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출산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 추세인 요즘 트렌드로 보면 나는 주위에 자녀 둘 중 하나만 출가해도 백점이라 한다.
어찌 되었든 자녀도 분가와 독립을 하니 이제부터 본격 인생 2막인 셈이다. 늘어난 평균수명으로 인생은 3막, 4막으로 분류될 수도 있을 건데 아무튼 나는 이후의 모든 시간들을 좀 느린 호흡으로 여유롭게살다가려한다.
아마도 환갑이 넘은 내 주위의 사람들은 대충 다 얼마간은 그리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사람을 초대하거나 작품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새로 시작 해 봐도 무슨 일이든 앞부분보다 뒷부분이 여유로워야 실수와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지금껏 살면서 물질 경제나 인간관계 등 여러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직장에 다니던 30년 동안 아침마다 출근시간에 맞춰 허둥대었던 것과 같이 시간적 스트레스가 주는 압박은 대단했었다. 그리고 일단 출근하면 퇴근까지의 구속, 즉 붙박이 인생으로 살아야 했던 것으로부터 명퇴 후 얻은 시간적 자유가 너무나 좋다.
갈수록 뭐든 세상이 바삐 돌아가니 이거 저거 다 하면서 살아야 잘 사는 것 같은 이 시대에 그렇게 사는 것이 때론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도 시간에 쫒기면서 하는 일은 몸의 신경에 큰 압박과 무게가 되어 건강에도 이롭지 못할 것이다.
우리 각자 인생도 마찬가지일 터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여유로워야 마무리가 잘 되어 보다 완성도 높은 삶이 될 것이다.
그러니 삶에 지혜가 있다면, 용기가 있다면, 마지막 축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런 여유와 쉼을 가지고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리라.
그렇게 지내면서 깊은 호흡의 '숨 쉼' 그 '쉼' 가운데 얻는 성찰이 보석보다 더 귀한 우리 인생의 진정한 결실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나를 위해 한 번 더 ‘여유’란 말에 방점을 찍고 생각을 정리해서 적어본다.
여유의 사전적 의미는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인생은 생명을 서로 전수한다. 경주장의 계주자들처럼 손에서 손으로 생명의 횟불을 넘겨준다.
기원전 고대 로마의 시인이며 철학자였던 루크레티우스의 말이다.
2천년동안 과학과 문명의 변화는 있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생로병사 인생의 그 한 과정과 흐름은 동일하다. 우리도 그의 통찰처럼 앞 세대로부터 생명의 릴레이 버튼을 받아 쥐고 달리다 어느 순간 다음세대인 자녀들에게 바톤 터치를 해야 할 계주자들일 뿐이다.
다시 한번 루크레티우스의 말을 빌리면
"적게 살고도 오래 산 자가 있다. 그대가 살아 있는 동안, 거기 주의하라.
그대가 실컷 산다는 것은 세월의 많고 적음에 달려 있지 않고, 그대의 의지에 달려 있다. "
결국은 오래 사는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어떻게 잘 살았냐의 질적인 문제다.
그리고 그 삶의 질이란 것은 매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 지의 나의 자유 의지로 하는 선택과 결정에 달려있다고 본다.
의료 기술의 진보와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 이제 우리는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이는 단순히 수명을 늘린 것이 아니라, 직장과 가족생계, 자녀양육으로부터 벗어난 후 오롯이 내 개인을 위해 활용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자신을 위한 취미활동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말이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달리 말하면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초 고령 사회에서 젊은 층에 부담만 주는 노인이 아니라 나의 충만한 삶이 내 이웃과 사회에 유익이 되는 환원이 될 수도 있다는 말로 받아드리고 싶다.
그러니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에 충실하면서 매 순간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하면서 여유롭게 살다가기를 바래본다.
나에게"더 나은 삶"이란 바로 "더 나 다운 삶"이라 여긴다.
그렇게 가장 나다운 삶을 살면서도 주위와 조화롭게 어울리고 나누며 나로 잘 ‘쓰임’받고 가고 싶다.
그러면 그런 삶을 위하여 이제 앞으로의 시간과 나의 의지로 하는 선택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다. 많은 선택 기준이 있겠지만 나름 내 기준으로 몇 가지로 좁혀보면
무엇에 가치를 두고,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나눌 것인가? 등이다.
각자에게 중요한 가치를 생각하고, 그를 사랑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찾고 살다가길 바란다.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기 위해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것들을 소중히 여길 지를 각자가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다.
삶은 짧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으니 삶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때론 버킷리스트로 작성해서 실행해보기도 한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해 보는 것은 우리가 한정된 삶의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즐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전에는 감히 꿈도 못 꾸었던 일들도 새롭게 도전해 볼 수 있다. 노년의 자유로 가족과 생계를 위해 밀쳐두었던 어린 시절의 바람도 실행해볼 수 있다.
노년에는 더 이상 무엇을 증명하거나 달성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 자신의 소망과 바람을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때다.
그렇게 독립된 개체로서 자신이 만족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때 내가 행복함으로써 가족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고 자녀들이나 손주들에게도 그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그들에게 롤 모델이 될 삶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내 두 아들에게도 말했다.
엄마는 물려줄 재산이 없고 그냥 내가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가고 싶다고. 유산이라면 작게나마 자녀들에게 내 확장된 경험과 지혜를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할 때 나와 내 아들세대 간의 연결을 이루고 가고 다른 이들에게도 내가 얻은 만큼의 영감과 지식을 전달하고 갈 수 있으리라.
이런 노년을 위하여 우리는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해가며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인생의 마무리에 다가갈수록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우선순위는 변화할 수도 있지만 갈 수록 외적인 일 보다는 본래 삶의 의미와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가지면 후회 없는 인생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소통, 취미와 관심사에 몰두해 본다거나 여행과 독서와 미뤄뒀던 하고 싶었던 개인 공부,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 등을 통해 개인적 성취감과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각 개인의 선호와 가치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유연성과 자유를 가지기를 바래본다.
노후의 여유로움으로 삶의 마지막 장을 풍요롭게 채우고, 내면적인 평화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선물이면서 보상같은 이 시간이 나는 너무나 귀하게 여겨진다.
올해는 내가 살고있는 도시 마산에서 하는 국화축제를 거의 매일 가다시피 하며 국화꽃을 감상하며 즐겼다. 내가 명퇴하지 않고 여전히 직장생활 중에 있었다면 집 앞의 꽃도 이리 여유롭게 즐기지 못했으리라~~
화무십일홍이라 꽃은 더 예쁘고 귀하게 여겨진다.
우리 인생 꽃도 그러할 거다. 지는 줄 알기에 이 시간이 더 귀하고 소중하다.
메멘토 모리, 너가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는 말은 화무십일홍, 지지 않는 꽃은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고 그러니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며 살다가라는 말과도 모두 일맥상통하는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