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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Sep 24. 2023

한국인이 만든 '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은 왜 한국에서 유독 통용되는 말이 된 걸까?

리플리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이 나온 영화를 보고 나서 왜 이 말이 유독 한국에서만 많이 쓰이게 된 걸까?...한 동안 고민 아닌 고민을 해 보게 되었다. 아직 뚜렷한 답은 내릴 수 없다. 나름 짐작과 추측은 하고 하게 되었지만...


참고로 '리플리 증후군'은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으며 결국 스스로 지어낸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정신적 상태에 대한 말이다. 그런데 찾아보면서 놀랐던 건 오직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말이고 우리가 만든 신조어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의학적인 용어는 절대 아니고 단지 이 영화에서 파생된 말이다.


원제 포스터와 부잣집 아들 디키


영화 '리플리'는 범죄 스릴러 장르물이다.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사이코패스 톰 리플리의 이야기다.


 영화는 1955년에 나온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 심리 스릴러물인데 원제는 재주 많은 리플리다 -The Talented Mr Ripley. 동명 소설 작품으로 이미 1960년 프랑스에서  '태양은 가득히 '라는 제목의 '알랑 들롱' 주연의 영화로 대 히트를 쳤던 버전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같은 소설의 특히 결말 부분에서 다른 버전으로 제작되었기에 태양의 가득히의 리메이크 후속 편이라 볼 수는 없다.


아무튼 영화 리플리는 주인공 '톰 리플리'의 사기 행각과 더불어 그의 심리 상태를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감정변화등 연출도 뛰어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잠시 쉴틈도 없이 몰입하게 되었다. 게다가 보통 영화를 볼 때 무엇보다 스토리 라인에 더 비중을 두고 보는 내게 특히 잘 짜인 치밀한 스토리가 연기, 연출에 못지않게 더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주인공 리플리역을 맡은 맷 데이먼의 빙의? 신들린 것 같은 연기가 대단했다. 성대모사뿐 아니라 소심하면서도  어두운 리플리의 캐릭터를 거짓으로 더 밝게 환하게 웃는 모습이나 순간적으로 돌려대는 상황 등을 이중적으로 잘 표현했다 본다. 재즈 바에서 디키에 의해 끌려 나와서도 그와 함께 노래 부를 때 그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노래를 잘 부른다. 그렇게  매 순간 찰떡같은 타이밍과 거짓말의 궁합으로 맞춰나가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보다는 제발 들통나지 말고 끝까지 가 보라는 심정으로 보고 있는 나... 거짓이 진실이 되어버리는 듯한 이행과 동화작용? 이것이 흔히 말하는 리플리 증후군의 하나가 아닐까 하며 영화를 보고 나서도 잠시 섬뜩해졌다.


그런데 영화에서 좀 심하게 모든 상황이 리플리에게만 계속 너무 유리한 쪽으로만 흘러가니 중간에 좀 현실성이 떨어지게 여겨져 짜증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정말 치밀하게 꿰어 맞춘 스토리로 우연처럼 연결되는 사건의 연속에 설득당하게 된다 ㅠㅜ 그렇게 영화는 쉴 틈도 주지않고 세 명을 죽인 사이코패스인 리플리에게 끌려가니 영화적 흥미로서는 잘 만든 영화라 봐야 할지도 모른다.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고 낮에는 호텔 보이로 별 볼일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톰 리플 리(맷 데이먼)는 어느 날 상류층 사람들의 파티에서 연주하기로 한 피아니스트가 팔을 다치는 바람에 대타로 연주하게 되고 거기서 선박 부호인 리처드 그린리프의 눈에 띄게 된다. 프린스턴 대학의 재킷을 빌려 입고 피아노를 치는 리플리를 보고 리처드는 그의 아들, 디키 역시 프린스턴 대학 졸업생이니 둘이 동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태리에서 아비 돈이나 흥청망청 쓰고 있는 자신의 아들 '디키 (주드 로)'를 집으로 데려오면 천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결국 리플리는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떠나기 전, 디키의 정보를 수집해 그가 재즈를 좋아한다는 것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공부하는데 여기서 그의 치밀한 준비를 보면서 벌써 좀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이태리로 가서 리플리는 
대학 동창이라며 디키에게 접근하고 어느새 그의 연인 마지와도 친해진다. 그리고 점점 자신도 마치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평생 써도 바닥나지 않을 재산, 아름다운 연인과의 달콤한 인생, 자유와 쾌락 이 모든 힘과 매력에 리플리 자신도 빠져드는데... 디키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고 그의 아버지는 리플리에게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포기하고 돌아오라고 한다. 그러던 차에 초조해진 리플리는 디키랑 둘이 탄 보트에서 '넌 지루한 빈대에 불과해'란 그의 모욕적인 말에 노를 쳐서 그를 죽이게 된다. 


그의 살인이 단순히 우발적인 것이었을까?  살인을 하기 전에 함께 기차를 타고 가면서 디키의 옷에서 나는 향수 냄새를 맡고 창에 비친 두 사람의 얼굴을 비교하는 복선 장면이 나오는데 섬뜩하다. 나중 디키를 죽이고 나서 그 향수를 사서 디키의 연인 마지에게 디키가 보냈다는 거짓말과 함께 그가 쓴 가짜 편지를 넣어 가져다 건네준다. 범행이 일어나기 전 이미 알리바이를 위해 향수냄새를 맡았던 게 아닐까 싶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니 더 담대해지는 건지 이제 그는 디키의 실종이나 죽음을 숨기기 위한 또 다른 알리바이를 위해서 디키의 행세를 하며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러 호텔에서 묶고 그의 서명사인을 흉내 내어 돈을 대출해서 비싼 옷을 사 입고 집을 렌트해서 살기도 한다.


리플리와 디키 마지 커플, 그리고 리플리를 의심하는 디키의 친구 프레디


그러다 디키의 오랜 친구이자 디키와 똑같이 재벌가 자식인 프레디가 디키를 찾아 로마로 오는데 그와 맞닥뜨린다. 처음부터 프레디는 돈 한 푼 없이 갑자기 디키의 인생에 나타나 거머리처럼 붙어있는 리플리를 한눈에 알아채며 그를 경계했는데 이런 그의 존재는 리플리에게도 늘 가시와도 같았다. 결국 그런 프레디에게 그가 디키를 행세하며 살고 있는 것을 들키자 두 번째 살인을 감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자신이 디키가 아닌 톰 리플리임이 드러난 배 위에서 연인처럼 되어가던 피터를 살해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착한 거짓말이든 나쁜 거짓말이든. 특히나 사회생활을 하며 여자들은 허영으로 남자들은 과시목적으로  과장된 말들을 할 때가 많다. 그게 악의든 선의든 아무 생각 없이든 말이다. 그렇게 사소한 일들을 부풀려서 말하게 될 때가 있고 그런 거짓말을 시작하게 되면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된다. 누구나 조금씩은 그러할 수 있지만  리플리는 아주 가볍고 쉽게, 그리고 마침내 자기 자신조차 속이면서 하게 되니 그게 심각한 거다.


13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영화 속 위기와 스릴로 인해서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보았다.


영화는 이 말로 시작한다.


“톰은 후회하고 있다. 그날 재킷을 빌려 입은 날부터”

그리고 자신을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면 다 지워버리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그는 디키 그린리프라는 사람의 삶에 매료되어 그를 흉내 내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무서운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영화인데 이상하게도 영화의 결말은 찜찜함을 남기고 끝난다. 진실이 밝혀지고 그가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디키의 아버지는 아들의 지난날의 치부와 과오를 덮기 위해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리플리에게도 이 모든 걸 덮고 지나가자며 그가 가짜로 작성한 디키의 편지를 근거로 디키 몫이었던 유산까지 주겠다 하며 영화가 끝난다. 정말 톰 리플리가 처음부터 가짜 신분이었고 그의 범죄 사실도 거의 다 추측이 되는 상황에서 단지 아들의 치부를 덮기 위해 그런 용서 아닌 용서로 마무리하는 게 현실적인 계산과 판단이라서 일까? 이미 아들은 죽었기에 정의를 따라 범죄자를 처벌하기보다 자신의 이름을 지키는 것이 사업과 비지니스에 더 필요해서일 까?... 암튼 이 부분도 나에게는 이해불가적인 면이 다분했다.


영화가 영화만이 아닌 것이... 현실세계에서 누구나 거짓말을 시작하면 그 거짓을 덮기 위해 그 일이 떠오를 때마다 다른 거짓말로 계속해야 하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특히나 거짓이 탄로 나서 그 결과와 파장이 클수록 더욱 그러할 거다. 

 그러나 Honesty is the best policy 란 말도 있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거짓말이 끝없는 미로를 돌아가야 하는 길이라면 정직은 시작은 힘들지라도 일단 들어서면 목표 지점에 가장 빨리 도달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가족이나 직장사회생활에서 우리가 부득불 알게 모르게 하는 하얀 거짓말은 거짓말도 아닌 애교 수준이다. 그냥 삶의 융통성이랄까 삐걱거리는 현실 톱니바퀴를 돌리기 위한  윤활유로 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유독 통용되는 리플리 증후군.... 신문 사회 기사를 장식하는 사건 사고들 속에 사실에 사실을 보태서 꼬리를 무는 기사들이 많다. 특히 정치적인 쇼를 보면 그러하다. 이 사건을 덮기 위해 저 사건을 집중 보도하고 등 그런 것은 팩트상 거짓은 아닐지 몰라도 진실을 가리려는 의도로 인해서 사람을 속이는 짓이니 더 큰 계획된 거짓말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이 리플리 증후군이 유독 한국사회에서 신조어로 만들어져 통용되는 이유를 이 증후군의 원인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이 증후군은 성취 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하니 어쩌면 우리 한국사회가 성취욕이 강한 반면 성취할 수 있는 기회나 여건이 턱 없이 부족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교육에서 입시 과열 경쟁에다 지나서 더 한 취업경쟁이 그를 말해준다. 한국인의 
기질상 성취욕구와 인정욕구가 강한 반면, 좁은 나라 과밀한 인구등으로  그를 쉽게 이룰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더 다반사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닐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게 되는 이러한 
리플리 증후군은 1970년대 이후 정신병리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연구대상이 되었고,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면서 새로운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신정아의 학력위조 사건을 영국의 한 일간지 가 보도하면서부터 이 용어가 널리 알려졌다. 영국신문은 '재능 있는 리플리 씨'를 빗대어 '재능 있는 신 씨(TheTalented Ms.Shin)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영화 《리플리》를 떠오르게 하는 스캔들이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이후 유명 방송인, 영어강사등 다수의 학력위조 사건들이 차례로 세간에 알려지면서 능력보다 학벌이 중요시되는 한국사회의 병폐에서 기인한 한국형 리플리 증후군이 화제가 되었다. 또, 2011년에 신정아 사건을 모티브로 한 MBC드라마 《미스 리플리》가 방영되기도 했다 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많이 감소되고 와해되어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지만 소위 학벌지상주의가 아직도 여전히 한국사회에 병폐로 존재함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로 인해 수 많은 학력 위조사건들이 별 크다란 죄책감도 없이 행해져왔다고 보여진다. 실제 영화에서 주인공 리플리는 약간의 죄책감을 가진 듯 보인다. 그러나 심한 환자 수준에 이르면 죄책감을 거의 못 느끼고 그리 행동한다고 한다. 참고로 찾아본 아래 동영상이 그 예다.


https://youtu.be/MjOGS4frCVM?si=AIH4htGwT0207bIB


의학계에서 리플리 증후군은 ‘공상허언증’으로 분류된다. 공상허언증 환자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확신하거나 일어난 일을 과장하고 왜곡해서 말한다. 망상이 병리적으로 발현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공상허언증 환자는 타인에게 주목받기를 좋아하며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이상이 지나치게 높고 자기 과시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실 허언을 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다. 답답한 현실과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면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망상을 하기도 하지만 해결책은 결국 현실에서 찾는다. 그러나 공상허언증 환자는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 자체를 해결 수단으로 활용한다. 거짓말과 망상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망상장애로 발전하기도 하니 심각한 것이다.


두 시간을 쉬지 않고 집중해 본 영화 '리플리'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찜찜함으로 찾아본 '리플리 증후군' 우리 자신과 사회에 대해서 여러모로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는 지금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오버 랩 되는 또 다른 영화가 있다. 바로 배우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깜찍하고 뛰어났던 영화다. 이 영화의 분위기는 그래도 범죄물 치고는 가볍고 코믹한 편이라 웃으며 볼 수 있다.물론 거짓말의 심각성은 여기서도 여전하지만 ㅠㅜ

https://youtube.com/shorts/8XZMQb6KF0Y?si=QDTOpnh61HnZtyAC


#리플리 #리플리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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