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즐겁고 건강한 오늘을 디자인하기 2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며 하고 싶은 것을 실컷 잘 놀기

by 함께행복하기

또래보다 늦게 아이를 낳다 보니 친구들이 아이들 키울 때 보던 책을 주었다. 그 중에서 제일 가슴에 다가온 책이 '아이 안에 숨어 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 (지은이 이승헌)이다.

특히 아래의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여러분은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있습니까? 아이의 뇌 속에 여러분과 똑같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완벽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에 동의를 하십니까?

머리속에 있는 뇌는 분명히 아이의 것이지만 대부분의 아이가 자기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지 못합니다. 집에서는 부모가 주인이고, 학교에서는 교사가 주인이고, 학원에서는 학원 강사가 주인입니다. 아이의 뇌에는 타인의 요구에 의해 끊임없이 디자인 되다가 나중에는 본래의 자기 빛깔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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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에 있는 140억 개 뇌세포 속에는 갈고 닦으면 일류가 될 수 있는 수많은 재능과 소질이 있습니다. 자신이 열중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여 잘 놀 수만 있다면 누구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디자인 2.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며 하고 싶은 것을 실컷 잘 놀기


첫 물음에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한다'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엄마들은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생활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이 많다.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한다면 밝은 얼굴로 부드럽게 말하고 배려하는 행동이 기본이다. 그런데 어린 아이라는 이유로 부모의 거친 행동을 감당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부끄럽지만 나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아이들 등교시간이 늘 전쟁이다. 늦게 일어나 급하게 준비하려니 아이도 나도 힘들다. 목소리도 커지고 행동도 거칠어진다. 마치 소설이나 TV드라마에 나오는 못된 교관같다.

또 엄마와 아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부딪힐 때가 있다. 동영상 보는 시간이다. 유투브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얼마나 잘 찾는지 끝이 없다. 한번 두번 세번 쉬자 쉬자 하다가 엄마의 목소리가 커진다.




누구든 목소리가 커지면 모여 의논하기로 해서 셋이 모인다.

셋이 모여 자기 이야기를 한다.

아이도 독립된 인격체이고 엄마도 독립된 인격체이다.

그래서 엄마도 '나' 전달법으로 솔직히 이야기한다. 건강이 염려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도 자기 이야기를 한다. 끝낼 시간에 꼭 보고 싶은 영상이 생긴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는 것은 매너비법을 열심히 영상으로 공부한 딸이다.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하자 딸이 정리를 하면 엄마도 아들이 따르겠다고 한다.

그렇게 약속을 한다 하여 꼭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처음엔 왜 약속을 안 지켰냐고 하다가 엄마도 화 안낸다면서 표정이 화난 표정이지 않냐는 말에 깜짝 놀랐다. 나도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 덕분에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후천적으로 생긴 습관도 유전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참 야단을 많이 받았다. 전기세 절약해야 하는데 불 켜놓고 공부한다고 야단을 많이 맞았다. 농촌이라 일하러 빨리 안 간다고도 야단을 많이 맞았다. 지금과 내용은 다르지만 부모의 화를 받았다는 것은 똑같다. 누구의 화를 받든지 아이들은 주눅이 들고 열등감이 생긴다. 어른에 비해 아직 몸집이 작아 물리적으로 이미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니 열등감은 더 커진다.

용기의 심리학자 아들러는 사람이 열등감을 가지는 것을 인류의 탄생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육식성 포유류에 비해 물리적 힘이 약해 협동의 필요성이 커 동료에게 인정받고 사랑 받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협동하지 않으면 육식성 포유류에 죽을 수도 있으니 동료에게 내쳐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딸이 요즘 역사에 빠져 있는데, 같이 보면서 참 우리나라는 외침이 많았다는 다시금 깨닫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쟁후외상증후군을 겪었을까 생각하니 안타깝다.

아무 생각없이 산다면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알게 모르게 전해 내려온 그 오랜 기억들 때문이 아닐까?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아이와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를 조금 찾은 듯 싶었다. 오늘을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단지 오늘만이 아니다. 지난 시간의 참 아팠던 기억들도 꺼내 다독여주고 제자리를 찾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게 보니 약속을 못 지키면 또 새롭게 지키기 쉬운 약속을 만들면서 조율해 가는 것이 맞겠다 싶어 가족회의 시간을 자주 갖고 있다.




최근에 읽은 심리학 책(The NEW RULES OF MARRIAGE, Terrence Real)에서는 21세기의 새로운 규칙을 'Full-respect living : A new rule for life'를 이야기 했다. '완전히 섬기며 사는 것: 삶의 새로운 규칙' 이라고 해석해 보았다.

21세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갓난 아이때부터 열려있는 정보 속에 살았다. 20세기 부모와 정보를 접하는 데 있어 그 영역과 다양성에서 차원이 다르다.

문명이 시작될 때부터 정보는 힘이었다. 21세기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힘을 받아 각자 자신의 독립된 세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예전처럼 어릴적 잠시나마라도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섬겨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실컷 놀자!!! 뭐든 실컷 한 번 놀아 보자!!! 하니 딸은 춤과 음악, 그리고 역사공부이다. 아들은 자기가 본 동영상을 패러디해서 이야기극장을 하는 것이다. 이야기극장을 할 때 클레이로 등장인물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하도 많이 했더니 순식간에 캐릭터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하다. 잘 한다고 감탄을 계속 늘어 놓으니 하루죙일 이야기 콘티를 만드느라 바쁘다.

엄마의 놀기는 글 쓰는 일이다.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어릴 적부터 혼자 있던 적이 많아 글로 스트레스를 많이 풀었었다. 지금도 글이 소중한 친구이다.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나면 실컷 놀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오늘 하루는 어제와 다르고 새로운 부딪힘이 생긴다. 또 모여서 마음을 털어놓고 중지를 모아본다. 이렇게 조금씩 조율하는 것을 배워가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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