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키워도 다 소용 없다_ 폭싹 속았수다

왜 사람들은 이 드라마에 열광할까?

by 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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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 널 못 살게 해? "

" 아 $)*%(*%(*)^*()^*)(^*(^*)*!!!~~~"


폭싹 속았수다에서 기억남는 두 대사이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거실에 틀어져있는 소리만 간간히 들었을 뿐인데, 내가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데시벨이 한참 높다. 제주도 방언이라 그런지, 옛날 그 시절 감성을 자아내기 위해서인지, 또 고통과 시련이 많은 드라마라 그런지 울거나, 소리지르거나. 짜증내거나. 셋 중 하나라 이 드라마는 감정 호소만 하는 드라마인가.

그렇게 좋게 보이진 않았던 드라마이다. 그놈의 '애순이... 애순이...' 애순이가 누구길래! 그러다 한 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인기 있는 드라마는 이유가 있다 싶었다. 그 이유를 한 번 분석해보고자 한다.


1.Retro

이 드라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 시기는 1960년대 제주 4.3사건이 끝난 이후의 시기이다. 다만 그때의 애순이가 2025년이 되면 할머니가 되고, 60년대부터 2025년까지 어떤 고생을 하며 아이들을 키워오는지 다루는 내용이다. 부모님 세대가 공감하면서 보기 좋은 것이, 응답하라 1988, (그 외 시리즈) 를 연상케 한다.


1280 어쩌면, 박보검 캐스팅도 여기에서 비롯되어있을 수도...

응칠, 응사, 응팔 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을 받은 레트로 열풍. 그 밖에도 빠르게 현대화되는 세상에서 레트로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건 당연한 현상인 듯 싶은데. 자극적인 드라마, 영화들이 출몰하는 가운데 피로해진 시청자들을 사로잡는건, 옛날 그 때 감성이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내 기준에는 좀 신파 스러운 너무 감정이 절절한 부분이 많이 나오지만. 그게 오히려 매력포인트가 되어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유튜브에만 봐도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눈이 팅팅 부었다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말이다. 과거 '클래식' 영화 처럼, 한국 영화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절절 뜨거운 감성이, 오히려 다시 유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한의 민족인가...

news-p.v1.20250323.79210b0e74bb43d3b31a89fe10006937_P1.jpg 마을 아줌마들의 대화 장면도 한국 드라마 특유의 '재미'를 잡아준다.

(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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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랑은 좀 다르지만, 시골의 순박한 로맨티스트가 나오는 '동백꽃 필 무렵'도 생각났다. 순박한 남자 주인공과 어느정도는 당찬 구석이 있는 여자 주인공. 요즘 드라마 ( 이전에도 그랬나? ) 의 자주 보이는 그림 같기도 한다.

2. 탄탄한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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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일하게 제대로 본 장면. 순애의 딸이 부잣집 아들과 상견례를 하는데, 미래 시어머니한테 엄청나게 무안을 받는다. 온실 속 화초처럼 컸는지 제대로 못배웠는지 국은 왜 이렇게 뜨냐고, 이에 순애는 일어나서 대신 그 국을 뜨면서, 자기가 잘못 가르쳤다. 귀하고 아까워서 안가르쳤다. 라며 오히려 멕이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직접 봐야 감명깊다.


또, 이렇게 무안을 준 시어머니가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서도, 자신이 옳다며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는 모습까지. 숨이 딱 막힐 정도로. 연출을 참 잘한다. 대사 하나하나도 참 잘 만들었다. 좋은 스토리는 결국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여야 한다. 어떤 드라마들은 어떤 빌드업이나 연출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감정 팔이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드라마는 잘 짜여진 극본 같다. 금명 아버지의 손을 일부러 고된 손으로 분장을 한 것이라든지,

불쌍해보이는 연출들이 어떨 땐 과하지만, 일단 눈물을 자극한다는건. 좋은 스토리라는 증거같다.


3. 고생 리얼리티

1번과도 연결되는데, 이를 보는 부모님 세대들은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 같다. 이 드라마의 핵심 키워드는 '고생'이다. 1화? 2화? 만에 이미 주인공 둘은 이어지고 결혼을 한다. 그리고 남은 화들은 다 고생이라는 얘기다. 나중에 관식은 가장으로서 너무 고생한 나머지 다리를 전다. 아직도 그들은 가난한 편에 속한다. 물론 크게 못사는 건 아니지만, 딸인 금명은 자기 유학도 보내주지 않았다고 부모를 원망한다. 기껏 키워놨더니...

이것도 공감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금이야 옥이야 아이가 위험했던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엄마가 구해서 키운 모습들을 디테일하게 연출한다.


그리고 애순이, 애순이의 딸 금명이의 공통점은 예비 시어머니한테 거한 반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명 고부 갈등. 그리고 그 사이에 낀 남편의 태도. 애순의 남편 관식(박보검)은 아내 애순과 아이만 따로 격리한 밥상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가족과 먹던 그 상에서 등을 돌려 애순이와 밥을 먹는다.

"그때 그 180도가, 얼마나 큰 가장으로서의 혁신이었을지, 모른다." 뭐 대충 이런 대사가 있었던것이 인상깊다. 아무튼 이런 고부갈등까지도, 그리고 집안이 한 번 엄청나게 기울어져 더 고생하게 되는 그 사회적 배경까지도, 공감을 받았을 것이다.


제작비가 600억이 들었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면 이걸 어떻게 구현했지? 싶을 정도로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 것 같다. 사실 난 이 드라마를 더 볼 것 같진 않다. 드라마를 보며 울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한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단, 볼륨은 좀 줄이고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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