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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Sep 19. 2023

홍수로도 끌 수 없는 위대한 사랑불~영화 그을린 사랑

충격과 전율 그리고 감동

영화 '그을린 사랑'은 컨택트듄과 같은 영화를 만든 캐나다 감독 드니 빌뇌브의 2010년 작품이다.

감독은 연극으로 먼저 이 작품을 보고 커다란 충격과 전율을 느끼고 5년 간 시간을 들여 영화를 만들었다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캐나다의 쌍둥이 남매인 잔느와 시몽이 어머니 나왈의 죽음 앞에 그녀의 마지막 유언을 전해 들으면서 당혹감과 혼란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유언의 내용은 나왈이 살아있을 때 말해주지 않았던 "생부와 존재를 몰랐던 형제"에게 편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편지를 전하기 전까지는 장례를 치르지 말라는 당부도 변호사를 통해서 전달되는데 두 남매는 할 수 없이 어머니의 유언을 실행하기로 하며 어머니 나왈의 고향인 중동으로 떠난다.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중동으로 떠난 남매는 베일에 싸여 있던 그녀의 과거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과거의 끝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충격적인 진실을 통해 남매는 커다란 고통과 마주하게 되고, 결국 어머니를 이해하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수용하기로 하는 듯하다.     


전쟁, 난민, 억압, 폭력 등 한 여인의 힘겨운 삶 속에 묻혀있던 참담한 사건들과 그 결과로 빚어진 가혹한 운명을 그려낸 이 가족들의 이야기는 선과 악, 사랑과 증오, 고통과 화해, 인간의 의지와 저항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삶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신의 실험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사실 나도 어안이 벙벙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한참 후 다시 찾아보면서 충격을 넘어 아픔 속에서도 조금씩 더 이해가 되었지만 운명 앞에 던져진 한 여인의 처절한 이야기가 여전히 내게도 무거운 영화다. 

     

지중해와 만년설이 있는 아름다운 나라 레바논, 한때는 중동의 보석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오랜 내전으로 급기야 중동의 화약고가 되었다. 그곳에서 기독교인이었던 나왈이 무슬림 난민과 사랑에 빠지자 그녀의 형제들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그 사랑하는 이를 총으로 쏘아 죽여 버린다. 그러나 이미 사랑의 열매를 가진 그녀가 그의 아들을 낳은 순간부터 기구한 운명의 그녀는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없게 된다. 낳은 아들에게 발꿈치에 점 세 개를 찍어 고아원으로 보내고 훗날 아이를 찾아 다시 고아원으로 가 보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이다.


그러다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의 학살로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는 이슬람 테러 단체에 가담하여 기독교 민병대 지도자를 암살하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런 나왈이 고문 기술자인 "아부 타렉"에게 감옥에서 강간을 당하고 다시 감옥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된다.


딸 잔느는 유언에 따르기 위해 엄마의 과거 행적을 파헤치다 자신과 시몽이 감옥에서 강간을 당해 낳은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심한 충격에 휩싸이고 아들 시몽은 자신의 형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영화의 스토리는 혼돈스러운 내전으로 삶을 송두리째 뺏긴 한 인물의 인생을 막다른 골목까지 밀어붙이며 더욱더 잔인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충격적인 결말은 한동안 정신을 멍하게 하는데 가해자와 피해자도 선과 악도 모든 경계를 허무는 듯....

결국 시몽이 찾은 형은 고문기술자이면서 교도소에서 엄마를 강간했던 "아부 타렉"이었다는 사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아부 타렉은 캐나다로 옮겨 자신을 과거를 신분 세탁하여 살고 있었는데 우연히 나왈이 수영장에서 아부 타렉의 발꿈치에 있는 점 세 개를 보고 자신이 버렸던, 그리고 애타게 찾았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발 뒤꿈치를 보고 황급히 앞모습을 확인한 그 얼굴은 바로 아부타렉이었고 바로 쌍둥이들의 아버지였다!!  그때 이후로 그녀는 말을 잃고 멍하니 있다 죽음을 맞이했다.






엄마의 유언을 읽는 쌍둥이 남매
나왈의 아들이자 쌍둥이 아버지가 된 고문관이었던 아부타렉 / 변호사의 말을 듣는 쌍둥이 남매


그을린 사랑의 원제는 “Incendies”화염이다. 화재, 화염 같은 뜨거움, 상처, 격동등의 뜻이다. 불에 덴 거 같은 충격과 아픔이 아닐까 짐작이 된다. 영화 속 잊을 수가 없는 대사들이 있다.      


   아들 -시몽

누나, 1+1 = 2... 1+1= 2인데... 1 + 1 = 1 이 될 수 있을까..?

자기형이 아버리지라는걸 알고... 경악한 시몽이 잔느에게 ㅠㅜ     



나왈 마르완은 아들이자 고문관이었던 아부 타렉에게 편지를 남겼다.     

너는 사랑으로 태어났어, 그러므로 네 동생들도 사랑으로 태어난 거지...

어떤 일이 있어도 널 항상 사랑할 거야!


이건 고문가가 아니라

내 아들에게 하는 말이야

어떤 일이 있어도 널 항상 사랑할 거야 네가 태어났을 때 해준 약속이란다

어떤 일이 있어도 널 항상 사랑할 거야

평생 동안 찾아다녔단다 그리고 찾아냈지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네 오른쪽 뒤꿈치엔 문신이 있지 나는 그것을 보고 너를 알아보았단다 잘생긴 아이더구나

너를 내 사랑으로 감싸줄게 기운을 내거라

함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니까

너는 사랑으로 태어났어

그러므로 네 동생들도 사랑으로 태어난 거지 함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란다      

너의 어머니 나왈 마르완 

72번 죄수로부터     


엄마- 나왈 마르완      

이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구나너희가 태어난 순간부터가 시작이라면 그것은 공포였을 테고너희의 형이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그것은 위대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

너희 이야기의 시작은 약속이란다... 분노의 흐름을 끊어내는 약속...!

나왈마르완이 쌍둥이 자녀에게 남긴 편지 중에서     






결국 세 자녀에게 남긴 어머니의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편지다.

이 모든 걸 보면 그냥 가슴이 먹먹해진다. 

화염에 그을린 엄마의 사랑이 숯처럼 새까맣게 타 들어간 엄마의 심장처럼 느껴지고....

화염에 목이 타 들어가고 심장이 불타면서도 자녀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 모든 걸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그 절대적 모성의 사랑은 뭘까?...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마지막 순간까지 세 자녀를 붙잡고 아들을 용서하고 남은 자녀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요청하는 사랑, 

용서와 사랑으로 분노의 흐름을 끊어내려는 약속!...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처음 영화를 봤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이제는 운명적인 일로 일어나는 것에는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더 큰 사랑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나도 받아들이게 되는 영화다. 

안타까움과 아픔과 큰 슬픔 속에서도
어머니란 이름의 절대적 무조건적 조건 없는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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