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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Apr 23. 2024

집 초대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정한 시간 지인의 점심초대


집 초대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해 봐서 알지만, 손님맞이 청소부터 요리는 기본에다 두루 신경이 쓰인다. 그런 어려움을 알기에 밖에서 밥 한 끼 하자는 얘기보다 집 초대에 사실 마음이 더 동한다. 마당의 봄꽃들도 같이 보도록 집으로 오라는 말이 그래서 더욱 고마울 뿐이었다.


       


▲  여행에서 가져온 동상이 있는 정원


 

동호회 지인인 언니는 아파트에 살다 마당있는 집이 좋아 주택으로 옮기셨단다. 다행히 창동 시내 가까운 주택지라 생활하기도 편하다는데 나는 이번이 두 번째 집 방문이었다.


도착하니 마당에 나와 있던 반려견 시루가 밥값을 하려고 쾅쾅 짓는다. 언니가 나와 나를 반기니 그 후론 다시 짓지 않는 영리한 개다. 손님맞이를 하려면 원래 주인은 정신이 없을 테니 나는 마당에서 조용히 꽃을 감상했다. 철마다 꽃값이 장난이 아니라더니 자주 사서 가꾼 만큼 이쁘게 잘 피어있다. 생명은 다 이쁜데 꽃은 더욱 그러하다.

       


▲  작은 꽃들이 반기는 마당


 부지런히 아름다움을 일구며 사시는 분


물을 머금고 함초롬히 방긋 웃는듯한 꽃을 보며 나는 어쩌다 내 집 마당 꽃가꾸기보다 남의 집 정원 보러다니기를 더 즐기는 사람이 되었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난다. 그것도 사람 성향의 차이인 것 같다. 자신이 직접 가꾸며 그 과정을 더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꾸는데 게으르고 서툴러서 그저 남이 가꾼 거 보고 감상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의 차이다.


마당에서 잠시 쉬다 실내로 들어가니 혼자 분주하니 식탁을 다 차려놓으셨다. 집에 귀한 손님이 오면 출현하는 놋그릇을 보니 무거운 그릇을 들어야 하는 주인마님의 고생은 뒤로하고 일단 기분이 좋다. 이것이 인간의 이기적인 면이라 해도 사람은 누구나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 기분 좋고 마음이 흡족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머지 일행분들이 도착하기 전 집 실내를 돌아보았다. 주인의 부지런한 손길에 반짝이는 식기들과 그간 여행하며 해외 여러 곳에서 가져온 앤틱 가구와 소품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조화롭다. 화려한 듯하면서도 넘치지 않는 절제된 아름다움에 주인의 안목과 품성이 느껴진다.

       


▲  앤틱 가구와 소품들로 정갈한 거실


 장 맛 좋은 집, 인심좋은 집

우리가 흔히 문화라 하는 것은 의. 식. 주 관련 세 개 분야의 총합이다. 그래서 한 집을 방문해서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눠보면 그 집안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옛말에 장맛이 좋은 집이 인심이 좋다 했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왜냐면 장맛이 좋다는 것은 집이 통풍도 잘 되고 햇살도 잘 든다는 말이다. 그리고 같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장을 담아도 집주인의 건강한 에너지가 있어야 진짜 좋은 장맛이 난다. 그러니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좋은 식자재와 요리법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성과 사랑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리라.       

▲ 맛있어서 맛있게 먹은 집밥^^

       

▲ 정성껏 차린 테이블셋팅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디저트 타임이었다. 별명 빵순이인 나는 요즘 건강상 빵을 줄였는데 다행히 언니가 특별한 빵을 사 두셨다. 건강빵에 도라지 청과 딸기잼을 발라 먹으며 마시는 홍차 덕분에 대화 나누는 시간이 더욱 즐거워졌다.


집 초대는 마음을 연 정성과 수고로 이웃은 더욱 가까운 이웃이 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도 서로 곁을 내어주며 더욱 가까워지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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