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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Dec 19. 2023

다정했던 날들

안녕 나의 아이 서티야~!


오늘 그간 타던 차를 떠나보냈다.      


직장 명퇴하고 더 이상의 출퇴근이 없는 생활,

그리고 나서 긴 여행을 떠났고

그리고 나서 또 긴 칩거생활이 시작 되면서

내 차는 거의 주차장에 홀로 있었다.

해서 이제는 몸도 마음도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니

그냥 이 시점에서 떠나보내고 싶었다.


마침 조카가 필요하다 해서 오늘 와서 보험 가입하고 구청에 가서 매도, 매수로 인수인계를 했다. 형편도 안 좋은 조카니 그냥 가져가는 거지만 서류상 절차를 함께 밟았다. 그리고 돌아와서 사진 한 장 찍고 떠나보내니 마음이 짠하다. 물건에 별 애착이 없는 나인데도 내 빨간차 I 30은 내게 좀 각별했나 보다.     


자동차 등록증을 보니 2008년 3월 11일 내 생일 며칠 후 구입한 거로 나와 있다. 거의 18만 킬로를 탔으니 탈 만큼 탄 차다. 나는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꼭 필요한 때만 차를 몰았다. 그래도 햇수로는 15년 나의 몸과 가장 가까이 동고동락을 한 셈이다.









겨울 빙판길을 살살 기어가며 출근하던 일, 어쩌다 장거리 운전 때는 고속도로를 쌩쌩 달려도 보았고 시골 고갯길을 굽이굽이 넘어도 보았다. 지리산 가을 단풍이 이쁜 길을 퇴근 후 혼자 드라이브를 많이 즐겼었다. 벚꽃이 필 때 마다 혼자 음악을 들으며 하염없이 꽃 터널길 드라이브를 했었다.      



내 빨강 아이30을 떠나보내면서 떠나보내는 것이 차만이 아니었다.

내 시간대였다.

내 인생의 다정다감했던 40대와 50대였다.

지금보다는 감성 감정이 더 풍부한 때였었나 보다.



나는 그저 작은 것에도 탄성을 지르고 감동을 잘 했던 거 같다. 물론 지금의 나를 나는 가장 좋게 여긴다. 항상 지금이 최고 Best of Best 라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니 지금이 내 인생의 Golden Age다. 몸도 마음도 편하고 나 하고 싶은 거 하며 별 주변 신경 안 쓰고 산 지가 이제 겨우 몇 년이다. 직장 명퇴부터 시작해서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워진 지가 이제 겨우 이 삼년 째니 정말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가 맞다.      


그래도 내 빨강차랑 다닐 때는 또 그 시절로서 최고의 황금기였던 걸 오늘 새삼 확인할 뿐이다. 많이 웃고 열도 내고 more active more dynamic 했던 거 같다.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면 지금이 좋아도 그때는 그러했다는 걸 내 차를 떠나보내면서 깨닫게 된다.     





그래서 서운하다기 보다는 하나의 기념식처럼 글을 쓰고 있다.

 가라~ 내 다정했던 시간이여~!


언제나 나의 분신처럼 동행이 되어주었던 너의 위로와

나만의 공간이 되어주며 나만의 쉴 곳이 되어주었던 너,

때론 나만의 피난처가 되고,

나의 길동무가 되어주었던 네게 무한한 감사를!!!   

  

안녕 나의 아이 서티야~

화려하고도 달콤했던 내 사십대~

내면의 평화와 자연을 선사해주었던 나의 오십대~

모두모두 너와 함께 였었구나     


고맙다!!!

잘 가라~~


내 삶의 한 가운데서 나를 품어주었던

너를 내 기억속의 한 켠에서 한번씩 만나자꾸나

너는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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