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입술이 굳었다. 스피치 공포를 마주하는 방법
그 순간, 입술이 굳었다.
“준비한 대로 말만 하면 되는데, 왜 이리 떨릴까?”
사람들 앞에 서는 순간, 뇌는 정지하고 손은 차가워졌다. 평소에는 잘하던 말도, 누군가가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입술이 굳는다. 마이크 앞에 서는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나’ 같지 않다.
이런 경험, 혹시 당신도 해본 적 있는가?
스피치 공포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오해한다. ‘말을 못 하니까 불안한 거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불안하기 때문에 말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스피치 공포는 단순히 소심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성격이 매우 외향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 앞에 서면 긴장하는 경우는 흔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왜 불안한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원인을 알아야 해결이 가능하니까.
스피치 공포를 만드는 7가지 심리적 요인
1. 평가받는 것에 대한 불안
내 말이 어떻게 들릴지, 실수하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 가득 담긴 불안이다. 면접처럼 평가받는 자리에서의 스피치는 누구든지 긴장과 불안의 정도가 심해진다. 잘 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긴장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2. 완벽주의 성향
한 단어도 틀리지 않으려는 강박이 말 흐름을 막는다. 대본대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말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주 보이는 특징이다.
3. 과거의 실패 경험
예전에 말을 더듬거나, 비웃음을 들었던 기억이 반복 소환된다. 과거 스피치를 하다 실패해 창피를 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 생각이 계속 자신을 따라다니며 스피치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하는 경우이다.
4. 준비 부족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은 공포를 가속시킨다.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인식에 휩싸여 있으면, 나처럼 말을 업으로 하는 직업인 사람도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5. 시선 집중 공포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경우이다. 기질적으로 민감하고 예민한 경우 특히나 청중의 작은 몸짓에도 화들짝 놀라며 불안해한다.
6. 자존감 문제
‘내가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을까?’라는 내면의 의심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세바시 등의 다른 연사들의 스피치를 보며, 자신이 부족하고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대중 앞에서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7. 말실수에 대한 과잉 인식
사소한 실수도 ‘망쳤다’고 느끼는 과도한 자기 판단. 스피치를 잘하다가도, 생각한 말을 다 해내지 못한 경우 당황하여 뒷 스피치까지 연쇄적으로 말아먹고 만다.
스피치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위 7가지 중 어떤 것에 해당하든, 스피치 불안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피치를 공포스럽게 만드는 7가지 요인은, 스피치에 대한 4가지 '환상'으로 인해 가중된다.
먼저 암기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스피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내용을 완전히 '통암기' 해버려야 한다는 것은 잘 못된 환상에 불과하다. 준비한 대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완벽히 출력해 내는 것은 안타깝지만, 암기력이 매우 뛰어난 일부의 재능러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이다. 나와 같은 아나운서들에게도 매우 힘든 작업인데, 하물며 말하는 것이 직업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후에, 자연스럽게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소상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암기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자신의 스피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이다. 애초에 완벽한 스피치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고, 특히 스피치 현장은 내가 생각한 대로 모든 것이 흘러갈 확률이 0에 수렴한다. 각종 방해물들이 나타나고, 집에서 연습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돌발 변수들이 발생한다.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를 마음속에 세워두었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과 긴장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스피치에 집중하여 귀 기울여 들을 것이며, 자신이 조그마한 실수라도 한다면 비난받거나 무시당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oops!", "헉!" 이런 소리를 육성으로 내뱉지 않는 한 그렇게까지 망한 스피치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뿐더러, 그렇게까지 말하는 사람의 실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교수님이 수업할 때를 생각해 보자. 교수님의 발음이 조금 꼬였다고 누가 알기나 할까. 우리의 스피치도 마찬가지이다.
유려하고 자려하게,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말해야만 스피치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환상이다. 조금 더듬더라도, 짧은 단어들로 말하더라도 충분히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다. 화려하게 말하는 연사들의 유머 등을 보고, 나는 왜 저렇게 말하지 못할까 자책할 필요 없다. 수백 번, 수천 번 말해본 사람과 어쩌다 한 번 나서서 말하는 사람 간에는 경험의 차이가 신입과 CEO 사이만큼 벌어져 있으니.
스피치에 목숨 걸지 말자.
불안의 당연함을 받아들이고, 환상을 버리는 것, 그것이 스피치를 잘 해내기 위한 초석이다.
- 다음 편(나는 말 잘하는 사람이다!- 올바른 스피치 마인드 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