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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여행 (1)

사우스뱅크

by 김별


#호주브리즈번여행

#여행은사람이다

#호스트

#사우스뱅크



멜버른에서 수잔의 공항 배웅을 받으며 무사히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뱅기를 타는데 점점 익숙해지고 이번엔 국내선을 타니 데스크도 없어 Kiosk 체크인을 했는데 짐가방 Baggage까지 셀프 체크인으로 보내었다.

옆에 하는 거 보면서 물어가며 해 보니 신속간단했고 나는 여행에서 또 하나의 경험치를 쌓은 것에 뿌듯했다.


여행의 모든 경험치는
앞으로도 혼자여행을 위해
내게 필요한
소중한 자산이다


두 시간 남짓 걸리는 비행이지만 기내의 키 큰 호주 남자 승무원을 보니 먹을 것을 안 줘도 보는 눈이 시원하고 즐거웠다.


비행기에서 금방 내려서 짐을 찾았는데 비가 후드득 내린다. 길리안이 일러준 데로 Airtrain을 타고 정거장을 하나씩 체크하며 갔다. 공항에서 길리안 집까지 그냥 우버 택시 타련다는 내 말에 이렇게 멜이 왔었다.


Uber works well but the pickup point can be a little tricky to find. Taxis are right in front of the terminal but more expensive. Costs for both vary depending on time of day and traffic, anywhere from about $55 to $70 ish. The other option, cheaper but a bit slower, is the train. About $22 into town. Almost all the airport trains go south and pass through Park Road/Boggo Road Station. If you do that I can pick you up there. You can text me on 0478593091, it's about 10 minutes drive.


택시비가 시간대 교통체증에 따라 5~7만 원도 나올 거니 기차를 타고 중간역에서 만나면 픽업하겠다는 친절한 안내였다.


그런데 막상 일러 준 정거장에 내렸지만 그 역도 엄청 크고 계단과 육교에다 비까지 오는데 날도 어두워지니 마음이 불안했다. 큰 가방 짐만 없다면 어떤 식으로든 서로 쉽게 오가며 만나겠지만 22킬로 가방을 끌고 내가 짐작한 약속장소 Parking장으로 갔지만... 빨간색 도요타를 타고 온 빨간 옷에 까만 바지를 입은 그녀는 없었고... 그곳이 아니라니 나는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말한 주차장은 내가 있던 반대편이었다.


When you get to Park Rd/Boggo Rd, take the exit that goes over the busway. When you get out to the small street (with lots of construction) walk to your right a little (about 50m?) and there is a parking area. It's usually full but I'll be able to stop to pick you up. My car is a red Toyota Corolla hatchback with a roof rack, number 602 ZWO....I am in the car park. Lots of space now so I'll come and look for you. I'm wearing a red shirt and black pants and have a large umbrella...


와중에 그녀와 007 미팅 같은 접선은 계속 문자로 이뤄졌고 어찌되었든 그녀가 나 있는 쪽으로 와서 무사히 그녀 집으로 오게 되었다.




차로 10분이라는데 제법 먼 그녀의 집에 도착해 2층 집으로 다시 낑낑거리며 가방을 들고 올라갔다.

배도 고프고 지친 나는 그녀가 준비한 야채가 많이 들어간 라따뚜이와 쿠스쿠스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프렌치 모로코 콜라보 같은
이 두 요리는
특별히 내겐 이전 이십 대 프랑스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요리였으니
얼마나 더 맛있었을까!





호주 사람들이 자연, 동물 친화적인 건 아는데 그녀는 특별히 새를 좋아했다. 새 관련 책자를 가져와서 내게 설명을 해 주는데 내가 관심이 없던 분야에 대한 방대한 지식에도 놀랐다. 이전에는 아주 많이 키웠는데 지금은 수를 줄여 밖에 대여섯마리랑 실내에서 부화한 이후로 키우는 이 새는 새장에서 내 주면 그녀의 몸에 늘 달라붙어 있었다.

남동생이랑 아래위로 살던 이층집에서 지금은 아이들도 다 독립해서 나가고 혼자 살고 있었다.


넓은 이층에 자신이 예전에 쓰던 침실이라며 내어준 방에서 나는 정말 죽은듯이 편안하게 푹 잤다.

이튿날 잘 잤냐는 말에 ‘I slept like a log’ 했더니 웃는다. 통나무처럼 뻗어 감각 없이 푹 잤다는 말이다.

아침도 우유와 호밀 섞은 것에 바나나,블루베리,꿀등을 넣은 포리지를 해 주었고

점심때도 채식주의자인 그녀가 만든 야채수프와 빵 치즈가 내 속을 편안하게 해 주어 맛있게 먹었다.


그녀가 내 준 큰 침대와 방
아침식사로 포리지를 만들고 있다




전날 저녁부터 길리안은 일기예보를 체크하며 날씨가 괜찮으면 사우스뱅크로 산책가자고 했다. 첨엔 그러자하며 그러려니 했는데 결국 가 보니 사우스뱅크가 브리즈번의 첫번째 갈 장소였다는 걸 실감했다.


이튿날 간 사우스뱅크에 공자상이 있어 찍어봤다


사우스 뱅크 전경
City Cat이라 불리는 유람선

Anzac Day 기념 퍼레이드를 마친 해군들도 유람선을 탄 모습

강변에 Wheel of City 도 보이고
둥근 건물이 카지노 도박장이 있는 곳이고 높은 빌딩이 전망대가 있는 건물
브리즈번 강 뷰
점심을 먹고 나갔는데 어느 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휠 뒷편에 있는 복합 Cultural Center 건물
최근에 새 다리위로는 자동차 금지, 버스만 타게 했다고
건물의 The Star 표지판이 하늘에 투영된 것이 신기해 자꾸 사진을 찍어봤다
하늘에 '별'이라는 싸인이라니~!!!
카지노 건물 입구
전망대 위





Vegetarian인 그녀가 해 주는 음식은 다 속이 편하고 맛있었다


새를 좋아해서인 지 새 소품도 많은 거실
퀸즐랜드대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강의도 한 그녀가 타 준 커피는 달지않고 맛있었다
마당과 베란다 나무에 망을 해 둔 것은 새가 와서 이파리를 다 쪼아먹기 때문이란다 ㅜㅠ

그녀가 닭도 키우니 이웃에서 와서 채소, 과일 찌꺼기를 주고 갔고 그녀는 계란을 같이 나눠먹는다 했다.




City cat은 유람선인데 50 센트로 우리 돈 480원 정도니 거의 공짜인 셈이다. 유람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달리는 동안 그녀가 많은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는 59년생인데 부모와 함께 영국에서 이곳으로 50년 전에 이민을 왔다. 당시는 아마도 1960년대니 호주의 백호주의 정책이 유지될 때다. 그래서 돈을 받고 이민을 왔다고 한다. 그러니 지난 50년 동안의 브리즈번의 성장 역사를 다 알고 세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강을 끼고 관세 사무소와 이전 시청 등 오랜 건물들이 많았다.


나는 들으면서 이 도시가 한국의 지난 50년 세월의 변화만큼 많은 변화를 가진 것 같다고 했다. 한국도 50년대 전후 어마어마하게 급격한 변화가 있었듯이 이곳도 이민의 역사와 함께 고층 빌딩이 점점 들어서기 시작했다.


전망대가 있는 가장 높은 건물 옆 유난히 눈에 뜨는 둥근 빌딩은 카지노인데 그 주요 손님들이 중국인인데 지금은 중국인들이 많이 오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한다. 하지만 그 손님들을 위해서 건설한 새 다리가 있었고 우리는 배에서 내려 그 다리를 건너 강변 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롯데타워에 비하면 높지 않지만 공짜인 데다가 그리 줄이 길지 않아서 조금 기다리다 올라가 브리즈번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그녀의 친구와 함께 간 베트남 식당에서


오늘 하루 가이드까지 해준 게 너무 고마워서 내가 저녁을 사기로 했다. 집 근처에 베트남 식당에 와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큰 짐을 들고 탄 원주민 같은 여자는 버스 안의 모두에게 욕을 하며 ‘Shut up’ 하고 외쳤고 승객들이 다 입을 다물었는데 길리안이 나에게 작은 소리로 계속 얘기하자 우리에게 와서는 협박적인 어투로 아주 모욕적인 욕을 했다. 나는 겁이 났는데 뜻밖에도 길리안은 그 이유 없이 하는 기괴한 행동에 끝까지 침착했다. 그 이상한 여자와 길리안의 반응에 둘 다 놀란 내가 나중에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물으니 그녀는 약물 중독자 같은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니까 그런 사람들에 대한 경험이 있어서 그랬다고 했다.


호주에 오면서 나도 처음에는 백인들이 원주민 땅을 차지하고 그들을 몰아냈으니 무조건 잘못한 거라는 마음이 컸었다. 그러나 내가 버스에서나 다른 곳에서 직접 함부로 행동하는 원주민이나 다른 민족 사람들을 보고는 개인과 집단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암튼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보고 사진을 찍고, 맛있는 걸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배움은 사람을 통해서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한국에서라면 한국 사람만 만나지만 여행하면서 다른 나라 다른 장소, 그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면 닫혔던 내 고정관념에서 깨어나서 또 다른 시야가 열린다.


세상 어디에나 있는 사깃꾼이나 나쁜 인간도 만날 수 있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서 나는 새삼 나와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니 내 인생경험도 더 깊고 풍부해지는 거 같다. 그러니 여행은 두루 여러모로 나를 더 성장케하고 성숙하게 해 주니까 계속 할만 하다.

It's worth doing~!


호주와 영국 양 국적을 가지기도 했기에 길리안은 호주에서 다시 영국에 가 살다 오기도 했고 호주에서 가까운 남극과 남미, 북미, 그리고 아프리카, 아시아 일본등 여행경험도 풍부했다. 아이들 키울 때는 어머니 축구단을 결성해서 축구도 했고 지금도 격주로 수 백킬로 사이클링을 하고 Quir 합창단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 카네기홀까지 가서 합창공연을 했다기에 나는 와우~! 했다.


암튼 그녀가 내가 다 새겨들을 수도 없는 양과 정보로 브리즈번 안내를 자세히 해 주었기에 어쩌면 멜버른보다 작은 브리즈번이 내 마음속에 더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여행은 사람이다.
결국 여행 후 남는 것은

우리가 받았던 친절과
사람의 온정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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