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줄 수 있어요?”가 불편하게 들리는 이유

–〈나는 SOLO〉 26기 옥순 말투 논란, 그 본질을 말하다

by 유창한 언변

–〈나는 SOLO〉 26기 옥순 말투 논란, 그 본질을 말하다

1. 시키는 말투? 공손한 말투? 경계가 무너질 때


“딸기 줄 수 있어요?”
“그거 옆에 있는 거 좀 줄래요?”

"조그만 접시하나 가져와줄 수 있어요?"
“그 말, 대신 전해줄 수 있어요?”

〈나는 SOLO〉 26기 옥순이 방송에서 사용한 실제 표현들이다.


이 말들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분명 정중하다. “줄래?”, “줄 수 있어요?” 같은 표현은 명령보다는 요청에 가깝다. 하지만 시청자 다수는 이 말투에서 불편함을 느꼈고, 실제로 방송 이후 커뮤니티에서는 '공주 말투', '시키는 말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도대체 왜일까?


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는 “센스 있다”, “예의 바르다”는 평을 받고, 누군가는 “자꾸 시킨다”, “은근히 무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 해답은 ‘말의 맥락과 반복성’에 있다.




2. 반복되는 요청은 '양해'가 아닌 '지시'로 들린다


‘딸기 줄 수 있어요?’는 한두 번쯤은 자연스럽고, 예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 요청이 다양한 상황에서 반복되면, 듣는 이는 점차 ‘왜 본인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자꾸 부탁하지?’라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그 부탁이 단순히 물건을 건네주는 차원을 넘어서, 감정의 전달이나 상황의 중재를 요구하는 수준까지 확장되면, 상대는 어느 순간 자신이 ‘수행자’가 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자신이 직접 해결하지 않고, 중간에 누군가를 세우는 방식은 결국 ‘내가 직접 말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이런 말하기 방식이 반복되면, 듣는 사람은 결국 상대를 위한 배려보다는, 본인을 위한 편의만이 느껴지는 말투로 받아들이게 된다.




3. 왜 이런 말투가 생겨났을까?


누구도 처음부터 상대방을 이용할 생각으로 말을 하지는 않는다. '시키는 말투'의 대부분은 무의식 중에 형성된다. 다음과 같은 배경들이 말투의 성격을 결정짓는다.


1. 사회적 관계에서 중심이 되는 경험을 해온 경우
주변에서 늘 챙김 받거나 우선순위로 대우받은 사람은, 자신의 요청이 곧 자연스럽게 이뤄질 거라는 기대를 갖는다. 그 기대가 말투에서 드러날 수 있다.


2. 직접적인 표현에 대한 두려움
‘내가 직접 말하면 부담스럽거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여겨져, 타인을 중간에 세우는 우회적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3.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명확히 표현해 본 경험이 적은 경우

요청은 하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식의 말투로 이어지기 쉽다.


4. 그냥 귀찮음

직접 말하거나 행동하기는 귀찮은 경우에 이런 시키는 말투가 자주 반복된다.



말투는 결국, 그 사람의 심리적 내면을 비춘다. 옥순의 말투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졌던 건, 바로 그 말투가 책임을 유보하고, 행동은 남에게 맡기는 구조로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4. 이런 말투, 나도 하고 있는 걸까?


-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다음 항목 중 4개 이상 해당된다면, 말투 점검이 필요하다.


1. 정말 부탁해야 하는 회사생활 제외, “~줄 수 있어요?”, “~좀 해줄래요?”를 하루에 5회 이상 말한다.

2.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종종 다른 사람에게 부탁한다.

3. 상대가 거절할 수 없도록 ‘애교 섞인 공손함’을 전략적으로 쓴다.

4. 직접 해결하는 대신 중간에 누군가를 세우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5. 말은 부드럽지만, 내가 책임져야 할 결정은 하지 않는다.

6. “그냥~”, “그럴 수 있지~” 같은 무책임한 추임새로 상황을 넘긴다.


이 체크리스트는 ‘부탁할 줄 모르면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말과 모순되지 않는다. 부탁은 분명 중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부탁의 방식이 나의 주도성을 감추고, 상대의 부담을 키우는 형태로 작동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5. 고쳐야 한다면?

-‘시키는 말투’ 탈출을 위한 실전 전략


① “내가 먼저 해볼게요.”라는 말부터 시작하라
단 한 번이라도 직접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말의 무게는 달라진다. “그거 줄래요?” 대신 “제가 갖다 드릴게요.”라고 말해보자. 말은 주도성을 반영한다.


② 책임을 포함한 문장으로 표현하라
“그 말, 대신 전해줄 수 있어요?” 대신 “제가 가서 직접 말해볼게요.”로 바꾸면, 같은 뜻이지만 태도가 다르다. 부탁을 하더라도, 상대가 ‘내가 대신 떠맡는 게 아니라는 인상’을 받도록 책임감을 포함시켜야 한다.


③ 요청 전,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확인하라
딸기를 건네달라고 하기 전에, 내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인지 점검해 보자.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반복되는 요청은 결국 ‘부려 먹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④ 말의 방향을 나에서 시작하라
“줄 수 있어요?”는 ‘너’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문장이다. “제가 하고 싶은데 혹시 같이 해줄 수 있을까요?”는 ‘나’를 주체로 시작한다. 말의 방향이 달라지면, 관계의 인상도 달라진다.



6. 말은 그 사람의 ‘생활 방식’이다


〈나는 SOLO〉를 통해 수많은 연애와 말투의 사례들이 펼쳐진다. 그중 옥순이 남긴 말들이 유독 강하게 회자된 건, 말의 내용이 아니라 태도의 패턴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누군가에게 ‘해 달라’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이 나서지 않는 모습은 '혹시 친밀한 관계가 되었을 때 내가 시중을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상대방의 의문을 자아낸다.





정중한 요청도 반복되면 시킴이 된다.

딸기를 건네받고 싶다면, 먼저 손을 뻗는 사람이 되자. “딸기 줄 수 있어요?” 대신, “제가 담아드릴게요.”라는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다면, 훨씬 더 편안하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의 말투를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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