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시간과 공간의 씨줄과 날줄이 만나 한 땀 한 땀 그림을 완성해 간다. 시공간 속에서 상황을 겪을 때는 모르지만 뒤돌아보면 그 때 무슨 색깔의 실로 무슨 형태의 그림 속에 있었는 지가 보인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멀리 대구의 치과를 다녀오고 시장도 들렀다 오니 피곤했나 보다. 저녁도 거르고 일찍 잤더니 꿈을 꿨다. 평소 기억도 안 나던 꿈과는 달리 꿈 속에서 내 인생 최다 출연진들과 여러 상황이 맞물려 일어나는 꿈이어서 기록해둔다. 마치 내 인생 전반부의 최종 결산 같기도 해서.
꿈 속 내용 이해를 위해서 참고로 나는 30년 교사를 하고 삼 년 전 명퇴한 사람이다.
갑작스런 교사 송별회에서 전근가시는 샘께 내가 좀 과다 친절하고 오버하는 장면이 나온다. 동료교사들은 이에 대해 자신들의 고정관념적 편견과 오해로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장면이 바뀐다. 모두가 떠나고 내 여고동창이 나온다. 그녀는 내게 동료샘들의 감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냉소적 표정을 보인다. 여고동창은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인데 그녀의 결혼사진이 내 앨범에 있다.
이어서 나는 이전 대구 동인동집에 있고 송별회 후 학교로 가기 싫다. 해서 무단 결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아픈 척 병가신청을 하려고 내 초등친구에게 전화연락을 하려한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검은 색 폰을 본다. 이전 폴더 폰인데 어머니는 폰을 두고 이웃에 고도리 치러 가셨나 보다한다. 잠시 어머니 젊은 시절 모습이 나온다. 나는 교사 신분인데 초등친구에게 전화하려는 등 시간이 중첩 된다. 그런데 그 친구는 지금도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다.
그러면서 집에서 쉬고 있는데 느닷없이 내가 진짜 아픈 지 보러 온 것처럼 사촌 여동생이 썬글라스를 끼고 불쑥 들어온다. 이 상황도 재밌다. 전혀 상관없을 거 같은 사촌동생이 왜? 아마도 다음 달 그녀의 유치원에서 사촌 계모임을 하려하는데 그래서일까? 꿈이야기의 디테일이 내게 시사하는 바는 있으나 중략한다.
장면마다 미묘한 심리적 이면의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고 지나간다. 다만 내 초등시절이나 여고때 친구랑 어머니, 사촌이 주 등장인물이고 그리고 교사 송별회때 샘은 내 중학교 때 교련샘이면서 아버지랑도 친구분이시다.
이렇게 내 인생 타피스리에 등장인물이 총 출연한 꿈을 꾸어보기도 처음이다. 인물들도 몇몇은 시간적 거리와 함께 멀어진 이제는 보지 않는 사람들이다.
마치 사람이 죽어 이생을 떠나갈 때 영혼이 파노라마처럼 이생의 기억들을 떠올린다는데 그런 것처럼 주루룩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진 꿈이다. 그리고 그 등장인물들은 서로 연관 관계가 없다. 다만 내가 아는 사람들로 나의 드라마에 총 출연한 거 밖에는.
우리 모두 '나'란 사람을 허브 hub 바퀴살의 축으로 해서 돌아가는 각자의 인생 이야기가 있다.
그 속에서 울고 웃고 화도 내며 긴장과 감동도 하고 상처도 받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때로는 시기 질투, 희망의 노란색으로 때로는 평화의 녹색으로 신비의 보라색으로 열정과 화의 빨간색으로 모든 색을 덮어버리는 검정으로, 혹은 다 비워진 빛으로 승화되는 하얀색으로 등등 갖가지 색과 채도로 그림을 그렸다. 그런 그림들이 상황으로 나온 꿈인 듯 하다.
아마도 우리가 생을 마감할 때 아니 마감하고 나서도 우주 도서관 아카샤에 그리 기록된 것들을 보지 않으려나 하는 꿈이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증발되어 버릴 거니 적어둔다. 그리고 모든 것은 시간의 강물에 다 떠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기록되는 그 때 그 순간의 감정들, 생각들, 행위들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사,언,행은 기록되니 매 순간 진실되게 최선을 다 해 살다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중에 우리의 인생은 어떤 큰 그림의 타피스리가 될까나! 아마도 여러개의 타피스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젠가는 12개의 거대한 그림의 벽걸이가 빼곡이 채워져 걸려있는 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Ps
타피스리
몇가지의 색실로 무늬를 짜넣은 벽걸이.
*tmi : 아카샤 기록에 대해 적어둔 글이 있어 참고로 가져와 본다.
https://brunch.co.kr/@c3e689f797bd432/194#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