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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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 두 번째 호스트
나는 길리안이 차를 태워주어서 브리즈번의 두 번째 호스트인 윌마네로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윌마는 내가 호스트 요청멜을 보냈을 때 일주일을 있어도 좋다며 답신이 왔는데 내가 정보를 보니 우리나이로 79세인 46년생이어서 정말 궁금했다. 연세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호스트에도 적극적일 수 있을까? 싶으면서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많았다.
브리즈번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그녀의 동네는 약간 언덕 위에 있었고 기차로 세 정거장이면 시내로 갈 수 있는 거리여서 여러모로 편리했다. 나는 아침은 물론 매 번 저녁은 6시 반이니 시간 내로 돌아오라며 윌마가 저녁까지 해 주어서 너무 감사했다.
첫날 그녀가 준비한 스콘과 차를 마시고 대충 짐정리를 마치고 나니 해변가로 바람 쐬러 가자며 윌마는 차 키를 들고 나섰다. 샌드게이트란 가까운 해변인데 조용한 곳이어서 산책하기 좋았다. 건강하지만 다리 관절에 무리가 가면 안 된다는 그녀와 걷다 쉬다 했는데 벤치에서 앉아 쉬는 동안 정말 많은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해변은 머드, 진흙이어서 아이들이 장난을 치기도 했고 미풍이 불어와 더 아늑하게 여겨지는 곳이었다.
그 연세에 고혈압 당뇨도 없이 건강하고 몸 상태도 정말 젊지만 Age is just number 라며 그녀는 나와 비슷한 관심사가 많아서 정말 대화가 즐거웠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30분 명상을 하는 그녀는 이전에는 투어리즘을 관련 일을 하다가 은퇴를 하였지만 지금은 남는 방 한칸에 하숙을 하는데 한국 학생도 두 사람이나 거쳐 갔는데 주로 대학에서 전공이나 랭귀지 코스를 한다고 한다.
혹시나 소개할 일 있을까 봐 물어보니 아침저녁 식사를 포함해서 주 300 달러니 한달이면 대충 우리돈 120만원으로 정말 비싸지 않은 금액이다. 호주는 호텔 평균 기본 방값이 하루 10만원인데 숙식에 그 돈이면 엄청 싼 것이고 무엇보다 그녀집에 머물러 본 나로서는 건강한 집밥에 대해 외식비 비싼 호주물가와 비교하면 정말 더욱 싸게 느껴져 내가 한달살기하러 나중에 오겠다며 웃었다.
방이 한 칸이라 주로 4~5개월 사람이 있다가면 또 채워지니 혹 소개할 사람있으면 미리 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저녁을 집에서 안 먹을 경우는 주 200달러로 20만원이니 더 싸다고 했다. 물론 부엌, 세탁실, 욕실 다 사용할 수 있으니 요리는 집에서 본인이 해 먹어도 된다는 말과 함께.
젊어서는 서핑도 즐기고 트레킹도 즐겼다는 그녀가 내내 더 건강하게 그 큰 웃음으로 잘 지내시길 기원했다.
길리안집에 머무는 일본학생 타찌야와 저녁마다 숫자 보드게임도 했다 ㅎㅎ
아침으론 커피와 과일만 먹는 그녀는 과일에 요플레를 항시 뿌려먹어 나도 그래야겠다고 했다. 그래도 커피는 빵과 함께 먹고싶어하는 나를 위해서는 아침마다 토스트를 만들어주었다.
언제나 여행지 첫 날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거 마냥 설렌다. 윌마와 해변 산책후 브리즈번 시내로 나갔다.
MOB 브리즈번 박물관
시청의 3층에 있는 브리즈번 박물관은 무료다.
그녀 집에서 잘 쉬고 이튿날은 골드 코스트로 갔다. 첫날 기차타는 곳까지 나를 데려다 준 그녀는 골드 코스트가는 방법도 상세히 일러줬다. 해변 길이가 57킬로라는 어마한 해변을 전망대 위에서 바라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한 시간 걸려 갔는데 마치 소풍 가듯 즐거운 마음이었다.
나는 서울 롯데 타워에서 한강 뷰도 즐겼지만 그때 유리창이 흐릿했던 게 아쉬웠는데 여기는 아주 선명하게 바다 뷰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전망대에서 밀크티와 감자튀김도 먹으면서 쉬다가 잠시 깜빡 졸았다.
전망대를 나와서 해변으로 가서 파도에 놀라 소리 지르며 뛰는 아이들을 보니 내 마음도 시원하고 들떴다. 그런데 긴바지를 입고 와서 금방 젖었다. 왜 비치를 가면서 레시가드를 챙겨 입거나 가져 오지지 않았는지 엄청 후회하는 순간이었다.
이전 나폴리 갔을 때 수영복이 없는 나는 바다에 뛰어드는 그곳 사람들을 보며 나는 ‘아 저들은 수박 한 통을 깨서 먹고 있는데 나는 수박 구경만 하고 있구나’ 하며 한탄했던 것이 떠올랐다. 여행도 직접 체험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만 하는 거다 싶으니 다시 그 생각이 났다.
어쩌면 아직도 우리는 바다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준인지도 모른다. 뭐든 직접 부딪혀 체험하는 걸 좋아하고 음식도 그림의 떡이 아니라 직접 먹어봐야 하는 데 말이다.
윌마집 화장실에 있던 글귀를 해변에서 써 보았다. 나도 그런 마음이고 내내 그러한 마음으로 여행하고 있고 내내 그러할 것이기에 좋은 추억이 되었다.
골드코스트의 유명한 비치들, 전망대에서 감자튀김과 차를 시켰는데 다 못 먹을 양이었다
I'm Worthy
and Precious
사람은 누구나 가치있고
귀한 존재다
아침저녁을 명상을 하며 늘 편안한 데다 밝고 활기찬 그녀의 미소가 내 마음을 정말 엄마집에 와 있는 거 마냥 편안하게 했다.
윌마는 그래서 여러 면으로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하고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의 말처럼 불과 두 시간 전에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지? 하는 말을 둘 다 하게 되었다.
나도 한국에서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면서도 수십 년 알고 지내도 차암 알 수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 두세 시간만 얘기해도 마치 깊은 곳이 깊은 곳을 부르는 것 마냥 서로 깊이 소통이 이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 먹으면서 그렇게 긍정적이고 밝은 그녀이기에 분명 좋은 부모님을 가졌으리라는 추측하에 윌마 부모님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녀의 엄마는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았다. 열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나쁜 계부 밑에 있다 탈출해서 열네 살부터 집을 나와 일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17살에 아버지를 만나서 결혼을 했다.
결혼 후 바로 자신의 열 살짜리 여동생을 데려오고 딸을 낳아서 자신의 두 아이처럼 길렀고 그 후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윌마는 딸 넷 중 막내딸이었고 지금은 바로 위의 열 살 차이 89세 된 언니만 살아있다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별표는 그녀고 체크표시한 분이 그녀보다 열 살 많은 언니다. 아침마다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빵 굽는 베이커였는데 새벽 3시에 나가 밀가루 반죽을 하고 돌아와서 잠시 쉬고 밥을 먹고 다시 나가서 하루 종일 일을 했다고 한다. 자녀들과 가정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셨던 성실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분이셨다 한다.
엄마가 6개월 동안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버지는 정말 헌신적으로 간호를 하고 엄마를 집에다 모셔다 놓고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해준 뒤에 엄마가 아침을 준비하고 부르는데 그대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정말 고통 없이 자신의 할 일을 다하고 돌아가신 분이셨다. 엠마는 두 분으로부터 그러한 근면성과 사람들을 친절과 온정으로 대하는 좋은 면을 물려받은 것 같았다.
I'm Valuable
and Capable
나는 가치있고 유능하다
사람은 태어날 때 부터 누구나 그러하다
바람과 파도를 사랑하는 서퍼들
윌마네 집 풍경
그녀의 부모님과 사이좋았던 형제 이야기를 마치 드라마 보듯 들으며 상상하니...
호주의 백호주의 정책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한 개인사로서는 땅을 받고 온 영국 이민자로서 차암 힘들게 고생하며 살아온 초기 정착민들에 대한 연민도 느끼게 되었다. 해서 국가나 집단적 정책과 실행과 개인적 삶 사이의 괴리가 느껴지면서 차라리 선악이나 좋고 나쁜 것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이나 편견, 고정관념 같은 것은 차라리 갖지 않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아침마다 모닝콜을 하듯이 하는 그녀의 언니는 열 살 차이인데 5명의 자녀는 그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한다. 그 언니랑 단풍놀이를 가는데 500킬로를 운전해 간다기에 내가 너무 놀라니 자기도 스스로 도전의식을 가지고 그렇게 한다며 또 호탕하게 웃는다. 내가 혹시나 필요할까? 해서 챙겨간 보온병을 주며 운전하다 쉬면서 피크닉 할 때 차나 커피를 담아다니라 하니 웃으며 받았다.
멜버른에 가까운 곳에 사는 아들네 갈 때는 1000킬로 운전도 사흘간 쉬어가며 한다기에 79세에 정말 대단하게 여겨졌다. 천 킬로는 우리나라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거리라 하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패드로 구글 어스 맵을 켜 놓고 자기가 갈 곳의 뷰를 직접 보여준다. 나도 내가 사는 동네를 찾아 내가 매일 산책하는 해안공원 도로도 보여주며 아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가 보다,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두루 내가 배울 점이 많은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