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탐구 (15)

영적추구와 질풍노도의 시기

by 김별


마흔, 질문이 폭풍처럼 몰려오던 시기


나의 40대는 분명 질풍노도의 시간이었다. 교회를 떠난 뒤, 나는 믿음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기보다 오히려 질문 자체에 더 충실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느 한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가 아니라, 여러 전통과 사유를 가로지르며 진리를 탐색하고 싶었다.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에서 시작해, 존재의 최소 단위를 묻는 원자와 쿼크, 그리고 양자물리학까지 관심은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동시에 인간이 죽음 이후 무엇을 경험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깊어졌다. 18세기 스웨덴의 과학자이자 신비가였던 *스베덴보리가 말한 사후 세계의 구조, 죽음 직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고 느낀다는 *임사체험, 더 나아가 *‘채널링’이라 불리는 현상까지—그 모든 것이 당시의 나에게는 맹목이 아니라 탐구의 대상이었다.



성경, 이제 거리를 두고 살펴보다


이 여정에서 나는 성경 역시 다시 보게 되었다. 성경은 단기간에 기록된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약 1600년에 걸쳐 여러 시대와 저자에 의해 형성되었다. 구약과 신약을 합쳐 66권, 약 40명에 이르는 저자들의 기록이 모여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현재의 신약 27권은 4세기 말 교회 공의회를 거쳐 정경으로 확정되었다.


이 사실은 성경을 깎아내리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더 역사적이고 인간적인 문서로 보게 만들었다. 절대적이며 완벽한 텍스트라기보다는, 시대와 문화 속에서 신을 이해하려 했던 사람들의 기록으로 말이다.




더 오래된 이야기들과의 만남


공부를 이어가다 보니, 성경의 창세기와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 사이의 유사성도 접하게 되었다. 특히 인류 최초의 문명 가운데 하나였던 수메르 문명의 신화들—창조 이야기, 낙원에 대한 묘사, 대홍수 서사는 성경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길가메시 서사시 속 홍수 이야기와 노아의 방주, 지혜로운 인물에게 미리 경고가 주어지고 가족과 생명이 구원되는 구조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닮음이었다. 이는 성경이 ‘표절’되었다는 단정보다는, 고대 근동의 신화가 새롭게 해석되어 신앙적으로 '재구성'되었을 거라 생각하게 했다.


아브라함이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우르 역시 당시에는 수메르 도시로서 문명과 종교의 중심지였다. 그런 배경 속에서 형성된 이야기를 떠올리면, 성경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탄생한 텍스트는 아니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갈라진 형제들의 이야기


아브라함의 두 아들—이삭과 이스마엘—에게서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라는 거대한 종교의 흐름이 갈라졌다는 사실도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코란은 7세기 무함마드가 받은 계시를 기록한 경전으로, 예수를 신의 아들이 아니라 위대한 예언자 중 한 사람으로 이해한다. 기독교의 삼위일체 개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마저도, 내가 보기에는 서로를 부정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관계라기보다는, 같은 질문을 다른 언어로 붙잡은 결과처럼 느껴졌다.



가장 많이 믿는 종교, 그러나 하나의 길일 뿐


오늘날 기독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가진 종교다. 이슬람교는 그 다음이며, 힌두교와 불교가 뒤를 잇는다. 숫자로만 보면 거대한 흐름이지만, 그 수가 곧 진리의 깊이나 삶의 성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함께 보이기 시작했다.


참고로 기독교는 개신교, 천주교, 동방 정교회 등을 모두 포함하는 수치다. 세계 종교인구는 대략적으로 60억이 넘는데 최근 수치로 기독교가 약 26억, 이슬람교가 약 20억, 힌두교가 약 11, 불교가 약 5억을 차지하며 이슬람교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사십대의 나는,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가르는 재판관이 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인간이 만들어온 신앙의 역사와 구조를 한 발 떨어져 바라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너머에 대한 나만의 질문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질문을 품고 걷는 길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꽤나 거칠고, 동시에 진지했다. 모든 것을 의심했고,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다소 과열된 탐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질풍노도의 시간 덕분에, 나는 더 이상 누구의 해답에 쉽게 기대지 않게 되었다.


나의 사십대는 그렇게, 믿음을 잃은 시기가 아니라 '질문을 회복한 시기'였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여전히, 나를 앞으로 걷게 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반야심경의 핵심 구절로, '모든 현상(색)은 실체가 없이 공하며, 그 공함이 곧 현상(색)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가 보는 물질적 세계와 고정된 실체 없이 끊임없이 변하는 '공'의 세계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서로 둘이 아니라는 불교의 진리다.


*스베덴보리(Emanuel Swedenborg, 1688~1772)~ 스웨덴의 저명한 과학자, 철학자, 그리고 신학자이자 신비주의자다. 그의 인생 전반기는 뉴턴 같은 당대 주요 과학자들과 교류하며 과학계에서 큰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50대 중반이던 1741년경부터 강력한 영적 체험을 겪기 시작하면서 영계(靈界)와의 소통을 통해 얻은 계시를 책으로 출판했다.

사후 세계에 대한 자세한 묘사로 유명한 『천국과 지옥』과 성경 해석서인 『천국의 비밀』 이 그의 주요저서다.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새 교회' 또는 '새 예루살렘 교회'라는 종교 운동이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죽음에 임박한 상태에서 겪는 유체 이탈, 밝은 빛 통과, 평온함, 친지와의 만남, 삶의 회고 등 공통된 현상을 보이며, 영혼의 존재와 사후 세계를 시사한다고 볼수있는 다양한 특수 체험들이다.


*채널링~주로 비물리적 존재(영가이드, 상승 마스터, 고차원적 자아 등)와 소통하여 그들의 정보나 에너지를 물리적 영역으로 가져오는 과정이다.

채널러가 메시지를 받아 정보를 수신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언어로 통역하여 전달하기도 한다.

기록하는 방식은 자동 필기 (Automatic Writing)로 마치 영적 존재가 손을 움직여 대신 글을 쓰는 것처럼 메시지가 종이에 기록된다. 널리 알려져 읽히고 있는 닐 도날드 윌시의 ‘신과 나눈 대화’가 이런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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