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만 서면 불안이가 되는 당신을 위한 해결책.
불안한 마음 위에 세우는 용기
대중 앞에서 말할 때 필요한 마인드셋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는 '불안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항상 무언가를 크게 걱정하고 염려하면서 두려워하는 것이 불안이의 특징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한다는 건 많은 이들에게 가슴이 쿵쾅거리는 일이다. 아무리 사소한 발표라도 손이 떨리고,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곤 한다. 나 또한 그렇다. 8년 동안 지역 지상파 아나운서로 일해왔기 때문에 생방송이라면 이골이 나있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축사나 대형 행사 등이 갑자기 주어지면 떨리고 긴장된다. 타고난 '불안이'로서, 매 순간 스스로를 극복해 오며 느꼈다.
정답은 ‘불안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불안해도 괜찮다는 태도'에 있다는 것을.
불안에 휘둘리지 말고 불안을 다스릴 것.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말실수를 하면 청중들이 웃을까 봐, 머리가 하얘지면 무시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진실은 대부분의 청중은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누군가의 발표를 들을 때 모든 말에 집중해서 평가하는가? 대부분은 자신 생각에 빠져 있거나, 발표의 핵심만 듣는다.
즉, 말실수해도 괜찮다.
아나운서로서 준비 교육을 받을 때 선배가 나에게 말해주었던 말이 있다. "뉴스 오독해도 괜찮다. 다들 그런다." 숫자나, '아랍에미레이트 압둘라 사이프 알누 아이미 UAE 대표(읽어보세요.)' 이런 어려운 단어는 어차피 다들 한 번씩은 틀린다는 것이다. 핵심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이야기하는 데 있다고 했다. 스피치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모든 실수가 엄청나게 부정적인 평가로 직결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항상 떠올리자. 말실수를 했다면 그저 정정하면 될 뿐이다.
TED 강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같은 걸 보면 모두 말도 잘하고, 유려한 논리를 구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기억에 남는 발표는, 말이 유창해서가 아니라 진심이 느껴졌을 때였다. 어색한 말투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한 대학에서 강의할 때였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일'을 주제로 한 스피치 수업에서 한 학생이 말을 더듬으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를 병으로 먼저 떠나보냈고, 한 동안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는 그의 말은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 강의실은 조용했고, 모두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때 나도 느꼈다. 전달의 기술보다 전달의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걸.
대중 앞에서 말할 기회는 늘 두렵지만, 동시에 연습의 기회이기도 하다. 연습 없이 잘하는 사람은 없다. 실패도 한 번쯤은 해야 진짜 내 것이 된다.
사람들은 종종 실패한 기억은 오래 붙잡고, 잘했던 기억은 쉽게 흘려보낸다. 하지만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중요한 건, 작은 성공을 기억하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습관이다. 모든 순간이 완벽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이번 발표 때는 사람들 눈을 보는 데 성공했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었던 핵심들은 다 전했어!", "저번 발표 때보다는 덜 떤 것 같은데?"처럼, 긍정적인 부분들을 찬찬히 찾아내보자. 꼭 발표가 아니라도 좋다. 누군가 내가 제시한 의견에 동의했던 때, 걱정했었지만 결국 잘 해냈던 기억 등을 다음 스피치 직전에 떠올려보자. '잘했던 적 있다'는 기억은 불안을 잠재우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불안은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생기지만, 자신감은 과거의 작은 성공에서 자란다. 그러니 발표가 끝나고 나면, “이번엔 뭐가 잘됐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연습을 해보자. 나를 응원해 줄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니까.
긴장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익숙한 리듬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프로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에 반복하는 루틴처럼, 말하기 전 나만의 ‘마음 다스리기 습관’을 갖는 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뉴스 전에 매일 원고에 '천천히(당시 긴장하면 말이 빨라지는 습관이 있었다.)', '파이팅' 등을 적어두었다. 그리고 큰 행사를 앞두고는 3분짜리 긍정 확언을 듣거나, 차 안에서 "자, 가보자!"를 외치고는 했다. 동료 아나운서는 원더우먼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에이미커디의 <프레즌스>라는 책에 따르면, 저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떤 루틴이든 좋다. 두려움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작은 안전장치를 만들어 보자.
결국, 불안은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떨리면 안 된다’, ‘두려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 완벽을 요구하는 기준이다. 불안은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진심으로 잘하고 싶다는 증거다. 그러니 그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함께 걸어가자고 말해보자. “그래, 긴장돼도 괜찮아. 나는 지금 용기 내고 있어.”
말을 잘한다는 건, 겉으로 당당해 보이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품고도 한 발 내딛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그러니까 불안을 느끼는 당신,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중이다.
불안은 없앨 수 없다. 그러나 불안해도 괜찮다는 마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 그리고 이 순간이 성장의 기회라는 시선은 우리를 한 걸음 나아가게 만든다. 중요한 건 ‘잘’ 말하는 게 아니라, ‘말하는 나’를 믿어주는 것이다. 우리 마음속의 불안이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