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노래는...

by Cecilia Floquet 현숙

학창 시절, 새벽 잠결에서 빠져나올 때면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잘 안되는 몽롱한 상태에서


은은하게 그러나 너무도 감미롭고 부드럽게 아침을 감싸며 내 오감을 적신 엄마의 노랫소리로 눈을 떴었다.


주로 동요, 가곡이거나 때론 성가이기도 했다.



아침의 소리, 도마 칼질 소리, 물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찌개 끓는 소리, 뭔가 지지직 볶는 소리, 그리고 그 냄새들!


그 와중에도 엄마의 노래는 그 모든 소음과 냄새를 뚫고도 내 귀에 한 가락도 놓쳐지지 않고 박혔었다.


그 덕분일까, 나도 나의 아이들에게 아침 밥상 차리며 노래하는 엄마로 불리고 있었다.


어느 날 작은 놈이 깨자 마자 눈 비비며, 엄마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볼 일을 보고 있었다. 물컹했다.



지금도 나는 애국가 4 절, 어릴 때 배운 동요는 하나도 까먹지 않고 거의 다 외우고, 부를 수 있다.


우리 가곡도 마찬가지, 어지간해서는 잊혀지지도 않고, 학창시절 잠깐잠깐 배운 전통 가곡들도,


부르다보면 가사가 저절로 되살아난다. 참 신기할 일이다.


아마도 30년 넘게 나가 살면서 그만큼 고국이 그리워서였을까,


어린 시절이 도대체 뭐라고 그 지독한 향수병에서 못 벗어나서였을까?



하여, 나에게 특별히 기억되는 인생곡을 고르라면 나는 고를 수가 없다.


파리 근교 교외에서 파리 시내까지 출 퇴근만 꼬박 3시간 걸리는 그 거리를 30년 넘게 오가며,


새벽녘 어둠을 뚫고 집에서 역까지 30분 걸어가며 흥얼거린 그 많은 동요, 우리 가곡 그리고 성가의 레파토리는


내 인생을 지탱시켜 준 유일한, 천하무적의 방패였음을 지금도 공공연히 외칠 수 있다.


참, 조용필과 이선희를 빼 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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