다. 나의 가장 별, 지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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