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가 함양에 전원주택집을 지었다고 하면 주로 아 '나비축제'하는 곳 말인가요? 한다. 나비축제는 전남 함평이다. 내가 전원주택을 짓고 오가는 시골집은 경남 함양이다. 같은 경남에 함안과 헷갈리기도 한다.
암튼 그 먼 곳 전라도 함평으로 시집가서 사는 친구가 있는데 해마다 경주에서 하는 동창회는 멀어서 못 온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를 초등학교 후로 본 일이 없다. 동기 단톡방에 있어 사진으로만 볼뿐이었다.
그런데 마침 부산에 사는 사촌언니가 ‘니 00이 보러 갈래’하며 전화가 왔다. 언니는 동생부부랑 칠순 겸 한 바퀴 바람 쐬러 간다며 함평 갔다가 함양 우리 집에 와서 자고 올려고 했다. 언니랑 내 초등친구 00 이는 서로 내외종이다. 즉 우리 큰엄마가 내 친구 고모다.
나도 큰엄마 친정이야기는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가서 하룻밤 자면서 들어보니 정말 다들 기적 같은 삶이었다.
형제중 막내인 내 친구는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그 어린것을 다른 고모가 거두어서 키우다 집으로 보냈고 내 기억으로 초등학교 때 이미 키가 커서 달리기를 제일 잘했다.
전국에서 제일 작은 면인 함평군의 엄다면은 친구 남편말로 김대중 신민당의 뿌리였고 국회의원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라 한다. 남편의 고향인 그 곳에서 주택을 사서 친구는 미장원을 하고 있고 뒷마당에는 닭도 키우고 텃밭도 일구어놓았는데 그 솜씨가 야무지고 부지런함은 마당에 먼지 한 톨없다.
사촌언니는 친정계모임의 대빵으로 젤 맏이인데 그 큰언니가 연방 이렇게 야무진 살림솜씨가 어딨냐며 감탄사 연발이다. 냉장고 딤채 냉동실에 차곡히 쌓인 곡물이하 밑반찬종류에 또 놀란다.
암튼 친구는 가정형편상 진학을 할 수 없었고 일찍 서울로 가서 돈 벌고 일하다 전라도로 남편 따라 내려와서 정착했지만 남편도 지역일꾼으로 봉사도 많이 하시는데 주로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와서 먹이는 일이 많다 보니 친구는 바쁜 미장원을 하면서도 항시 먹거리가 준비되어있다 한다.
음식 먹거리는 역시 전라도라 기대하고 갔지만 야들야들 살아있는 무안낙지와 근처에서 잡은 그날 작업한 한우를 가져와서 생고기로 먹었는데 하나 비리지도 않고 기름장에 찍어먹으니 입에 녹았다.
전날 친정 식구랑 친구 온다고 도토리묵까지 만들어놓고 이거 저거 꺼내오는 반찬들이 다 맛깔스럽다.
나는 아침형 체질이라 자정을 넘기 전에 누워야 하는데 새벽 2시까지 밀린 이야기 하고 듣느라 잠을 못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된장 시래깃국에 온갖 반찬으로 밥을 찰지게도 해서 퍼 준다.
밥심으로 사는 친구라 아침도 우리처럼 그냥 간단히 먹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부터 미장원 문은 대여섯 번 열리고 사람들이 들어온다. 머리 하러 오는 손님이 아니라 오며 가며 참새 방앗간처럼 커피 한잔 하러 오는 동네 할머니, 옆집 아주머니, 이웃사촌들이다.
우리를 보더니 멋쩍은 듯 아 손님 오셨네~~ 하며 웃고 나가신다. 가정집이 아닌 가게랑 딸린 집은 원래 사람 모이기 좋은 장소다.
가만히 보니 친구부부는 둘 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데다 접대봉사를 잘하니 차암 복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구나 싶다.
그렇게 아침을 든든히 먹고 함평 생태공원을 걷다 함양 넘어오기 전 담양 죽녹원에도 들러서 좀 걷다 왔다.
오랫만에 다시 간 죽녹원 산책코스는 좋았고 매화가 피어 벌이 붕붕 날아다닌다.
전날 저녁부터 아침까지 많이 먹은 탓에 점심은 거르고 그냥 베이커리 카페에 가서 빵을 한가득 담아와서 커피랑 마셨다.
가는 길에 광양에서 동생이 아는 생선구이집에 들렀는데 청국장이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전라도는 무조건 다 맛있다.
친구가 살아있는 무안낙지를 쪼사서 통깨 살살 뿌려 내놓았다. 저런 접시로 대여섯개를 비웠다. 내 생전에 산 낙지를 제일 많이 먹은 날이다. 친구 남편말로는 기운 딸릴 때는 무조건 산낙지가 최고란다.
마지막에 장어를 구워주었다. 밥은 못 먹을 정도라 장어는 몇 점만 먹었고 이렇게 잘 먹는 것이 전라도식인가 싶었다.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꽃이 이쁘다, 봄은 뭐니 해도 노랑이 젤 좋다 ㅎㅎ
외동딸인 나는 사촌언니랑 중학시절을 같이 보냈고 여동생은 대구 우리 집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나랑 한방을 썼으니 지금까지도 서로 친할 수밖에 없다.
함양 넘어오다 담양 죽녹원에 들렀다.
담양의 어느 베이커리 카페, 빵순이 빵을 비켜갈 수 없다. 커피랑 빵은 언제나 환상의 조합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