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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Jan 26. 2023

행복 이야기

지표, 개념, 사례 연구

왜 행복을 이야기하려고 할까요?


행복의 패러독스는 행복한 사람 또는 사회는 굳이 행복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행복을 이야기하는 사람 또는 사회는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 신체적, 생활 조건 등은 과거에 비해 나아졌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현대인은 개선된 외부 조건과는 달리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를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이 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점점 더 고립된 상태에서 자기 자신 중심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더욱이 SNS에 참여하는 다수의 사람은 행복을 물적 기반 또는 명성 등으로 생각하고 그런 삶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욱이 한국의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에 비해 물질적 조건은 풍요로워졌으나 기회의 측면에서는 문이 좁아졌다는 점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브런치를 통해 행복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한국인 또는 세계인이 느끼는 행복의 실태를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살펴보고자 합니다.      

OECD와 같은 국제기구 또는 일부 연구자들이 행복 또는 삶의 질 수준을 측정하고 비교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 연구는 어떤 분석 틀을 갖고 행복을 측정하는지 살펴보고 그 장점과 더불어 취약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석 방법을 보완하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도 논의하려고 합니다.     

저는 오랜 기간 지표 연구를 하였습니다. 저의 첫째 지표 연구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지원으로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 수준을 선진국들과 비교하기 위해 경제사회발전지표를 만들어 OECD 및 G20 국가와 시계열 및 횡단면 분석을 통해 한국의 발전 정도를 진단하였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지원으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진단하기 위한 국가경쟁력 지표를 만들어 우리의 강단점을 점검하고 정책 방향의 시사점을 제공하였습니다. KDI의 후원으로 국가, 시장, 시민사회를 포함 거버넌스 지표를 만들어서 한국의 거버넌스 수준을 진단하였고 이를 응용하여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거버넌스 비교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사회통합위원회의 요청으로 사회통합지표, ADB와 중국정부의 요청으로 현대화 지표, ADB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난지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후원으로 만든 행복지표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로운 지표 연구이었습니다. 당시 행복연구를 진행하면서 과연 어떤 나라가 행복한지 몇 나라를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흔히 행복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부탄, 행복 관련 국가 주도 연구를 수행하는 두바이, 그리고 행복지수에서 항상 최상위권인 덴마크, 핀란드 등을 방문하면서 행복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행복 연구를 진행할 때는 행복지수를 만들고 지표를 활용한 분석이 것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행복지수 연구를 진행할 때는 모범 국가에 대한 사례 연구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는 행복하면 항상 최상위권으로 나오는 덴마크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둘째,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의 개념에 대한 연구도 동시에 진행하고자 합니다.      

인류의 목표는 오랜 기간 생존이었습니다. 물질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류는 살아남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었습니다. 이렇게 생존 문제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오늘날과 같은 다수의 사람이 참여하는 행복 논의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철학자를 중심으로 행복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졌습니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행복이라 생각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듯이 행복 연구는 최소한 근대 사회 이전까지는 내면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러다가 근대 사회에서 물질적 기반이 갖춰지고 개인 중심의 시민사회가 등장하면서 행복은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의 일부분으로 간주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행복을 주어진 권리로 파악하면서 행복은 더 이상 내면적으로 추구할 가치가 아닌 외부에서 구체적으로 쟁취해야 할 무엇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행복을 정의할 때 내면적인 측면보다는 외부 조건이 보다 중시되고 있습니다.     


셋째, 현대 사회에서 행복 연구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도 살펴보려고 합니다.      

앞서 행복개념 연구에서 살펴보았듯이 행복은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측면뿐 아니라 물질적이고 사회적 측면에서도 접근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행복 연구를 보면 상당수는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측면의 연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심리학자를 중심으로 진행된 행복연구는 인간의 내면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되 연구 방식은 과학적인 방식을 채택합니다. 예를 들면 누가 행복한지를 뇌 실험을 통해 살펴보고, 행복의 정도에 따라 기대 수명, 정신 및 육체적 건강, 창의성 및 혁신 등이 어떻게 달리 나타나는지 실증 분석을 시도합니다. 특히 이들 연구에 따르면 행복은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생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이들 연구에서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을 유전적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한편, 행복에 대해서는 최근 경제학자의 참여가 늘고 있습니다. 두바이에서 열리는 세계행복포럼에 참석해 보면 행복은 더 이상 심리학자, 사회학자만의 영역이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는 밥상이 차려지기 전까지는 새로운 공부에 잘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행복과 관련해서는 이제 어느 정도 밥상이 차려졌기 때문에 경제학자의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밥상은 바로 경제학자가 먹고사는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즉, 행복을 측정하는 주관적 만족도 관련 양질의 데이터가 경제학자가 활용할 만큼 충분히 쌓였기 때문에 경제학자는 기존의 경제변수를 갖고 다양한 국가, 다양한 제도적 조건 하에서 행복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02년에 BRUNO S. FREY and ALOIS STUTZER가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에 행복연구 현황을 발표했고, 그 이후 행복 연구는 경제학자들에게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넷째, 어떤 나라가 왜 행복한지 사례연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로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행복 관련 지표, 개념, 문헌 연구 등은 이미 과거에 미리 연구한 내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필자의 입장에서는 새롭게 공부해야 할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반면 행복한 국가에 대한 사례 연구는 비교적 생소한 영역이어서 앞으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행복 또는 삶의 질 관련 어떤 연구를 보아도 항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오는 국가가 스칸디나비아 국가입니다. 흔히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를 지칭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잘 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이들 나라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기도 합니다. 이는 한국인뿐 아니라 서양 사람 역시 스칸디나비아 국가에 대한 무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Michael Booth는 The Almost Nearly Perfect People에서 이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행복한 국가 사례연구로 덴마크를 다룰 예정입니다. 덴마크는 2012년부터 매년 발표되는 세계행복지수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있습니다. 덴마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힐러리 클린튼, 샌더스로부터 보고 배워야 할 모범국가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영국 감독 Adrian Shergold는 Denmark라는 영화에서는 가난한 영국인이 치과 치료를 위해 덴마크의 감옥에 가려는 이야기를 합니다. 가난한 영국인보다 감옥에 있는 덴마크인의 복지 수준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15세부터 음주가 허용되는 덴마크에서 술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 Another round는 미남 배우 Mads Mikkelsen 덕분에 아카데미 외국영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 덴마크 하면 무엇을 더 알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전 세계 미식가가 인정하는 식당 Noma, 훌륭한 디자인의 가구, 그리고 칼스버그 등 심심한 맥주 등이 덴마크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렇지만 경제학자 입장에서 보면 덴마크 하면 연상되는 것이 the Danish model입니다. 덴마크 모델의 실체는 잘 모르지만 여기저기에서 가끔 들어본 기억은 납니다. 특히 덴마크 모델이 함의하는 협치와 조합주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모두 생소합니다. 과연 어떻게 덴마크는 이해관계자 간에 타협을 이루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앞으로 위의 4가지 주제에 대해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당장 가장 궁금한 내용은 덴마크 모형이라는 점에서 덴마크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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