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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11. 2024

나의 인생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미스터 선샤인


  

나는 드라마를 즐겨 보진 않는다. 긴 시리즈 드라마를 보기에는 시간이 아깝고 그래서 영화도 왠만한 건 그냥 유튭에서 요약본 보고 만다. 그런 시간 짠순이인 내가 정주행하고 기다리며 본 드라마가 미스터 선샤인이다. 영상미 탁월에다 무엇보다 그 시절 우리말 대사가 아름다워 그렇게 써 준 작가에게 감사하며 봤다.    

 

https://youtu.be/U9ZFc3dbexA?si=dsv43DocClBTSwc3


러브가 뭔지도 모르고 러브하자는 애신의 말에 당황한 유진은 ‘총쏘는 것보다 어렵고, 더 뜨거워야 하오’ 라고 대답한다.

    

드라마는 뭐니해도 연기가 중요한데 여주 김태리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극중 애신아씨 역할과 눈빛, 목소리, 웃음소리까지가 다 일치하는 매소드급 연기였다 본다. 뿐만 아니라 원래 연기파인 중견배우 이병헌과 호흡을 맞췄으니 케미도 좋았다.

 “당신은 당신의 조선을 구하시오. 나는 당신을 구할 거니까” 명대사를 남긴 검은 머리의 미국인 ‘유진 초이’는 실존 인물인 황기환 애국지사의 실화다. 드라마 방영후 그의 유해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왔다는 건 정말 다행스럽다.


게다가 드라마가 자칫 무겁게 여겨질 수도 있는 내용인데 바등쪼-바보,등신,쪼다 3인방 구도가 있어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사무라이 버전이 된 구동매의 유연석도 좋았고 감추어도 애잔한 사랑이 느껴지는 금수저 김희성으로 나오는 변요한의 부드러운 연기도 좋았다.      


특히 조연인 함안댁 이정은의 사투리 연기가 찰졌다. 함안댁 사투리는 함안 근처 살고 있는 나도 반할 정도로 잘 구현되었다. 배우들의 엉성한 사투리연기를 보면 차라리 하지말지~싶은 경우가 많은데 정말 여기서는 팡팡 터지는 드라마 속 양념이 끊이지 않았다.


https://youtu.be/z5LWrgWsgWs?si=YsAbQHtEE6PO3HCL

행랑아범과 케미도 좋았던...ㅎㅎ 짜장면먹방     


그러나 드라마는 무엇보다도 스토리인데 이 드라마는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울분도 아픔도 있을 구한말 시대배경이다. 애신의 부모님은 독립활동을 하다 돌아가셨고 상대축에는 악역을 잘 하시는 배우 김의성님이 받쳐주었다. 아버지를 미워하는 그의 딸 쿠도히나 역할에 김민정이 열연했는데 그녀의 동그란 얼굴에 큰 눈망울, 작은 입술인 동양적 미모로 눈을 뗄 수 없었다.      


암튼 이 드라마 안 보신 분은 시간이 절대 아까울 수 없는 마지막 결말까지 가슴에 찐한 여운을 남긴 드라마라서 추천한다. 애신과  유진의 불꽃같았던 삶과 그날의 정의로웠던 고귀한 희생 의병들의 죽음에도 애도를 표하며...그 분들에게  “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봅시다(see you again)” 아니 이제는 남북통일 코리아를 기원하며 드라마 속 애신의 명대사 씨유 어게인~~~을 다시 한번 가만히 외쳐본다.


https://youtu.be/I4wVGuVm2HU?si=KxL1m0XqpS5qJMjF    

    




       





나의 두 번째 드라마는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고 이선균배우가 나오는 ‘나의 아저씨’다. 그는 이 불후의 드라마를 남기고 우리 곁을 훌쩍 떠나갔다. 내가 이선균 배우를 제대로 처음 본 것이 이 작품이었고 나는 극중 ‘지안’으로 나온 배우 이지은이자 가수 아이유의 노래도 처음으로 찾아 들어봤다.      


이 드라마는 말 그대로 키다리 아저씨같은 아저씨가 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아직 소녀같은 지안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드라마 초기에 어떤이들이 원조교제라 비방한 적도 있다는데 그건 이성이라면 육적 차원의 남녀관계만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라 본다.


나는 남녀노소를 떠나서 사람 대 사람 사이에 온정과 공감이 흐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인간관계라 본다. 그러니 그런 보다 차원 높은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면 감동을 느낄 드라마다.      


박동훈 역할을 하는 이선균의 울리는 남다른 목소리도 우리 가슴의 공명을 더 해주었다 본다.  알려지고 나면 회피와 냉대를 당하는 살인 전과가 있는 소녀에게도 이해와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안에 그런 고귀한 사랑이 본질적으로 존재함을 일깨워 준다.      


아이유는 자신 또한 할머니와 보낸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더 연기에 혼신으로 임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한다. 멜로물을 주로 찍었던 배우 이선균은 중견배우의 숙련된 연기에다 본래 그런 인성의 사람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작은 디테일한 연기까지 모두 그 역할과 일체를 이뤘다 본다.      


드라마 OST곡 ‘어른’이 나올 때 마다 나 같은 F도 아닌 T가 눈물을 흘리며 봤었고 겨울 산책길에도 한동안 이 곡을 들으며 울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다.


https://youtu.be/ll4QIbU1kv4?si=wXcy4cXOijVEN0xp 

  

이 영상 하나만 봐도 드라마 주제가 다 담겨있어 꼭 추천한다. 할머니가 왜 우냐?고 물으니 지안은 ‘좋아서, 나랑 친한 사람 중에도 그런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게’라며 수화로 말해준다. (3:40초)





우리 사회에 춥고 어두운 곳에 이런 사랑의 빛이 비춰서 밝히고 데워주는 것,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

나도 그런 세상이 되도록 작게나마 일조하며 살다가고 싶다. 지안이 같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아저씨 동훈이 있길 바라며... 배우 이선균과 아이유의 열연으로 이런 좋은 드라마가 세상에 남겨진 게 감사하다.    

       



나는 인명은 재천이라 보기에 사고든 병사든 자연사든 그냥 이번 생 할 일을 다 하고 달릴 경주를 다 달리고 마치면 사람은 죽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떠한 죽음이라도 남은 자들에겐 다 갑작스럽고 놀라워서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 된다. 공인이었던 그의 갑작스런 죽음도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    

  

그가 이 땅의 여정을 다 마치고 갔다 하더라도 그런 그의 죽음을 가져왔던 사회적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의 아저씨가 보여줬던 휴머니티적 사랑의 반대쪽에 있는 부류의 인간들, 그런 저 차원의 삶들이 그를 사회적 타살로 몰고 간 책임은 그들의 영혼이 갚아야할 업이 되었다고 본다.       

         

앞 ‘미트샤인’이 내용과 조연급까지 뛰어난 고퀄 드라마였다면 ‘나저씨’는 두 주인공의 흡입력 있는 연기와 주제곡만으로도 충분히 빠져들게 한 드라마다. 두 작품 다 아름다웠기에 나는 아직 몇 년 동안 나의 인생 드라마로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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