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룰라, 두 대통령의 ‘민생 동맹’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후 첫 국빈으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방문이 있었다. 지난해 G7 정상 회의와 G20 정상 회의에서 이미 공감의 시간을 나눈 두 지도자다. 손가락을 잃은 노동자의 기억과, 프레스에 눌려 상처를 입었던 소년 노동자의 악수는 외교적 의례를 넘어 두 사람의 특별한 공감을 품고 있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환영 만찬장에서 “우리의 만남을 두고 ‘소년공들의 만남’이라 축하해주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화학적 케미가 있다”며, 지난해 6월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특별한 공감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날 서울에서의 하루를 “마치 K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잊을 수 없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외교 무대에서 김 여사의 한복 외교도 빼놓을 수 없다. 한복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미학을 담은 상징이다. 정상외교의 장면이 전 세계 뉴스로 확산되면서 한복은 자연스럽게 국제 무대에 오르고, 이는 가장 세련된 방식의 문화 외교로 작용한다.
▲ 브라질 대통령 방한 사진 © 청와대
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The Edge of Democracy》를 통해 룰라의 여정을 보았다. 가난한 북동부 출신의 노동운동가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리고 투옥과 복권을 거쳐 다시 권좌로 돌아오기 까지의 시간. 그는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으로 수천만 명을 빈곤에서 탈출시켰고, 브라질 민주주의의 상처를 온몸으로 통과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4개년 행동 계획과 10건의 MOU는 선언을 넘어선 실행의 틀이다. 중소기업과 농업, 보건 협력은 민생의 뿌리를 다지고, 우주·항공·방산·AI·반도체 협력은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운다.
브라질은 나이오 븀 매장량 세계 최대, 니켈· 흑연·희토류 세계 2위, 망간·보크사이트 세계 3위의 자원 강국이다. 동시에 청정 에너지 전환의 거점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첨단 제조 역량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축적해왔다. 자원과 기술,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산업이 만날 때 공급 망은 단단해지고 일자리는 늘어난다.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희토류 개발 기술투자를 제의했다고 한다. 희토류는 중국 다음으로 브라질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반도체 생산에는 필수적인데 북한의 희토류도 중국이 다 파 가고 있다는 뼈아픈 사실이 새삼 안타깝다.
230개 브라질 기업이 참여하는 경제인 포럼은 단순한 교류 행사가 아니다. 아마존의 생물 다양성과 한국의 화장품·바이오 기술, 브라질 농축 산물과 한국의 식품·유통 역량은 새로운 가치 사슬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공동 번영’이라는 말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외교의 좌표다. 미국의 패권이 여전히 강고한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과 브라질은 일방적 편승 이 아닌 다자 협력의 공간을 넓히고 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특정 진영에 갇히지 않는 실용적 외교의 선언이다.
기술과 자원, 민주주의 가치와 민생 우선이라는 공통 철학이 만날 때, 그것은 패권의 그늘 속에서도 자율성을 지키는 길이 된다. 두 대통령의 만남은 다자 외교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룰라의 포용적 성장과 이재명 정부의 ‘기본 사회’ 비전은 닿아 있다. 불평등을 방치하지 않고, 성장의 과실을 나누며, 기후 위기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외면하지 않는 정치. 두 사람의 정치가 이상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이제 실행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덧)
대문사진 출처~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국빈 방한 환영 만찬에서 답사를 위해 이동하는 룰라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있다. 2026.2.23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